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물론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가 사망한 것은 아니다. 회복하여 일상으로 복귀한 사람들도 있으며, 사실 이렇게 일상으로 복귀하거나 회복 중인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약간의 후유증들이 보고되고 있지만(머리가 멍하고, 과업에 대한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 등),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망률은 국가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유독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사망자가 적은 나라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야기된 것일까? 코로나-19가 전 세계인에게 공평하게 노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상황에서 국가별 사망률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가? 오늘은 이것과 관련된 《2021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1)》의 연구를 살펴보려고 한다. 물론 국가별 사망자수의 총수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를 고려하여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의 수, 즉 사망자의 비율을 고려하여 비교할 것이다. 이후로 사망자수라고 표현할 때는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수임을 밝혀둔다.
연구진이 첫 번째로 주목한 변수는 연령의 중앙치(The median age of the population)이다. 알려져 있듯이 코로나-19는 고령자에게 치명적이다. 그래서 어떤 사회의 연령이 전반적으로 높다면, 사망자가 많았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바로 중앙치(중앙값, median)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다. 사회과학자들은 어떤 사회심리적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 평균(mean)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균은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먼저 편차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학 점수 50점과 100점 사이의 평균은 75점이다. 그러나 편차는 25점이나 된다. 그런데 60점과 90점 사이의 평균도 75점이다. 하지만 편차는 15점에 불과하다. 평균으로는 세상을 나타내면, 이런 편차를 간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가구당 소득과 양극화의 문제이다. 어떤 나라의 가구당 소득이 연봉 4천만 원이라고 해서 모든 가구가 연봉 4천만 원인 것은 아니다(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마어마한 편차를 가진 것의 평균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평균은 진정한 의미에서 해당 특성이 보편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학급의 수학 점수가 50, 60, 60, 60, 100이라고 해보자. 이 반의 평균은 66이다. 그런데 정말 이 반의 보편적인 성적이 66점이 되는가? 아니다. 사실 이 반에서 가장 많은 점수대는 60점이며, 66점보다 낮다. 평균은 이런 식이다. 진짜 그 반의 실상을 보여주기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앙값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즉 전체 인원이 가진 수치의 가운데에 어떤 값이 있는지 말이다. 다시 50, 60, 60, 60, 100으로 가보면, ’60’이 바로 중앙값임을 알 수 있으며, 그것은 그 반에서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숫자임에 분명하다. 이럴 때 쓰는 것이 바로 중앙값이다. 연령도 마찬가지다. 어떤 나라의 연령 평균이 40세라는 것이 그 나라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연령이 40대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50세가 진짜 많은데, 평균을 내다보면, 1살짜리, 2살 짜리도 들어가다 보니까 40세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를 줄이고 싶다면, 중앙값을 써야 한다. 그래야 가장 가운데 있는 연령이 절대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진이 주목한 두 번째 변수는 섬인지 아닌지(whether the country is an island)이다. 호주나, 뉴질랜드, 일본, 필리핀 같은 나라들이 여기에 속하게 된다. 섬이라는 것은 자체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비행기나 배와 같은 특수한 교통수단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인간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동차, 기차, 때로는 말과 낙타, 그냥 도보나 뛰어가기 같은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코로나-19가 근접 접촉에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19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 연구진이 주목한 요소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전염병이라는 것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2020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당시 코로나-19가 이미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던 지역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지(an exposure index measuring how close a country was, in the early stages of the pandemic)이다. 이러한 노출 지표 점수는 다소 복잡한 계산법이 존재하는데, 해당 계산법은 생략하고, 개념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이 수치는 단순히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 사회가 특정 사회와 얼마나 밀접한 교류를 하는지, 그래서 한 사회와 다른 사회 간의 사람들 간의 물리적 이동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래서 해당 나라 사람들과의 접촉이 얼마나 많이 발생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점수가 계산된다. 일차적으로 중국 내에서 가장 급속도로 퍼져나갔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과 연결성이 높은 국가들은 높은 점수를 받게 되고, 중국과 연관성이 낮은 국가일수록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이 고려한 네 번째 요소는 2003년에 전 세계로 확산된 바 있는 SARS를 경험하면서 국가적으로 전염병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게 되었는지 아닌지(a pair of measures of the extent to which a country was able to remember and apply the epidemic control strategies learned during the SARS epidemic of 2003)이다. 쉽게 말해 학습이 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살펴본 것이다. SARS의 영향을 가장 강력하게 경험했던 대표적인 나라들은, 중국, 홍콩, 캐나다,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이 있다.
