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_CHAPTER 8 : 우리만의 천국
대다수 사람들은 심리학자들이 가정했던 것처럼 꽃과 같이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외상을 경험하고 나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는 탄력적인 존재임이 밝혀졌다. 탄력성이 우리의 기본 속성이라면, 사람들의 탄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에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청난 사건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상상만 해본 사람들에게는 터무니없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하지 않을까?
부정적인 사건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은 아니다. 실직이나 이별을 겪게 되면 어떨까? 우리는 어떻게 느낄지 예측해보라고 하면 과대평가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겪어본 사람들의 행복을 과소평가가하기 때문이다.
1. 경험의 모호함
기본적인 심리과정에서도 ‘의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초기에 아무 분명해보이는 이 사실을 거의 무시 했다. 객관적 자극은 사람들 마음속에 주관적인 자극을 창출해내며, 사람들은 이러한 주관적인 자극에 반응한다. 우리가 글자를 이해하는 데는 잉크의 흐름이라는 객관적 속성이 아니라 우리가 주관적으로 그 글자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극 그 자체가 아니라 자극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반응하는 것이다.
– 자극의 모호함을 해소하는 방법
대부분의 자극은 모호하기 때문에 한 자극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그 모호함을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맥락, 빈도, 최신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세가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중요한 요인이 하나 더 존재한다. 우리는 모두 욕망이나 소망, 욕구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단시 세상을 수동적으로 구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정서적으로 개입해 때로는 어떤 모호한 자극의 여러 가지 의미 가운데 특정 의미를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한 자극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때, 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극을 해석한다. 결국 선호는 맥락, 빈도, 최신성처럼 자극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이다.
– 경험의 모호함을 해소하는 방법
중요한 점은 우리가 모호함을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이 단어나 문장 혹은 도형의 모양을 해석하는 데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삶의 경험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더 자주 나타난다.
경험은 본래 모호한 것이다 그러나 그 모호한 경험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는 것은 두 가지 해석 가운데 하나를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쉽고 간단하다.
2. 사실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기
생각해낼 수 있는 경험의 수 보다는 같은 경험이라도 그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의 수가 더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많은 해석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엄연히 현실과 이상 사이의 타협이다. 즉, 우리는 명백한 현실과 낙관적인 환상의 적절한 조합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와 착각 가운데 어느 하나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우리는 현실 없이도 살 수 없고 착각 없이도 살 수 없다. 그것은 각각 나름대로의 목적을 수행하고 서로의 한계점을 보완해준다. 우리의 세상 경험은 이 두가지 거친 경쟁자들의 슬기로운 타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심리 면역 체계를 가진 존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신체 면역체계처럼 우리의 심리 면역체계는 거절, 상실, 불운, 실패 등에 직면했을 때 우리를 방어하되 지나치게 방어해서는 안된다. 동시에 심리 면역체계는 우리를 충분히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심리 면역체계는 우리가 당면한 상황을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히 좋은 기분을 유지해주는 동시에 그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때로는 불편감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우리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 안된다. 우리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사물을 보는 최상의 관점을 찾아야 하며, 그 관점은 가능하면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현실과 착각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긍정적인 관점을 지니고자 하지만 그 관점은 동시에 믿을만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떤 관점을 믿을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수집하기
과학자의 주장이 믿을만한 이유는 그것이 관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진화의 오랜 시기를 거치는 동안 뇌와 눈은 일종의 계약 관계를 발달시켜 왔다. 그래서 뇌는 눈이 보는 것을 믿고, 눈이 부인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무언가를 믿으려면 그것은 사실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적어도 사실과 지나치게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어떤 관점이 믿을 만한 경우에만 수용되고 또한 믿을 만한 관점은 오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자신과 자신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사실을 조작한다. 훌륭한 과학자들은 가장 적절한 기법에 따라 도출된 결론은 설사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대로 수용한다. 그러나 형편없는 과학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 결론을 도출해줄 것 같은 기법을 선택한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과 경험에 관련된 사실을 모으고 분석할 때 형편없는 과학자들이 취하는 것과 똑같은 태도를 보인다.
우리가 우리에게 유리한 사실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행위는 우리의 기억에서 정보를 끄집어낼 때도 일어난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우리의 뇌는 눈이 보는 것을 믿기로 일종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눈은 뇌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딴죽걸기
우리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하거나 그런 정보를 줄 사람들은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견해를 얻는다. 두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 간 풋볼게임을 보더라도 서로 상대방 팀 선수들이 더 비신사적이었다고 주장하며 똑같은 중독 관련 뉴스를 보더라도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은 상대편에게 더 우호적으로 편향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모든 예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싶어 하는 것만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때로는 달갑지 않은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순간들도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이 분명히 존재하는 경우,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결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원하는 결과에 부합하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을 판단할 때 우리는 불공정한 잣대를 들이댄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연구를 보면 그 연구에서 사용한 연구 방법에 대해 훨씬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이런 이중 잣대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자신의 경험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결론과 반대되는 사실을 접하게 될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더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더욱 꼼꼼히 분석한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증거를 요구한다. 우리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때도 동일한 원리가 작용한다.
3. 맺음말
우리의 현실 왜곡은 우리의 경험히 본질적으로 모호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 지각이 터무니 없다는 것을 믿기 위해 뇌는 눈이 보는 것을 수용한다. 동시에 우리의 현실 지각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눈은 뇌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낸다. 우리는 섬기는 뇌와 눈의 이런 음모로 우리는 엄연한 사실과 낙관적인 자기 착각의 지렛대 사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래의 감정을 예측하는데 어떤 영향을 줄까? 다음장에서 소개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실과 착각의 지렛대 사이에서 살면서도 정작 그것을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