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주의_CHAPTER 6 : 현재의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다
과거에 현재를 예측한 모습을 보면 현재의 모습은 당시에 예측했던 미래의 모습들이 빠져있다. 당시에 예측한 모습에는 그저 그 시대의 기준에서 예측한 모습만 있을 뿐이다. 이런 내용들이 우리의 흥미를 끄는 이유는 그 내용이 우리의 현실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1. 오늘과 비슷한 내일을 예측하는 실수
미래가 현재와 다를 것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성은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윌리엄 톰슨 켈빈 경은 19세기 공기보다 무거운 기계는 하늘을 날 수 없다라고 자신 있게 예측해고 많은 과학자들이 동조하였다. 그리고 천문학자 시몬 뉴컴은 현존하는 어떤 형태의 물질이나 기계, 그리고 동력을 조합하더라도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한 라이트 형제의 윌버 라이트 조차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50년 안에 사람이 비행에 성공하기는 어려울거라고 말하며 그들의 말을 일부 인정했다. 이처럼 잘못된 미래 예측의 사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례들을 일일이 기억하기보다는 그런 실수의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
– 미래를 상상할 때 작동하는 현재주의
평범한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앞서 우리는 뇌가 과거를 기억하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 채워넣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뇌는 어제와 내일을 개념화하면서 그 사이의 빈 곳을 오늘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채워넣는다. 여러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은 사람들은 그들이 현재 생각하고 행하고 말하는 것을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하고 말했었다고 회상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과거 기억의 빈 공간을 현재의 경험으로 채우는 경향성은 과거 감정을 기억할 때 더욱 강력하게 나타난다.
– 과거를 상상할 때 작동하는 현재주의
과거가 여기저기 구멍 뚫린 벽이라면 미래는 큰 구멍 자체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채워넣기 속임수를 사용하지만, 미래에 대한 상상은 그 자체가 채워 넣는 속임수이다. 실험실 연구와 슈퍼카멧 현장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보면, 막 음식을 먹고 난 후 음식을 구매하는 경우 우리는 자신의 미래 식욕을 과소평가하고 조금밖에 사지 않는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미래의 배고픔을 상상하지 못하듯 우리의 마음 또한 그러하다. 한 연구에서 연구진이 참가자들에게 지리에 관한 다섯 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문제에 답하고 나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보상으로 주겠다고 알려주어다. 하나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답 대신 초코바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참가자 중 일부는 문제풀기에 앞서 보상을 먼저 선택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퀴즈를 풀고 난 후 보상을 선택했다. 그랬더니 참가자들은 문제를 보기 전에는 초콜릿 바를 선호했으나 문제를 풀고 난 후에는 정답을 더 알고싶어 했다. 다시말해 시험을 치르는 동안 사람들은 정답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어 초콜릿 바보다 정답에 더 가치를 두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그들이 미리 알았을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시험 전후 보상 선택에 대해 예측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두 조건 모두 초코바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를 풀어보면서 그 강렬한 호기심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답을 알고싶어 초코바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왜 실패하는 것일까?
2. 미리 느껴보기(prefeeling)의 특징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상상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마음에 떠올린 것과 실제로 보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없다. 그 이유는 시각 피질이라 불리는 뇌의 영역은 마음의 눈으로 어떤 것의 모습을 탐색할 때도 눈으로 그 사물을 실제로 볼 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뇌가 어떻게 상상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다시 말해, 뇌는 실제 세계에 있는 형상을 상상하고자 할 때 뇌의 감각 영역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싶거나 듣고 싶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우리 앞에 제시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 정보들을 기억으로부터 끄집어내 보고 듣는 것이다.
상상의 과정은 우리가 현재에 갇혀 있으면서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라고 한다. 상상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을 통해 미래의 감정을 예측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영리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것을 상상할 때 경험하는 감정은 실제로 그 일이 발생할 때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좋은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우리가 미래의 사건을 상상할 때, 종이에 그 사건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 사건을 상상 속에서 시뮬레이션해보고 그 상상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반응에 기초해 미래를 예측한다. 다시말해 우리의 상상은 사물을 미리 보게 해주며, 또한 사건을 미리 느껴보게 해준다.