연구진이 고려한 다섯 번째 요소는 정부 기관의 수장으로 여성이 존재하는지(whether the country has a female head of government)이다. 이는 해당 국가에서 얼마나 남녀 불평등이 해소되었는지, 전 국가적이고,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녀가 함께 동등한 입장에서 노력하는지 아닌지를 간접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여성이 정부 기관 수장(장차관급 인사)이 될 정도라면, 그 사회는 어느 정도 남녀평등을 개선할 사회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경청하는 가운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전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연구진이 살펴본 여섯 번째 요소는 기관에 대한 신뢰(the level of institutional trust)이다. 이는 정부 기관에 대한 신뢰는 정부 기관이 제시하는 방역수칙이나 코로나-19 관련 정책에 국민들이 얼마나 호응하고 지지하는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그 자체로 코로나-19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
연구진이 마지막으로 관심을 가진 요소는 지니 계수(the Gini coefficient)이다. 이는 해당 사회의 소득이 평등한지 불평등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지니 계수가 높을수록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한 것이고, 낮을수록 평등한 것이다.
*출처:《2021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1)》
이제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과연 어떤 변수들이 코로나-19의 사망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표의 가장 윗줄부터 차례대로 설명하도록 한다)
먼저 연령 중앙값이 높을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떤 나라가 고령화되어 있을수록 코로나-19 사망자수가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어떤 나라가 섬일 때 코로나-19 사망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밀접 접촉성 전염병의 경우 물리적으로 이동이 어려운 지역에 있는 것이 오히려 안전함을 보여준다.
세 번째로 코로나-19 초기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나라의 사람들과 접촉이 적을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타국인의 입국이나 자국민의 출국을 엄격히 통제한 나라들일수록 사망자가 적고, 이러한 통제를 조속히 시행하지 않은 나라들일수록 사망자가 증가하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일본과 같이 섬으로 된 나라이긴 하지만, 전 세계인들과 교류가 많은 국가는 전염병 확산에 대한 섬나라의 이점이 사라질 수 있음도 보여준다.
네 번째로 사스(SARS)를 경험하면서 전염병에 대응하는 방식을 학습하고 방역 체계를 적절하게 갖춘 나라들일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적고, SARS에도 불구하고 방역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이런 일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 나라들일수록 사망자수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말 그대로 학습효과다.
다섯 번째로 여성이 정부기관 수장으로 있는 비율이 높을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가 평등하고, 계층 이동성이 높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경청할수록 위기에 더 적절하게 대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섯 번째로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방향성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초기에 코로나-19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했을수록 코로나-19 확산이 약해졌을 것이고, 당연히 사망자가 줄어들었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영향으로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평소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 방침에 잘 따랐고, 어쨌든 정부 방침에 따라 단체로 적절한 방역 수칙을 지키게 된 것이 감염자 수 감소와 사망자수 감소로 이어졌을 수 있다. 전자가 맞든, 후자가 맞든 평소에 정부가 잘했을 때, 즉 정부기관과 사회 시스템의 평소 실력이 잘 갖춰졌을 때, 코로나-19 사망자수가 줄어든 것이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하고, 낮을수록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 사회의 소득 불평등이 수준이 높을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았다. 다른 말로 하면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일수록 사망자수가 많았다.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독점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빈곤상태라는 의미이다. 즉 그 나라의 국민소득 자체는 소수의 부자들 때문에 높더라도, 사실 그 나라의 대다수는 빈곤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는 마스크를 사기 어려운 취약계층, 위생관리를 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양극화가 심한 나라라면, 취약 계층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망자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결국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 사회인지와 관련이 있다. 인구가 고령화되어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다는 이야기는 결혼과 출산을 안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그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이다. 어떤 나라의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는지도 그 사회가 건강한지 아닌지를 보여주고, 과거의 경험에서 학습할 수 있는지 아닌지도 그 사회의 건강함을 보여준다. 그 사회에 정부기관에 여성 수장이 있는지도 그 사회가 건강함을 보여주고, 불평등지수가 낮은지 아닌지도 그 사회의 건강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코로나-19를 경험한 것 자체는 어쩔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아닌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