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_CHAPTER 1 : 상상, 미래로 가는 여행
대부분의 심리학자는 “오직 인간만이 …한 인간이다”라는 문창을 완성시켜 발표하겠다고 맹세한다. 왜냐하면 후세의 심리학자들은 수십년간의 연구를 무시한 채 그 한 문장만 기억할거라는 점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직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이다” 라는 문장을 완성시킨 심리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침팬지도 학습을 통해 손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이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욱 특별히 남게 되었다. 다른 예로 “오직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이다”라고 말한 심리학자들이 있다.
나 역시 다음과 같이 완성해보고자 한다.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다”. 한가지 말해둘 것은 동물들도 마치 미래를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람쥐는 가을이 되면 부지런히 음식을 땅에 묻는다. 마치 나중에 먹을 것이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말이다. 하지만 다람쥐 뇌에서 자연스럽게 음식 묻기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결과로 나타나는 자동적인 현상이다. 해가 짧아지면 다람쥐는 자연스럽게 묻기 행동을 하는데, 여기에는 내일에 대한 그 어떠한 진지한 생각도 개입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다람쥐는 자신의 행동원리는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이 과거에도 하지 못했고, 현재 그리고 이후에도 할 수 없는 그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생각한다. 이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야말로 인간을 독특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특징이다.
1. ‘다음(next)’을 생각하는 기쁨
피라미드, 우주정거장 등 건축물들은 인간의 뇌가 이루어낸 위대한 성과물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가장 위대한 성과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건축물 자체는 현대의 기계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실, 인간의 뇌가 이루어낸 가장 놀랄 만한 업적은 오직 하나로, 우리의 ‘의식 경험’이다. 인간이 이루어낸 최대의 업적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사상들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 능력이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미래를 만들어낸다‘는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뇌가 미래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두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하나는 우리와 많은 동물이 공유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인간만의 고유한 방법이다. 모든 생물의 뇌는 즉각적이고 개인적 관련성이 있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뇌는 현재 상황과 과거 사건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바로 다음에 닥치게 될 가장 유력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런 ‘예측’의 두 가지 특정은 의식적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과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계와 무척추동물이 미래에 대한 간단한 예측을 할 때는 지적이고 자각적이며 의식적인 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은 지금 있는 곳에서 바로 다음 순간 나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뇌가 예측하고 있다고 말하기보다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nexting)’라고 말하기로 하자.
놀람은 우리가 예기치 못한 것과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놀라는 것은, 그 순간 우리가 경험한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음에도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놀람의 감정을 사용해 뇌가 언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는 긴 상자 몇 개 중 하나에 공을 떨어뜨리면 공이 들어간 상자의 바닥을 재빨리 바라보면서 그 공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이때 실험적 조작을 통해 그 공이 처음 들어간 상자가 아닌 다른 상자에서 나오면 원숭이는 깜짝 놀란다. 이는 아마도 원숭이의 뇌가 다음(nexting)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아이도 이상한 물리적 현상을 보면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중요한 사실은 원숭이와 아기의 뇌가 이미 그들이 알고 있던 것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합해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예측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발생한 다음 일이 예측한 것과 다르면 깜짝 놀란다는 점이다.
우리의 뇌는 다음을 생각하도록 만들어졌고, 그것이 바로 뇌가 늘 하는 일이다. 뇌가 하는 예측의 속도와 정확성은 대단한 것이며 만일 우리 뇌가 이런 기능을 중단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현재의 순간’에 고립되어 결코 그 다음 단계로 옮겨가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다”라는 문장이 설명하고자 하는 그런 종류의 예측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이 예측을 통해 만들어내는 미래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미래이다.
2. 미래를 내다보게 된 ‘원숭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나중에 크면 뭐가 될래?” 아이들이 하는 대답은 “캔디맨이 될 거에요” 또는 “나무 타는 사람이 될 거에요”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아이들의 답은 “나중에 크면 뭐가 될래?”에 맞는 답은 아니지만 “지금 네가 되고 싶은 것은 뭐니?”라는 질문에는 적합한 답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나중’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아주 약삭빠른 정치인들처럼 자신이 정작 답해야 할 질문은 피하고, 그들이 답할 수 있는 질문에만 대답을 한다.
