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정서지능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민 화병’이라는 신조어를 들어보았는가? 예전에는 화병이라 하면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한 며느리의 병으로만 인식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병을 가지고 있어 화병이 만연한 사회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화병이란 ‘분노를 오랜 기간 동안 참아 억울하고 분했던 마음이 발전되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하여 나타나는 병’으로 정의하며 1970년대부터 의학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hwa-byung)’이 우리말 그대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에서 발생되는 특별한 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를 지나치게 억압하여 화병을 겪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화를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사람이 많아져 분노를 조절하고 표출하는 방법에 시대적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급 내에서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학급 내 평균 20% 정도라고 한다. 선생님의 꾸중에 책걸상을 집어던지거나,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에 흉기를 휘두르는 등 분노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여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처럼 분노를 지나치게 표출하는 분노조절장애는 정식 병명이 아닌 탓에 그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고 있지만, 분노조절장애를 설명할 수 있는 의학적 명칭으로는 충동조절장애나 간헐성 폭발장애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많은 수 내적 스트레스가 잘 해소되지 않아 작은 문제에도 폭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충동조절장애 환자 통계[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검색]
분노는 외적으로 표출하거나 내적으로 삼키는 두 가지 표현 방식이 존재한다. 이 두 가지 방식이 조화롭지 못하면 병적으로 분노를 참거나 표출하게 되는데, 후자의 경우를 분노조절장애라 일컫는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서조절 능력을 함양하여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조화롭게 다스리고 건강하게 표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작은 사회라 불리는 학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급의 정서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학급의 정서는 학생들의 동기와 학습 패턴, 발달 등을 이해하는데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학급에서의 긍정적인 정서의 경험은 학업 수행을 촉진시키고(Ruthig et al., 2008), 긍정적인 학급 풍토는 학습 상황을 지지하고 학생들의 긍정적인 발달을 이끌어낸다(Jennings & Greenberg, 2009).
학급 내에서 정서가 중요하다는 필요성에 따라 한 연구에서는 그룹정서지능(EI)을 측정하는 도구 G-TMMS(Group-Trait Meta-Mood Scale)를 개발하여 59개 학급 794명(평균 16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룹정서지능이 학교에서의 다양한 수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다(Aritzeta et al., 2016). G-TMMS의 문항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학급에서 우리의 감정에 많이 집중한다(In this class we pay a lot of attention to our feelings)’, ‘학급에서 우리는 다른 친구들의 감정이 어떠한지 항상 신경쓴다(In our class we usually care about what other students feel)’, ‘학급에서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대해 많은 시간 생각한다(In this class we usually spend time thinking about our emotions)’, ‘학급에서 우리는 학생들의 감정과 기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In this class we think that it is worth paying attention to students’ emotions and moods)‘. 그 결과, 그룹정서지능이 평균인 학급에서 그룹정서지능이 높은 학생은 학업 성적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학급 환경은 학생들의 학습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 처리 및 감정 반응의 복잡한 결합체이다(Meyer & Turner, 2006). 그러므로 동일한 학생이 A학급과 B학급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반응은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즉, 학급 환경에 따라 A학급에서는 또래가 서로의 감정을 배려하고 지지하여 학생이 어려운 상황을 넘어서는데 용기와 자신감을 경험할 수 있는 반면, B학급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다른 친구들의 감정이나 상황은 고려치 않아 학생이 소외감, 질투, 경쟁심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 반의 정서지능은 높은 편인가? 담임교사로서 이 질문에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고 우리 반 아이들이 자신과 친구의 정서 상태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음이 행복해지는 장소가 바로 학교, 교실이 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Reference
Aritzeta, A., Balluerka, N., Gorostiaga, A., Alonso-Arbiol, I., Haranburu, M., & Gartzia, L. (2016). Classroom emotional intelligence and its relationship with school performance. European Journal of Education and Psychology, 9(1), 1-8.
Jennings, P. A., & Greenberg, M. T. (2009). The prosocial classroom: Teacher social and emotional competence in relation to stu-dent and classroom outcomes. 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 79(1), 491-525.
Meyer, D. K., & Turner, J. C. (2006). Re-conceptualizing emotion and motivation to learn in classroom contexts. Edu-cation Psychology Review, 18, 377-390.
Ruthig, J. C., Perry, R. P., Hladkyj, S., Hall, N. C., Pekrun, R., & Chipperfield, J. G. (2008). Perceived control and emotions: Interac-tive effects on performance in achievement settings. Social Psychology of Education, 11, 161-180.
[Class Climate &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