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에 도장을 두 개 찍어 놓고 시작하자
: 목표 가속화의 원리
모두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목표에 집중해서 목표를 달성하고야 마는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다양한 특성이 있지만,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목표를 달성하고야 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종 목적지가 잘 보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1]. 다른 말로 최종 목적지가 잘 보이면 목표를 달성하기 쉬워 진다. 그렇다면, 최종 목적지가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세부목표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해야 한다.
최종 목표 주변에 작은 목표를 둠으로써 최종 목표가 더 커 보이거나 더 잘 보이게 되는 현상은 에빙하우스 착시(Ebbinghaus illusion)라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운데 원 주변에 그 원보다 큰 원들이 있을 때보다 작은 원들이 있을 때 더 커 보이는 이 현상은 골프 수행에 관련된 연구에서 그 실용성이 검증되기도 했다. 즉 골프 퍼팅을 할 때, 홀 주변에 더 큰 원들을 배치할 때보다 작은 원들을 배치할 때가 실제로 홀이 더 커보였을 뿐 아니라, 홀에 공을 집어넣을 확률도 증가한 것이다[2].
목표가 잘 보인다는 것이 꼭 시각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 마음의 거리의 측면에서 목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인식하게 되면 해당 목표를 달성할 확률도 높아지고,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진다. 예를 들어, 두 유형의 커피 쿠폰이 있다. 하나는 도장 찍는 칸이 10개고 다 비워져 있다. 다른 하나는 12칸 중 2칸이 이미 찍혀져 있다. 실상 10개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등가 상황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이 두 상황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10개 중 10개가 비워져 있는 쿠폰을 받은 집단보다 12개 중 2개가 찍혀져 있었던 집단에서 커피를 10번 먹고 공짜 커피까지 먹는 사람이 많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린 시간도 짧다[3].
이런 현상의 원인은 사람의 마음에서 전자의 상황보다 후자의 상황이 목표와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래서 목표가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전자의 상황은 10개 중 10개가 채워져야 하기에 목표 달성률이 0%인 상황이지만, 후자의 상황은 12개 중 2개가 채워져 있기에 이미 17% 정도 목표가 달성된 상황이다. 두 집단 모두 1개를 채웠을 때는 상황이 더 놀라워 지는데, 전자의 집단(10개 중 10개가 비워짐)은 목표 달성률이 10%에 불과하지만, 후자의 집단(12개 중 2개가 채워져 있음)은 목표 달성률이 25%(12개 중 3개, 4분의 1 확률이 됨)로 급상승한다. 바로 이 차이가 목표 달성률과 목표 달성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혹은 목표가 잘 보일수록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의 비율과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목표 가속화 원리(The goal-gradient principle)라고 부른다[4]. 새해에 목표를 많이 세웠는가? 그렇다면, 일단 목표의 최종 지점이 잘 보이도록 세부목표들을 세워보자. 그리고 세부목표들 중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한두 가지를 빨리 해버리자. 또한 세부목표들 중에 작년에 어느 정도 해두었던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마무리하자. 즉 당신의 세부목표 쿠폰에 미리 도장을 두개 찍어 주자. 쿠폰에 도장을 두 개 정도 찍어두는 것, 이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Csikszentmihalyi, M., Abuhamdeh, S., & Nakamura, J. (2005). Flow. In A. J. Elliot & C. S. Dweck (Eds.), Handbook of competence and motivation (pp. 598-608). New York, NY, US: Guilford Publications.
[2] Wood, G., Vine, S. J., & Wilson, M. R. (2013). The impact of visual illusions on perception, action planning, and motor performance. Attention, Perception, & Psychophysics, 75(5), 830-834.
[3] Kivetz, R., Urminsky, O., & Zheng, Y. (2006). The goal-gradient hypothesis resurrected: Purchase acceleration, illusionary goal progress, and customer reten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3(1), 39-58.
[4] Hull, C. L. (1932). The goal-gradient hypothesis and maze learning. Psychological Review, 39(1), 2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