어른들은 좀 다르다. 맨해튼에 사는 30대 여성에게 퇴진한 후에 어디서 살기를 원하는지 물었더니, 평온함이 연상되는 도시를 지목했다. 이는 그녀가 지금은 복잡한 도시생활을 좋아하지만, 몇 십 년 후에는 자신이 미술관이나 재미있는 남성보다 빙고게임이나 정기적인 건강검진에 더 가치를 둘 것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서 노인이 되는 어느 시점에선가 우리는 ‘나중’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미리 상상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을까? 눈만 감으면 오늘로부터 도망쳐 내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시대의 천재가 깨닫게 되었을까? 고생물학자와 신경해부학자들은 인류 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 사건이 지난 3백만년 동안의 언제쯤엔가 갑작스럽게 발생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두엽은 머리 앞 쪽 부위로 두 눈의 바로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초기 조상의 낮고 경사진 이마는 앞쪽으로 튀어나와 날카롭고 수직적으로 변했고, 그로 인해 오늘날 우리는 모자를 꼭 맞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머리의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일차적으로 뇌의 갑작스런 크기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생겨난 대뇌 피질은 대체 무슨 대단한 역할을 하기에 인간 두개골의 구조마저 바꾸었는가?
최근까지도 과학자들이 전두엽의 유용성을 인식하지 못한 이유는,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이 잘 생활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피니스 게이지는 러틀랜드 철도회사의 현장 작업반장이었다. 1848년 어느 날 그의 발 근처에 작은 폭발이 일어나 3.5피트 길이의 철근 조각이 왼쪽 볼 아래로 들어가 두개골 위쪽 끝으로 관통했고, 그 과정에서 전두엽의 상당 부분이 손상되었다. 피니스는 땅바닥에 쓰러져 몇 분 동안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다시 벌떡 일어나 곁에 있던 동료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후 피니스와 철근 둘 다 별일 없었다는 듯 각자의 역할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후 피니스의 성격이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성격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그후로도 그는 12년 동안 앞을 보고, 말하고, 일도 하며 여생을 보냈다. 따라서 신경학자들은 전두엽 손상이 그의 일상생활에 그리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었다. 20세기 들어 외과 의사들은 좀 더 정확한 실험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전두엽에 대한 이전과 많이 다른 그림을 제시하게 되었다.
1930년대, 포르투칼의 내과 의사 안토니오 에거스 모니스는 심한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전두엽 절제술이라는 새로운 수술 기법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 수술은 우선 원숭이들에게 행해졌는데, 평소 앞에 있던 음식이 사라지면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수술 후에는 그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잘 참는 반응을 나타냈다. 에거스 모니스는 이를 환자에게 시술했고, 비슷한 진정 효과를 얻어냈다. 이로써 전두엽의 일부를 파괴하는 기법은 다른 치료로는 효과를 얻을 수 없었던 불안과 우울증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법이 되었다. 이전 세기의 의학적인 통념과 달리, 전두엽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의사들이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전두엽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전두엽 손상 환자들이 지능 검사나 기억력 테스트 같은 표준적인 검사들을 잘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계획을 필요로 하는 테스트에서는 종류를 막론하고 심각한 문제를 나타냈던 것읻. 예를 들어 미로 찾기나 수수께기 같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과제에 쩔쩔매며, 그날 오후에 뭘 하고 싶은지 말하라 하면 거의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 저명한 과학자가 이 현상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전전두엽 증상 중에서 가장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은 계획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 장애에 나타나는 독특한 증상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신경계 구조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손상도 이러한 기능 장애를 보이지는 않는다.”
이 두 관찰, 전두엽의 일부가 손상되면 침착해지는 반면 계획하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둘 다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는 점이다. 계획하기는 미래를 내다보는 일을 동반하며, 이럴 때 나타날 수 있는 반응 중 하나가 불안이다. 이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는데 있어 전두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인정하듯 전두엽은 ‘건강한 성인이 자기 자신을 여러 시간에 걸쳐 확장된 존재로 여길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준다’. 같은 맥락에서 전두엽이 손상된 이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환자들을 가리켜 ‘현재 자극에 묶여 있는’존재, ‘즉각적인 시간과 공간에 매여 있는’ 존재 또는 ‘그때그때의 현실만 따르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어떤 동물도 우리의 전두엽과 같은 기관을 갖지 못했고, 따라서 오직 우리만이 우리의 방식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엽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내일을 상상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만, 왜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3. 우리는 왜 미래를 상상하는 걸까?
