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_어린 시절의 행복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Epigraph)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그대로 인해 기쁨이 흐리지 않는가! 잡을 수 없던 그대를 우리는 잊지 않고 있었네. – 윌리엄 워즈워드
사람은 어린 시절에 만난 타인과의 경험과, 그들로 인해 구체적으로 겪은 일들을 의식하지 못한 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과거가 품고 있는 한 단면이다.
소설자 조지프 콘래드는 이 점에 대해 이렇게 탄식했다.
[1] “어린 시절 바라고, 사랑하고, 삶에 대해 확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비극인가!”
아동기에 형성된 자의식과 기대의식은 우리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이후의 삶을 풍요롭게 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낸다. 그랜트 연구는 콘래드의 경고가 진실이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슬픔을 이겨낼 희망찬 소식도 함께 알아냈다. 그것은 아동기에 경험한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이후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s)는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아도 아동기 환경을 경감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그랜트 연구는 이 점에 대해서도 밝혀냈다. 수면자 효과는 어릴 때 가졌던 깊은 애착관계가 우연이나 슬픔, 건망증 때문에 잊혔다가 수십 년 만에 다시 기억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잊고 있던 사랑을 되찾는 것은 깊은 치유효과가 있다. 그러나 부정적 영향을 주는 수면자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리즘, 심각한 우울증, 알츠하이머 유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있지만 성장하고 나서야 그 사악한 모습을 드러낸다. 수면자 효과로 일어나는 현상은 어린아이가 인생에 어떤 모습으로 적응하고 사는가는 그가 겪은 전체적인 경험이 어떠했는가에 따라 결정되지, 사회적인 혜택이나 부모의 학대, 몸이 병약했다거나와 같은 좋거나 나쁜 한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횡단 연구의 순간적인 관찰을 통해 도출된 가설은 종단 연구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이 더 크다.
[2] 예컨대, 횡단연구에서는 성공적인 노화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경제적 수입과 사회적 계층이라고 했다.
[3] 게다가 종단 연구를 통해 알아낸 증거들을 보면, 사람이 중년기나 노년기에 부자로 성공적인 노년을 즐기는 이유는 그들이 어린 시절 경제적 특권을 누리며 살았기 때문이거나, 사람들이 흔히 세속적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외모나 활발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이 노년기에도 부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동기에 따듯하고 친밀한 관계 속에 자랐거나, 아동기에 가졌던 좋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간접적 결과물이다.
하버드 집단 가운데 어떤 대상자가 군대에 높은 계급에 오르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동기의 따듯한 경험과 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기억할 것이다.
[4] 글루엑 연구의 이너시티 집단 가운데 부모가 부유하지 않았지만 존경받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따듯한 우정과 함께 자란 대상자는 성인이 되어 높은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대상자보다 현저히 높았다.
[5] 아버지가 생활보호대상자이거나 다양한 가족 문제를 가진 대상자는 따듯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대상자보다 수입이나 사회적 계급 면에서 낮은 삶을 살았다.
아동기에 따듯한 인간관계를 누렸는가가 성인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을 했다.
에릭 에릭슨은 콘래드가 느낌으로 말한 아동기의 영향을 연구한 학자이다.
[6] 에릭슨은 유아의 첫 번째 과제는 신뢰와 희망을 키우는 것이고, 2~4세 아이는 자주성, 5세 아이는 주도성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는 에릭슨이 말한 어린 아이의 세 가지 과업과 이러한 단계를 거치는 동안 얻은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집중하겠다.
1. 아동기 환경 평가 방법
1970년 우리는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이 아동기에 어떻게 살았기에 성공적으로 희망과 신뢰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는가와, 자주성과 주도성 발달에 중요한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연구에 착수했다.
아동기 삶의 질을 평가하면서 편견을 없애고자 몇 가지 규칙을 정해 지켰다.
[7] 첫째, 등급 판정은 대상자들이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시절 받은 정신과 면담뿐만 아니라 부모, 특히 어머니와 함께 한 면담기록에 근거를 두었다.
둘째, 평가에 참여한 연구 요원들은 대상자들이 사춘기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평가했다.
셋째, 우리는 정확한 등급 판정을 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8] 즉, 각 대상자의 아동기는 최소한 두 명의 판정원이 평가했고 평가 신뢰도는 매우 높았다.
