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트랙: 네 번째 트랙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라 – 마음근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법 –
[1] 스탠퍼드 경영대 명예교수인 마이런 숄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연구실에 틀어박혀있지 않았다.
그에게 참신한 관점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봤을 때 그는 “일이나 연구와 동떨어져 보내는 시간”이라고 대답했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노력한다면 누구든지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2] 나중에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에 의문이 제기되지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이 이론은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집중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래서 집중과 반대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 공상, 멍때리기 같은 것이 그 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집중을 좋은 것으로, 한가롭게 빈둥거리는 것을 나쁘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믿게 되었다. 예도 한 미국 기업에서는 간부의 84퍼센트가 휴가를 취소하고 일을 한다.
[3] 그토록 많은 이들이 그러는 것을 보면 한가한게 나쁜거라는 인식이 얼마나 깊게 박혀있는지 알 수 있다.
[4]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미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 중 한명으로 꼽힌다.
골프 코스에 나갈 때 그가 꼭 지키는 원칙이 있었다. 국가 비상 상황이 아닌 한, 필드에서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 정치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5] “젊은 친구, 잘들으시오. 당신은 국가를 위해 날마다 하루에 열네 시간씩 일해야 할 겁니다. 당신은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이걸 꼭 기억하시오. 만일 그렇게 오로지 일만 한다면, 당신은 맡은 역할을 절대 잘 해낼 수 없을 겁니다.”
1. 창의성의 힘
[6] IBM은 2010년에 60개국 33개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1,500명 이상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CEO들은 오늘날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을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높은 창의력을 발휘한 사람들 중에는 공상을 즐기면서 빈둥거리거나 일과 무관한 활동을 하다가 그 순간을 만났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는 산책 중에 전광석화처럼 회전자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7] 오늘날 교류 전기 메커니즘의 개발로 이어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아인슈타인 역시 직선적 사고와 논리를 벗어난 무언가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8] 그는 복잡한 문제와 씨름하면서 창의적 영감이 필요할 때 음악, 특히 모차르트를 듣곤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9] “과학의 모든 위대한 성취는 직관적 앎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는 직관과 영감의 힘을 믿는다. (…) 창의적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10] 보다 최근 인물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샤워를 하는 것이 “막힌 아이디어를 뚫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11] 그리고 베스트셀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TED 강연에서 창의적 영감에 대해 “작가나 작곡가, 발명가가 원래 하는 일과 전혀 관계없는 무언가를 하는 도중, 뜻밖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창의성을 낳는가
[12]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상상력 연구소의 과학 부문 책임자 스콧 배리 코프먼은, 긴장을 완전히 내려놓고 마음이 제멋대로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옮겨 다니게 놔두는 것이 창의적 사고와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상태라고 말한다.
[13]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조너선 스쿨러와 연구팀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공상을 하거나 마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놔둔 후에 창의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의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들에게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는데, 자유롭게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쉬운 과제를 먼저 하게 한 후에 어려움 과제를 주었을 때 수행 능력이 훨씬 더 높아졌다.
이는 집중하기와 딴생각하기라는 두 종류의 활동 사이에 균형이 잡히는 것, 두 상태를 오가면서 최적의 성과를 얻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14] 마리케 위스와 로즈 잭스가 수행한 연구도 휴식이 창의적 사고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은 아침형 인간은 저녁에, 저녁형 인간은 오전에 가장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유는 일을 끝낸 후 두뇌가 긴장을 풀고 휴식과 알파파 모드로 들어가야 마음이 자유롭게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열쇠 들고 잠자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손에 열쇠를 쥐고 그 아래에 금속 쟁반을 놔둔 상태로 의자에서 스르르 잠이 드는 것이다. 잠이들면 열쇠가 흘러내려가 소리를 냈고 동시에 그는 잠에서 깻다.