1960년대 후반, 하버드 대학의 한 심리학과 교수(램 다스)는 환각제 LSD를 복용했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지금 여기에 머물라, Now Be Here>라는 책을 저술했다. 그 책의 중심 메시지는 책 제목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행복, 충만감, 그리고 깨달음에 이르는 열쇠는 바로 미래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을 멈추는 데 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것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지를 조사하면 ‘미래’를 가장 많이 생각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연구자들이 보통사람의 의식을 구성하는 내용들을 분석해본 결과, 매일 생각하는 것 가운데 약 12퍼센트가 미래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도대체 왜 우리는 현재에만 머물 수 없는 걸까? 왜 우리는 금붕어들조차 간단하게 해내는 일을 못하는 것일까? 현재에도 생각할 일이 많은데 왜 우리의 뇌는 고집스럽게 우리를 미래로 끌고 가려고 애쓰는 것일까?
– 상상이 주는 즐거움
위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해답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단지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미래를 상상할 때, 자신이 덤벙거리며 실패하는 것보다 성취하고 성공하는 장면을 더 많이 상상한다고 한다.
실제로 미래에 대한 공상은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간혹 그런 미래에 도달하기보다 그냥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 일련의 참가자들에게 멋진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무료로 저녁식하를 하려고 하는데 언제쯤이 좋겠느냐고 무었다. 당장? 오늘 저녁? 내일? 그런 저녁식사의 즐거움이 상당히 유혹적인 것임에도 대부분의 참가자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일을 연기하려 했으며 대체로 다음주쯤이 좋다고 답했다. 왜 연기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일주일 정도를 기다림으로써 7일 동안 그것에 대해 생각하며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지연시키는 것은 맛있는 열매로부터 갑절의 달콤함을 얻어내는 기발한 기술이다. 실례로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게 자신이 무척 좋아했던 한 사람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요구했다. 이때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었던 사람에게 접근하는 일을 가장 정교하고 매혹적으로 상상했던 사람이, 몇 개월 지난 후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은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몇 가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사실에 따르면, 사람은 쉽게 상상이 되는 일일수록,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과대평가한다고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미래를 비현실적일 만큼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런 낙관적인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진을 경험하면 그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자신이 미래에 재앙으로 죽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리지만, 채 몇주가 지나지 않아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되돌아간다. 예를 들어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더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우리의 뇌가 상상하는 미래에 늘 즐겁고 매혹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주 일상적이거나 어리석은 것 혹은 불쾌하거나 무서운 것들도 있다.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면서 한껏 즐기기보다는 염려를 더 많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서운 상상은 말 그대로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런것들을 그토록 장황하게 만들어내려고 하는가?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불쾌한 사건을 예견함으로써 그것이 불러올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례로 한 연구에서 강한 전기 충격을 20번 받은 집단보다 강한 충격 3번, 약한 충격 17번을 받은 집단이 전체적으로는 더 적은 양의 충격을 받았지만, 심장박동이 더 빨랐고 땀도 더 흘렸으며 더 심한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고되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약한 충격을 받은 집단의 참가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3번의 강한 충격은 예상할 수 있는 20번의 강한 충격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불쾌한 사건을 상상하며 고통을 경험하는 두 번째 이유는 공포, 염려 그리고 불안이 우리 삶에서 유용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봄으로써 스스로를 준비시키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측하는 것은 공포를 내다보는 일이 될 수 있지만, 이 때의 목적은 미래의 예측보다는 특정한 모습의 미래를 예방하는데 있다.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예방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효과적인 동기부여 방법임을 알 수 있다.
– 통제에 대한 강렬한 욕구
미래를 전망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고통을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뇌는 고집스럽게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만들어내려고 애쓴다. 중요한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일이 발생할지 미리 앎으로써, 지금 그 일에 관해 무언가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뇌는 우리가 경험할 것들을 통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왜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하는가? 두 가지 대답이 존재한다.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는 대답이고, 다른 하나는 말도 안되게 틀린 대답이다.
