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결국 설정점으로 돌아가는가?
: 고강도 부정적 이벤트에 적응하는 어려움
인류의 조상들은 추위와 더위, 가뭄과 홍수, 풍요와 갑작스런 기근이 1년 간격으로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던 홍적세(258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극심히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남았다. 죽을 것 같던 추위도 견디다보면 살만했고, 죽을 것 같던 더위도 견디다보면 살만했으며, 풍작일 때 기쁘고 행복하지만, 지나치게 들뜨지 않고 저장하는 것에 신경을 쓰면 고통스러운 기근이 몰아닥쳤을 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적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곧 생존을 의미했던 우리 조상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현대인들도 모두 뛰어난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이 적응 능력은 생존과 번영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처음 연예를 시작해서 열정애를 과시하던 커플도 2~3개월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며, 처음과 같은 열정을 다시 찾기 어렵다. 커플들은 이 현상을 사랑이 식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슬퍼하지만, 사실 이것은 사랑이 식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열정애를 지속하다보면, 일을 해서 소득을 얻거나, 공부를 해서 성취를 보이거나, 가족 간에 유대를 다지거나, 가족 외의 공동체 구성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과 같이 개인이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들 놓치게 되고 이것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유전자는 열정애에 빨리 적응함으로써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적응했다고 하여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의 형태가 열정애가 아니라 우정애로 바뀌게 되고, 삶의 다른 부분들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모든 것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진 걸까? 목욕탕의 따뜻한 물이 처음에는 뜨겁게 느껴지다가 조금 지나면 따뜻하고, 더 지나면 미지근해지는 것처럼 좋은 일도 조금 지나면 미지근해 지는 것일까? 목욕탕의 차가운 물이 처음에는 견딜 수 없이 차갑지만 조금 지나면 그저 시원한 수준 되듯이 나쁜 일도 조금 지나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일까?
Brickman과 동료들(1978)은 복권 당첨과 불의의 사고같이 확률적으로 드물지만 존재하는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인생을 바꿀 만한 대형 이벤트를 경험한 사람들도 결국은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적응하는지를 확인해보고자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들은 첫 번째 연구에는 불의의 사고로 신체 일부가 마비된 지 6개월 이상이 경과한 사람 29명(사고 희생자: 하반신 마비 11명, 사지 마비 18명), 복권에 당첨된 지 6개월 이상 경과한 사람 22명, 그리고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복권에 당첨된 적이 없는 88명의 사람들(통제집단)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복권 당첨자와 사고 희생자, 통제집단에게 당신이 그 동안 살아온 시간들의 행복들과 비교할 때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행복한지 0점(전혀 행복하지 않다)에서 5점(매우 행복하다) 사이로 평정하였다(present happiness).
다음으로 복권 당첨자와 사고 희생자에게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같은 방법으로 평가하게 하였고, 통제집단에게는 6개월 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평가하게 하였다(past happiness).
아울러 몇 년이 지난 후에 당신이 얼마나 행복할 것 같은지 같은 방법으로 평가하였다(future happiness). 끝으로 일상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것, TV 보는 것, 아침 먹는 것, 재밌는 농담을 듣는 것, 칭찬을 듣는 것, 정기 간행물을 읽는 것, 옷을 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서도 0-5점 사이로 평정하였다(mundane pleasure).
표-1은 첫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통제집단과 복권 당첨자를 비교해 보자. 통제집단과 복권 당첨자는 과거(3.77 vs. 3.32), 현재(4.00 vs. 3.82), 미래(4.20 vs. 4.14)의 행복 예측에서 모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생활의 즐거움(친구와의 대화, 아침 먹기 등) 측면에서는 통제집단의 즐거움(3.82)이 복권 당첨자(3.33)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복권 당첨자들이 당첨의 즐거움에 적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고 희생자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먼저 사고 희생자(4.41)의 과거 행복은 통제 집단(3.32)의 과거 행복보다 강했다. 즉 현재와 비교할 때 사고를 당하기 전은 매우 행복한 시기였다. 하지만 사고 희생자(2.96)의 현재 행복은 통제 집단(3.82)의 행복보다 낮았다. 이는 사고 희생자가 6개월 이상이 지나도록 사고로 인해 저하된 행복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래 행복에서는 사고 희생자와 통제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1은 복권 당첨과 같은 고강도의 긍정 정서 유발사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빨리 적응하지만, 사고로 인해 불구가 된 것 같은 고강도의 부정 정서 유발사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이 매우 느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Brickman과 동료들(1978)은 연구-1에서 복권 당첨자들과 통제 집단 사이에 과거, 현재, 미래 행복 평가에 차이가 없었던 이유가 복권 당첨자들이 쾌락에 적응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행복감이 통제 집단 정도로 높지 않은 사람들이 복권을 샀기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2를 수행하였다.
연구-2를 위해 86명이 참여하였고, 이 중 44명은 복권 구매 경험을 먼저 물어보고 행복을 측정함으로써 복권 구매 맥락이 행복 평가에 영향을 미치도록 조작하였고(lottery context), 나머지 42명은 행복을 먼저 측정하고, 복권 구매 경험을 물어봄으로써 두 가지 질문이 모두 중립적인 상태가 되도록 조작하였다(everyday context). 복권 구매 경험은 매달 1번 이상 구매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과 최근 6개월 내에 1번이라도 구매한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로 측정하였다. 나머지 과거, 현재, 미래 행복에 대한 질문은 연구-1과 동일하였다.
표-1은 연구-2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복권을 매달 1번 이상 구매하는지(구매자) 아닌지(비구매자)가 과거(3.76 vs. 3.89), 현재(3.81 vs. 4.00), 미래(4.40 vs. 4.58)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없었다. 최근 6개월 내에 1번 이상 복권을 구매한 적이 있는지(구매자) 아닌지(비구매자)를 통한 분석에서도 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복권 구매자와 비구매자 모두 현재(Buyers: 3.81, Nonbuyers: 4.00)보다 미래(Buyers: 4.40, Nonbuyers: 4.58)에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복권 구매 경험을 먼저 물어보고 행복을 측정한 참가자와 행복을 물어보고 복권 구매 경험을 물어본 참가자들을 구분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 복권 구매 맥락에서 행복에 응답한 집단(3.52)이 행복에 먼저 응답한 집단(4.10)보다 과거에는 불행하다고 평가하고, 미래는 복권 구매 맥락(4.62) 집단이 일상 맥락 집단(4.29)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며, 현재의 행복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복권 구매라는 맥락은 미래의 행복을 현재보다 낙관적으로 예측하게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2를 통해 복권 구매자와 비구매자 사이의 과거, 현재, 미래 행복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연구-1의 복권 당첨자들의 행복이 통제 집단의 행복과 다른지 않은 이유가 쾌락 적응 때문이며, 이들의 기본적인 성향이 낙관적 혹은 비관적이기 때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하여 연구-2는 이는 복권을 사는 사람과 사지 않는 사람 모두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복권 구매에 점화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재보다 미래를 더 행복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복권은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보다 복권을 내 손에 쥐고,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당첨을 기대하는 과정이 더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알고 싶다면,
Brickman, P., Coates, D., & Janoff-Bulman, R. (1978). Lottery winners and accident victims: Is happiness rela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6(8), 917-927.
http://dx.doi.org/10.1037/0022-3514.36.8.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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