[15] 그는 잠든 상태와 깬 상태 사이의 그 순간, 즉 반수면 상태가 자신의 창조적 영감을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16] 코프먼은 이렇게 말한다.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일주일 내내 문제를 붙들고 거기에만 골몰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특히 조직의 관리자나 직원들은 창의적 영감이 그런 의식적인 노력에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여가와 공상을 즐기고, 추억을 회상하고, 그 외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세계와 연결되어 생각과 감정이 보다 자유롭게 흘러다녀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3. 창의성이 사라진 이유
교육이 타고난 창의력을 질식시킨다
어린아이들은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이다.
[17] 실제로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물건을 아이스캔디, 트램펄린, 보온용 귀마개 등 다양한 창의적 용도로 변화시켰다.
[18] 파블로 피카소는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크고 난 다음에도 예술가로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창의성이 어디로 가버린걸까? 문제는 교육이다. 교육이 창의성을 질식시킨 것이다.
사회의 교육과 직업훈련 과정이 우리의 사고방식에 이런저런 테두리를 만들고 규칙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물로 이것은 유용한 기술이지만, 상상력과 독창력을 제쳐놓고 이런 능력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창의성을 억누르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수렴적 사고다.
<성장 아니면 죽음>의 저자 조지 랜드는 이런 교육이 타고난 창의력을 크게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는 NASA를 위해 개발했던 확산적 사고 능력 테스트를 이용하여 1,600명의 아이를 연령대별로 연구했다. 그 결과 3~5세 아이들의 98퍼센트가 ‘확산적 사고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8~10세의 아이들은 이 비율이 32퍼센트로 떨어졌고 15~18세 아이들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25세 성인 2만명을 대상으로 테스트 해보니 확산적 사고 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겨우 2퍼센트에 그쳤다.
[19] 랜드는 우리가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창의력을 갖고 있지만 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 능력을 잃게 된다고 결론 내렸다.
[20] 랜드의 연구는 아직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다른 종류의 창의성 테스트를 활용한 또 다른 연구들 역시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다. 2010년 7월 윌리엄앤메리칼리지의 김경희 교수는 오늘날 아이들의 창의성이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교육계 및 비즈니스계에서 ‘창의성 위기’와 창의성의 중요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촉발됐다.
그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창의성이 정체되거나 감소한다는 사실, 그리고 1990년 이래로 IQ지수는 높아진 반면 창의력 지수는 꾸준히 낮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1] 김경희 교수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창의력과 IQ 점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비선형적 사고를 위한 시간이 없다
[22] 버지니아대 교수 티머시 윌슨은 대부분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을 불편해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2014년에 일련의 실험을 했다. 사람들이 혼자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혼자 있는 것보다 따분한 과제를 수행하는 쪽을 선호했다.
다른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 동안 원한다면 자신에게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 그 결과 상당수가 생각에 잠기는 것보다 스스로 전기충격을 가하는 쪽을 선호했다.
결론 –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 무언가가 부정적인 경험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집중력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4. 창의적인 게으름을 위한 세 가지 길
다양화를 통해 집중 상태에서 벗어나기
–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일을 하라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일을 하는 것, 폭넓은 경험을 하는 것은 일상 활동의 다양화를 위한 방법이다.
[23] 코프먼은 지식을 흡수하면서 어떤 일에 매진하는 동안 중간 중간 15분씩 따로 시간을 내여 머리를 덜 쓰고 집중력도 덜 필요한 일을 하라도 권고한다.
“그렇게 15분씩 머리를 쉬거나 공상을 하면 주의력이 더 폭넓어지고 더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한 가지 문제에 과도하게 골몽하면 그런 상태에 이를 수 없다.”
[24] 특히 산책은 창의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당신의 생각에 다리를 달어주어라’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산책하는 동안과 산책 직후에 사람들이 여러 가지 창의성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25]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경영학 교수 킴벌리 엘스바흐와 앤드루 하가든은 창의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면, 집중도 높은 힘든 일과 머리를 덜 쓰는 쉬운 일을 번갈아 하도록 하루의 업무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집중도가 높고 낮은 작업을 번갈아 하며 ‘숨 쉴’ 틈을 만들어주라는 얘기다.