기가 막히게 맞는 대답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통제력을 행사하는데서 만족감을 느낀다. 통제력을 통해 얻는 미래 때문이 아니라, 뭔가 통제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 유아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행동의 대부분은 통제에 대한 이러한 욕구의 표현들이다. 막 첫 걸음을 뗀 아이는 블록 더미를 무너뜨리거나 공을 꾹 누르거나 혹은 이마로 컵케이크를 뭉개는 일을 재미있어 하면서 즐거움의 탄성을 쏟아낸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자기 스스로 해냈기 때문이다.
인간은 통제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이 세상에 왔고, 그 모습 그대로 이 세상을 떠난다. 통제력을 상실하면 인간은 불행하고 무력하며 희망도 없고 우울해진다고 한다. 연구를 위해 심리학자들이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그들이 기를 수 있는 화초를 주었다. 절반은 화초 돌보기를 스스로 하게 했고, 나머지는 직원 한명을 투입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6개월 후 낮은 통제집단은 30퍼센트가 사망한 반면, 높은 통제집단은 15퍼센트가 사망했다. 추후 연구 결과, 통제력이 노인들의 복지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더불어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생 자원자를 모집해 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도록 했다. 높은 통제집단은 결정권이 있는 집단으로 더 행복하고 건강하도 활동적이었으며, 더 적은 양의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를 얻고 실험은 종료했고 학생들의 방문도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에 몇 개월 후 높은 통제집단의 노인 중에서 많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즉 연구가 종료되자 통제력을 빼앗긴 셈이 되었던 것이다.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처음부터 통제력이 없었던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통제하고 싶은 우리의 욕구는 상당히 강력할 뿐 아니라 통제력이 있다는 느낌은 매우 뿌듯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예시로 자신의 상대가 무능력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무작위로 진행되는 내기에서 조차 더 많은 돈을 건다. 약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무작위로 받게 되는 자신의 카드를 통제할 방법이 없지만, 그럴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통제력에 대한 착각의 이상한 점은 이런 환상이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착각이 우리에게 주는 심리적인 이득이 진정한 통제력이 주는 이득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자신의 통제력에 대해 크게 착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임상적으로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한 성향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눈 앞의 현상을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보통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일부 학자는 정신건강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로 심리적 통제감을 꼽는다. 따라서 “우리는 왜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의 기막힌 정답은 바로 통제를 통해 우리가 즐거움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당신은 두 가지 생각에 사로잡힐 것이다. 하나는 ‘시간의 강’이라는 말을 왠지 또 다시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시간의 강을 따라 조종해가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과 안녕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배가 어디로 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는생각이다.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도착했을 때의 우리의 기분은 다르다.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가장 좋은 목적지를 선택하게 하고 최악의 목적지는 피하도록 만들어 준다. 다른 동물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쾌락과 고통을 배울 수 있지만 우리는 겪어보지도 않은 일을 상상을 통해 예견함으로써 몸소 체험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선장이기를 원하고 원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향하는 미래에는 좋은 미래도 있고 나쁜 미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시점에서 그 둘을 구별해 우리의 배가 더 나은 쪽으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존재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착시를 경험하고, 과거에 대해서도 착각을 하듯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면서 착각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이 세가지 종류의 착각은 모두 동일한 심리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4. 맺음말
– 제 2부 ‘주관성’에서 나는 행복의 과학에 관해 이야기 할 것이다.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감정’이라는 복잡하게 얽힌 개념에 대해 탄탄하고 과학적인 답을 얻을 수 있을까?
– 우리는 공간을 탐색하기 위해 눈을 사용하고, 시간을 탐색하기 위해 상상을 이용한다. 때로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있는 것처럼 여기듯, 상상은 미래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예측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상은 세가지 결함을 안고 있다.
– 제 3부 ‘현실주의’에서는 세 가지 결함 중 첫 번째 결함에 대해 논한다. 우리는 상상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회의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할 것이다.
– 제 4부 ‘현재주의’에서는 두 번째 결함에 대해 논한다. 즉, 우리가 상상을 통해 만들어내는 미래는 사실상 우리의 현재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이야기할 것이다.
– 제 5부 ‘합리화’에서는 세 번째 결함에 대해 논한다. 상상은 우리가 실제로 미래에 도달했을 때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 제 6부 ‘교정’에서는 예측의 착각이 왜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혜로써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를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