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주의_CHAPTER 7 : 시간을 상상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것을 목격한 사람은 없지만 시간을 흘러가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을 상상하는 것보다,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운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사물의 심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우리를 물리적 세계에 잘 적응하도록 만들어준다.
시간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추상적인 것이므로 상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물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미래의 우리 감정을 예측할 때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상상을 해야한다. 그러나 만일 시간이 추상적인 것이라 그 심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대체 어떻게 마음속에서 시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까?
1. 시간을 공간처럼 생각하다
사람들은 어떤 추상적인 것을 생각할 때, 그 추상적인 것과 비슷한 ‘구체적인 사물’을 떠올려 그것으로 추상적인 것을 대신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추상적인 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것은 공간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상상한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과거는 우리 뒤에 있다’,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노년 으로 향해 간다’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영어권 사람들은 보통 과거를 왼쪽에 놓고, 아랍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른쪽에 놓는다. 중국어권 사람들은 과거를 밑바닥에 놓는다. 모국어가 무엇이든 중요한 점은 우리가 과거나 미래를 어떤 장소에 놓는다는 점이다.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유추하여 상상하는 데는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진실 중 하나는 정말로 멋진 일도 처음 일어났을 때는 매우 감격스럽지만, 그것이 반복될수록 그 놀라움이 시들해진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습관화라고 부르고 경제학자들은 한계효용체감이라고 부른다.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고안해냈는데, 다양성과 시간이다. 다시 말해 습관화를 이기는 한 방법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반복되는 경험 사이 사이의 시간 간격을 늘리는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다양성과 시간 중 하나만 있으면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는 점이다. 즉, 같은 사건이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되면, 다양성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
당신과 당신의 친구가 레스토랑에서 두가지 다른 요리를 주문한 것은 현명하다. 왜냐하면 음식을 빠른 속도로 먹기 때문에 두 요리를 시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달에 한번씩 먹게될 요리를 미리 주문하라고 요구했을 때는 다양성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다양성을 원하는 우를 범했을까? 그 이유는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비유해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한꺼번에 먹을 때 즉 한 공간에 여러 음식이 배치되어있을 때는 다양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문제는 우리가 1년 동안 시간 간격이 충분한 열 두 번의 식사를 하게 될 때도 마치 테이블 위에 놓은 열 두가지 요리를 동시에 먹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2. 현재를 출발점으로 미래를 생각하다
시간을 상상하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비유하여 상상한다. 물론 시간에 대해 전혀 상상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심상에는 시간이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일에 대한 미래의 우리 감정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는 그 일이 현재 일어난다면 어떻게 느낄지를 상상한다. 그 후에 현재와 미래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 우리의 느낌을 조정한다. 미래가 현재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는 행동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중에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참조하여 처음의 상상을 수정하는 판단 전략은 필연적으로 큰 오류를 저지른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초기 값이 최종 판단치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우리의 최종 판단치는 대개 초기값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정보가 우리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똑같은 우너리가 미래에 대한 상상 과정에도 적용된다. 미래 사건을 일단 현재에 일어나는 일처럼 상상한 후에, 그 사건이 미래에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여 판단을 수정하기 때문에 동일한 실수를 범하게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더 미래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3. 미래에 대한 생각은 현재에서 출발해 현재로 끝난다
– 과거와의 비교
사람의 뇌는 자극의 절대 강도에 민감하지 않다. 오히려 뇌는 차이와 변화에 놀라울 정도로 민감하다. 즉 자극의 절대 강도보다는 상대 감도에 더 민감한 것이다 이는 모든 물리적 속성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이는 주관적인 속성에서도 나타난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훈계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 논리가 쇠귀에 경 일기나 마찬가지인 이유는 사람들이 돈의 절대 액수보다 상대 액수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장사꾼이나 정치가, 그 밖의 우리를 설득하려는 사람들은 우리가 상대벅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을 이용한다. 일단 과도한 요구를 한 뒤 거절하면 처음보다 적은 요구를 하면 받아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재를 과거와만 비교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능한 대안들을 생각해내는 일보다 과거를 기억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이런 경향성 때문에 우리는 기억할 수 있는 과거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곤 한다.
4. 가능한 대안들과 비교하기
사람들이 현 상태를 가능한 대안들과 비교하지 않고 과거와 비교하기 때문에 실수를 범한다는 것은 앞서 소개하였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현재 주어진 대안과 새로운 가능성을 비교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실수를 한다.
나란히 놓고 비교할 때 발생하는 가장 위험한 사실 중 하나는, 비교 대상이 되는 여러 대안들을 서로 구별하도록 해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의 주의를 끈다는 점이다.
5. 비교하기와 현재주의
그렇다면 비교하기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특징이 미래의 감정을 상상하는데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그 특징을 정리하면
(a) 어떤 것의 주관적 가치는 비교를 통해서 결정된다
(b) 어떤 경우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비교가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c) 따라서 어떤 종류의 비교를 하느냐에 따라 어떤 것의 가치가 크게 느껴질수도 있고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어떤 일에 대한 우리 감정을 예측하고자 할 때 우리가 미래의 그 시점에서 그 일과 비교하게 될 대상이 무엇인지를 비교해야지, 현재의 대안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들은 현재 우리가 하는 비교와 미래에 우리가 하게 될 비교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시간에 따라 비교 대상이 달라진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은 지금껏 이해하기 어려웠던 몇 가지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경제학,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1달러를 얻는 것보다 1달러는 잃는 것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큰 이득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해도, 같은 크기의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언가를 이득으로 볼 것인지 손해로 볼 것인지는 그 당시 우리가 행하는 비교에 달려있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하는 비교들은 우리의 감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더불어 우리는 오늘 하는 비교가 내일 하게 될 비교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의 우리 감정이 현재의 감정과 다를 것이라는 점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한다.
6. 맺음말
시간은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현재와 비슷한 모습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경험하는 현실이 매우 강력하고 생생해 그에 기초한 미래는 현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주의는 우리가 미래 시점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과 현재 시점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다음 장에서 알게되겠지만, 미래의 자기 자신의 관점을 고려하지 못하는 이런 근본적인 무능함이야말로 어설픈 미래학자인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