– 미리 느껴보기의 장점
우리의 감정을 예측할 때는 논리적 분석보다 앞에서 소개한 미리 느껴보기가 더 정확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과 가필드의 우스꽝스러운 포스터를 보여주었다. 몇몇 사람에게는 두 그림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한 뒤 하나는 왜 좋아하고 다른 하나는 싫어하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하도록 요구했고 (논리적 사고 집단), 나머지 사람에게는 그림을 보는 순간 즉시 떠오르는 감정에 기초해 그림을 선택하도록 했다. (미리 느껴보기 집단) 연구진이 나중에 전화 인터뷰를 통하여 자신이 고른 그림이 얼마나 좋은지 물었더니 논리적 사고자 집단이 더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리적 사고자 잡단은 집 안에 그림을 걸어 놓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미리 느껴보기 집단은 자신의 느낌을 따랐다. 즉 자기 벽에 걸릴 그림을 상상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느낄지를 떠올린 것이다. 그들의 판단은 옳았으며 미리 느껴보기 집단이 논리적 사고자 집단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의 만족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현재 상태에서 감정을 미리 느껴보지 못하면 미래에 느낄 감정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상상을 통해 미리 무언가를 느껴보는 것이 미래의 느낌을 예측하는 데 항상 좋은 지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뇌의 영역들이 이미 다른 중요한 일을 하느라 바쁘다면, 상상하는 데 쓸 여력이 없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만일 우리가 뇌에게 실제 사물과 상상의 사물을 동시에 보도록 요구한다면, 뇌는 실제 사물을 보지 상상속의 사물을 보지 않는다.
뇌는 실제 상황을 지각하는 일을 최우선적 임무라고 생각하므로, 상상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잠시 시각 피질을 빌리려는 당신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되고 만다.
– 미리 느껴보기의 한계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를 보거나 느낄 수 없다. 뇌는 무엇을 보고 느낄지 그리고 어떤 것을 무시해버릴지에 대해 엄격한 우선순위를 갖추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상상이 요구하는 것들은 거의 언제나 무시되곤 한다. 감각과 감정의 체계에서는 현신 우선 원리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둘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 즉 우리는 우리 감각 체계가 상상의 요구를 무시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감정 체계도 그렇다는 점은 모르고 있다.
실제 세계에서 얻은 정보를 통한 시각 경험을 시각이라 하며, 기억에서 얻은 정보를 통한 시각 경험을 심상이라고 한다. 시각 경험의 큰 특징은 실제 세계의 정보와 상상의 정보를 구별할 줄 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경험은 다르다. 실제 세계에서 얻은 정보의 결과로 생기는 감정적인 경험을 느낌이라고 한다면, 기억에서 얻은 정보의 결과로 생기는 감정적인 경험은 미리 느껴봄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둘이 구별되지 않고 마구 뒤섞여버리는 일이 흔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유쾌하지 않는 순간에 내일 저녁에 친구와 카드게임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지를 상상한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현재의 감정을 상상속의 당신 친구에게도 잘못 귀결시킬 것이다.
우울증의 징후 가운데 하나는 미래를 예측할 때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면서 행복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감정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지배해,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현재의 일로 기분이 나쁠 때,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쾌한 기분의 원인을 뇌의 현실 우선 원리로 인한 어쩔수 없는 결과로 받아들이기 보다 우리가 떠올린 미래의 사건 그 자체 때문이라고 잘못된 판단을 한다.
3. 맺음말
시간, 장소, 상황에 얽매여 있는 우리는 그런 제약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상상을 시도하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상상은 현재의 경계를 쉽게 뛰어넘지 못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상을 담당하는 노ㅚ의 영역이 동시에 지각을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상과 지각이 동일한 뇌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둘을 착각하게 된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경험하는 정서적 상태가 미래가 닥쳤을 때 실제 경험하는 우리의 정서와 같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면서 경험하는 정서는 사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경험에 따라 결정된다. 이처럼 지각과 상상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주의를 유발하는 요인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