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6_‘나는 상황이다’의 프레임
인간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을 균형 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사람 프레임의 남용은 상황의 힘에 대한 무지를 낳는다. 반면에 사람의 힘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상황 프레임을 남용하게 되면, 인간을 수동적 존재로 보게 되고 문제의 개선이 전적으로 개인의 외부에 있다는 운명론적 시각을 갖기 쉽다.
아쉽게도 심리학 연구들은 사람들이 상황 프레임보다는 사람 프레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상황 프레임의 중요성을 5장 전체를 할애하여 소개했다. 상황 프레임이 인도하는 지혜의 끝은 ‘나 자신이 타인에게는 상황이다’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상황 때문에 기인한다는 깨달음, 그것이 지혜와 인격의 핵심이다.
1. 수영장이 가르쳐준 교훈
수영이 주는 행복에 빠져 한참 수영을 하던 시절의 에피소드다. 지도교수의 수영에 대한 사랑은 이윽고 대학원생들을 수영장으로 이끌었다(일종의 상황의 힘이었다). 대학원생들 중 한명은 바다 수영을 즐길 정도로 수영에 빠졌고 어느 날 자존심을 걸고 시합을 하기로 했다. 시합에서 나는 보기 좋게 지고 말았다. 민망하기도하고 자존심 상해서 “수영하는 내내 네가 신경쓰여서 오버페이스한 것 같다”라는 말을 건넸을 때, 그 학생이 건넨 말 한마디가 연구자로서의 내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내 삶 모두를 크게 바꾸어놓았다.
“저도 교수님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시합 내내 나는 옆 레인에서 수영하는 제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서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오버페이스를 해서 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학생도 그 이유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나는 그의 지도교수가 아닌가? 나에게 그 학생이 상황이었던 것처럼, 그 학생에게는 내가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 날의 깨달음은 이후 일련의 연구들로 이어졌다.
2.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vs. 제 덕분에 즐거우셨죠?
우리는 사람들이 상대방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보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더 약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수영장 경험을 실험실로 옮긴 셈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친한 친구 한명을 떠올리게 한 뒤 그 친구가 자신의 취미, 선호, 가치관, 인생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게 했다. 동시에 자신이 그 친구의 취미, 선호, 가치관, 인생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게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눈에 쉽게 보이는 속성들, 예를 들면 선호에 대한 영향력에서는 친구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자신이 친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동일하게 평가하였다. 서로 영향을 받아 새롭게 즐기게 된 음악이나 영화도 자신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치관처럼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친구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하지만, 자신이 친구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은 잘 알지만 친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친구의 힘은 인식하면서도, 우리가 친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너의 한마디”란 말은 있어도 “너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나의 한마디”:는 없다. 겸손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영향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저하게 자신의 영향력에는 눈을 감고 있다.
3. 메르스와 마스크
2015년 대한민국 사회는 메르스(MERS)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와중에 어떤 ‘이기적’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바로 격리 명령을 받은 사람들의 주거지 무단이탈 사건이었다. 여러 이유로 주거지를 이탈해서 보건당국이나 경찰의 애를 태웠을 뿐 아니라, 그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의 거센 원망과 비난을 사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자가 격리 명령을 어겼을까?
어쩌면 이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낮게 평가했을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내가 상황이다’라는 프레임의 결여, 따라서 타인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마스크’에 주목하였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나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타인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타인이 나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한다면 사람들은 두 번째 이유보다는 첫 번째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다. 즉, 마스크는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메르스가 공식 종료되기 전 우리는 메르스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지, 착용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고 보고했다. 우리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성이 병의 전염 가능성에 대한 생각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4. 전화 데이트의 비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1] 타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상황으로서의 나의 교훈을 매우 유쾌하게 풀어낸 실험이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한 집단의 남성들에게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 여성과 전화상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게 했다. 다른 집단의 남성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여준 이유는 각 집단의 남성들에게 ‘기대’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예쁘다는 기대와 예쁘지 않다는 기대를 심어준 것이다.