[26] 와튼스쿨 교수 애덤 그랜트는 머리를 덜 쓰는 일과 ‘여가 활용에 해당하는 일’을 혼동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거나 잡지 읽는 것이 두뇌를 쉬게하고 여유로움 마음 상태를 만들어주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27] 그랜트는 일과 중에 낮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포함돼야 한다 라고 말한다. 예컨대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일과 중 일부만이라도 단순 자료 입력 업무를 한다면 고도로 집중할 필요가 없는 일상적 주기와 리듬이 생기는 셈이 된다. 그러면 나중에 사고력이 더 명확해지고 창의성을 발휘할 확률이 높아진다.
– 시야와 경험을 넓혀라
[28] 마이런 숄즈 역시 다양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는 본업이 경제학자지만 밤낮 연구실에 틀어박혀 수학 문제를 풀거나 시장 분석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전공 외 다른 분야에 대해서고 공부하고 여러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29] 하버드대 카림 라카니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노센트에 게시된 문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거의 무관한 분야의 사람들이 풀 가능성이 더 컸다.
[30] 라카니는 뉴욕 타임스에서 “해결에 도전한 사람의 전문 분야가 문제의 분야와 동떨어져 있을수록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 고요한 시간 보내기
[31] 피코 아이어는 <뉴욕타임스>, <타임>의 저널리스트이자 TED 강연으로 200만명이 넘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베스크셀러 작가다. 그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창의적 영감이 더 잘 떠오른다고 말한다.
[32] 2006년 루치아노 베르나디는 음악이 인체의 생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느린 음악이 심박수와 혈압, 호흡 횟수를 감소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음악 뿐만 아니라 고요한 시간을 경험하는 것도 인체의 생리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33]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조용한 공간에 가만히 있으면,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데도 새로운 두뇌 세포를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고요함이 불편한 심리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여백을 갖는 것도 더 많이 연습하면 할수록 더 자연스럽고 즐거워지기 마련이다.
– 이상에 재미와 즐거움 더하기
[34] 오락이라는 뜻의 ‘recreation’은 ‘re-create’, 즉 다시 창조하다에서 온 말이다. ‘recreate’는 ‘즐거운 활동으로 기운을 회복하다’라는 뜻도 갖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창의성을 자극하려면 아이처럼 놀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35] 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를 내주었다. 첫 집단은 휴교를 하게 된 상황이라 가정했고, 두 번째 집단에게는 자신이 일곱 살 아이라고 상상하고 목록을 적게 허ㅏ였다. 결과는 두 번째 집단이 훨씬 창의적인 목록을 만들어 냈다.
상상력을 이용해 얼마든지 창의성에 접근할 수 있다는 애기다.
기술에서 의류업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창의적 기업들이 직원의 창의성 함양을 위해 놀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36]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의류기업 콤베르트는 원래 영화관이던 곳을 사무공간으로 개조하면서 객석이 있던 곳에 직원들을 위한 실내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37]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바버라 프레드릭슨은 긍정적 감정이 시각 주의력을 높임으로써 인지 자원을 강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기분이 좋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경험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38] 롤리 다스칼은 <포춘> 500대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가다.
다스칼은 답답한 회사 공간을 바꾸었으나 회의 내용이 부진했다. 그녀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회의를 중지하고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이후 간부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린 상태로 돌아왔다. 회의실에 들어오자 일 모드로 돌아왔으나 다들 의욕적인 태도로 다양한 대답과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5. 어떻게 창의성을 자라게 할 것인가
일상의 활동을 다양하게 하라
[39] 애덤 그랜트도 지적했듯이, 대개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집중력을 사용해 무언가를 한다. 당신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런 활동 말고 집중력이 덜 필요한 활동을 하라. 예컨대 스트레칭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깐 산책하거나 책상을 정리하다.
고요한 시간을 보내라
놀이와 즐거움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