연구자들은 전화 통화를 모두 녹은한 후에 그 중에서 여성의 대화 내용만을 뽑아서 제 3자에게 들려주었다. 이들에게는 각 여성이 매력적인지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들에게 해당 여성이 얼마나 다정다감한지, 얼마나 사교정이 좋은지 등을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상대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여성보다 훨씬더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이 모든 일을 만들어낸 것은 남성들의 ‘기대’였다. 상대가 예쁠것이라고 믿었던 남성들은 첫마디부터 부드럽고 상냥했다. 통화 내내 전화 매너도 훌륭했다. 반면에 상대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한 남성들은 첫마디부터가 매끄럽지 못했다. 통화 내내 상냥하지 않았고 퉁명스러웠다.
남성의 기대가 남성의 행동을 먼저 바꾸었고, 이렇게 바뀐 남성의 행동이 여성의 행동을 유도한 셈이었다. 여성의 행동을 본 남성들은 ‘역시 예쁜 여자는 성격도 좋아’ 같은 평소 생각이 맞았다고 확증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기대는 먼저 우리의 행동을 바꾼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그에 반응하는 타인의 행동을 바꾼다.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이 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저 사람은 원래 그렇구나. 내 생각이 맞았어’라고 자신의 신념을 정당화한다. 흑인이 폭력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백인은 흑인을 대할 때 경계하고, 자신을 경계하는 사람들 대하면 누구라고 행동이 어색하고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고 ‘아, 역시 흑인은 그렇구나’라고 자신의 신념을 확증해버리는 사람은, 상대 흑인의 행동을 유발한 사람이 정작 자기 자신임을 모르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구조를 심리학에서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라고 부른다. 기대가 그에 부합하는 현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사람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내 선입견이 먼저 내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타인의 행동을 바꾸는 이 위험한 순환을 인식할수록 우리는 지혜로워질 것이다.
5. 지도교수가 지켜보고 있다
어떤 이는 존재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을 탁월하게 만들지만, 어떤 이는 존재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을 주저앉게 만든다. 2008년 세상을 떠난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이다. 천재적인 연구 감각과 기발한 발상으로 인해 학자들 사이에서 존경을 받았던 분이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연구로는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 ‘누군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일 수행에 영향을 받는다’는 단순 존재 효과(the mere presence effect), ‘자주 접하기만 해도 호감이 증가한다’는 단순 노출 효과(the mere exposure effect) 등이 있다. 워낙 대가인 까닭에 그의 질문이나 코멘트, 심지어 표정이나 눈빛까지도 대학원생들과 포스트닽들에게는 선망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2] 당시 그 학과에서 포스트닥을 밟고 있던 한 젊은 연구자가 절묘한 실험을 통해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로버트 자이언스 교수를 통해 증명했다.
그 연구자는 대학원생들에게 현재 관심있는 연구 주제가 무엇인지 적어보게 하였다. 후에 그 주제가 얼마나 좋은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 질문을 던지기 바로 직전에,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자이언스 교수의 찡그린 얼굴을 아주 빠른 속도로 화면에 제시하였다.
자료 분석 결과, 놀랍게도 자이언스 교수의 찡그린 얼굴이 빠르게 제시되었던 조건의 피험자들이 그렇지 않았던 조건의 피험자들에 비해 자신의 연구 주제가 형편없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뇌는 ‘대가의 얼굴’을 인식했고 그 얼굴은 탁월함에 대한 그들의 기준을 높였다.
우리의 얼굴은 누군가에게는 탁월함의 기준을 높이는 자극이 되기도 하고, 그 기준을 낮추는 자극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탁월함에 대해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6. 내가 친구의 행복을 결정한다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영역이 행복이다. 행복에 관한 사람 프레임에 따르면, 행복은 철저하게 개인의 몫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경험하고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사람 프레임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다.
사람 프레임으로 행복에 접근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비밀”만큼 중요한 자질은 없다. 그러나 행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황 프레임도 지녀야 한다.
행복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내면적 특징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도, 어떤 상황은 대부분의 사람을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절대 빈곤 상태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절대 빈곤 상태 자체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행복은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길의 끝자락에 있다.
[3] 행복에 관한 상황 프레임, 특히 ‘내가 상황이다’의 프레임의 중요성을 뼛속 깊이 느끼도록 해주는 연구가 2008년 <영국 의학 저널(Britich Medical journal)>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은 ‘주변 사람’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프래밍험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라는 유명한 연구 프로젝트에 20여 년간 참가한 4,739명의 건강, 사회적 네트워크 및 행복 자료를 분석하여, 행복이 비만이나 금연 못지않게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서 전염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내가 행복하면 친구가 행복해질 확률이 약 15% 증가한다. 내 행복이 친구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따라서 이는 주된 결론이 아니다. 이 연구가 밝혀낸 놀라운 사실은 내 행복이 ‘내 친구의 친구’뿐 아니라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행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의 전염성은 오프라인 네트워크뿐 아니라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4] 크리스타키스와 파울러 교수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대학생 1,700명의 ‘친구 관계;를 분석하였다.
이들의 친구 수는 평균적으로 약 110명 정도였으나, 서로 사진을 공유하고 태그하는 친한 친구의 수는 평균 6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행복 정도를 가늠해보기 위해 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분석하였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진 속 얼굴의 웃음은 그 사람의 행복의 정도를 알려주는 매우 좋은 단서다. 또한 친한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분석하여 이들이 웃고 있는지 여부도 판단하였다. 일종의 웃는 얼굴 네트워크 분석을 한 셈이다.
그 결과 오프라인 네트워크 분석에서 나왔던 연구 결과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웃는 사람에게는 웃는 친구들이 많았다. 행복한 사람 주변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몰려 있고, 불행한 사람들 옆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또한 웃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친한친구가 1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웃는 사람들일수록 친구 관계망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닝 웃으면 세상이 당신을 향해 웃을 것이다(When you smile, the world smiles with you)”라는 말이 사실임을 보여준느 연구 결과이다.
행복은 개인적 요인들만의 산물이 아니다. 행복은 내가 속한 집단의 산물이기도 하다. 행복이 개인적 선택인 동시에 사회적 책임 행위라고 인식을 확장하게 되면, 행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내가 상황이다’라는 프레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7. 나는 하품한다, 고로 인간이다
사람들 사이에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치자면 하품이 지존이다. 자발적 하품은 글자 그대로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하품이다. 자발적 하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타는데, 그 중 하나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비하여 몸의 경계 태세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자발적 하품과는 달리 전염성 하품은 누군가가 하품하는 모습을 보거나 그 소리를 듣기만 해도, 심지어 하품에 대한 생각만 해도 나오는 하품을 의미한다. 하품은 고도의 전염성을 지니고 있다. “나는 하품한다, 고로 인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염성 하품은 인간(그리고 침팬지)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전염성 하품의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그 중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염성 하품이 공감(empathy)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은 4세 이하에게는 전염성 하품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서는 또래의 정상적인 아이들에 비해 전염성 하품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품과 전염의 지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 웃음이다. 누군가 웃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이 웃기 시작한다. 따라 웃는 이유 역시 하품을 따라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폭소와 같은 강한 긍정적인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사람들의 뇌활동을 ‘싱크(synchronize)’시킨다. 사람들의 뇌 활동이 순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되기 때문에 강력한 유대감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 웃는 이유는 강력한 친교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므로 내가 웃는 이유는 옆 사람이 웃었기 때문이고, 옆사람이 웃는 이유는 내가 웃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황이다’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내가 세상에 많은 것을 유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8. 나는 어떤 프레임이 될 것인가?
사람들은 프레임을 자신과 분리된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어떤 프레임을 취할 것인가, 어떤 프레임을 버릴 것인가 등의 질문을 통해 어떤 프레임이 저기 있고, 여기 있는 내가 그 프레임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내가 바로 프레임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가격대가 서로 다른 A, B, C의 세 가지 코스 요리가 있는 경우에, 가격대가 월등하게 높은 C 코스는 손님들에게 잘 선택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C코스 메뉴는 분명한 자기 역할이 있다. C 메뉴가 있는 것 만으로토 사람들이 A와 B를 보는 기준과 관점이 바뀐다. 고가 메뉴가 존재하는 이유다.
좋은 프레임은 나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만, 그렇게 바뀐 나는 C가 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저런 못된 사람에 비하면 나 정도는 괜찮다’는 소극적 위안과 안일함을 유발하는 프레임이 아니라, ‘저 사람처럼 사는게 정말 잘 사는 거야’라고 기준을 바꿔주는 C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상황이다’를 굳이 강조하고 싶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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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6를 나가며
“인생은 자신을 발견하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Life is not about finding yourself, Life is creating yourself.)
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남긴 말이다. 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내가 상황이다’라는 프레임을 장착해야 한다. 타인의 행동과 행복에 영향을 주는 자기의 힘을 제댈 인식하게 되면, 더 나은 나를 창조하려는 투지가 생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