넷째, 우리는 완성되고 독립적인 2개의 평가를 대조 검토했다. 대상자의 아동기 환경은 1940년대에 처음 평가한 자료였으며, 좋음에서 나쁨까지 1~3등급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첫 번째 평가를 한 뒤, 30년이 지난 1970년에서는 1972년 사이 똑같은 자료를 통해 두 번째 독립적 평가 자료를 만들었다(부록 C 참조).
우리는 구체적 행동 범주들을 숫자로 사용한 등급으로 전환했다. 이번에는 어떤 한 가지 사실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동기 환경에 대해 5개의 독립적인 질문을 사용했다. 그 질문은 아래와 같다.
– 가정 분위기가 따듯하고 안정되었는가?
– 아버지와의 관계가 따듯하고 격려를 많이 받았으며, 자주성 형성에 도움이 되고, 주도성과 자존감 형성에 힘이 되었나?
– 어머니와의 관계가 따듯하고 격려를 많이 받았으며, 자주성 형성에 도움이 되고, 주도성과 자존감 형성에 힘이 되었나?
– 평가원이 대상자가 말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는가?
– 대상자 형제자매 가운데 최소 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는가?
두 명의 개별 평가자들은 대상자들이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시절 모은 자료에 근거하여 5개 질문에 대한 각각의 답을 좋음(5), 평균(3) 나쁨(1)로 평가한 뒤, 두 평가 점수의 평균값을 만들었다. 상위 25퍼센트의 아동기 환경은 “따듯함”, 하위 25퍼센트는 “쓸쓸함”, 나머지 중간의 50퍼센트는 “그저 그럼”으로 평가했다. 우리는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평가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을 “사랑받고 자란 아이”, 하위 10퍼센트에 속하는 대상자들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라고 불렀다.
편견이 개입할 만한 한 가지 잠재요소는 새롭게 선정된 평가자들이 관대한 교육환경에서 자란 세대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두 평가자 그룹의 평가 결과는 매우 비슷했다.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을 알아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사랑 받고 자란 아이보다 70세에 이르렀을 때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이 8배나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적 부에 관한 문제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하자면, 가장 따듯한 아동기 환경을 경험한 59명의 대상자는 가장 쓸쓸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63명의 대상자보다 수입이 50퍼센트 더 많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결과였다. 또한 아동기에 얼마나 따듯한 환경에서 자랐는가와 삶의 만족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70세가 되어서 따듯한 사람들의 도움을 누리며 사는 비율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에 견주어 4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너무 추상적이다. 그래서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고자 한다.
– 올리버 홈즈 : 어린 시절의 안정감이 그대로 이어지다
올리버 홈즈 판사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가장 따듯한 아동기를 보낸 사람이다. 그는 아동기 환경 평가에서 25점 만점에 23점을 받았다.
홈즈는 사랑받는 아동기 환경에서 자랐다.
그레고리는 홈즈의 어머니를 “다소 진지하지만 매우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이라고 기록했다.
홈즈는 자신의 아버지를 “관대하고 다른 사람의 개성을 절대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홈즈는 자신의 부모를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는 독자들이 “홈즈는 잘 사는 집 출신 판사잖아..당연한 결과지”라고 불평할 것을 이해한다. 때문에 사회과학에서는 통계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이 칠십대 말에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부모의 사회적 계급이나 대상자의 수업이 아니라 그들이 보낸 아동기 환경과 관계가 있으며, 아동기 환경보다 더 밀접한 요인은 대상자가 자신의 아버지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는 홈즈가 78세일 때 그의 가족들과 다시 면담했다. 당시 홈즈 판사는 일주일에 여러 날을 메사추세츠 주의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홈즈는 언제나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려 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정확했지만, 그 눈빛은 자애로운 부모가 자식들을 바라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홈즈의 사례는 따듯한 아동기 환경에 대한 그랜트 연구의 좋은 본보기이다. 그렇다면 따듯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사람이 미래에 성공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러 요인들이 서로 어떤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직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삶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은 사랑이 없는 가정이 어떠했는지를 보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샘 러브레이스 : 끝까지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사람
1940년 샘 러브레이스가 처음 그랜트 연구에 참여했을 때 그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샘 러브레이스의 삶을 들여다본 사람 중 누구도 그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동기 환경 평가 점수는 25점 만점에 5점이었다. 그의 집단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중산층이었다. 샘은 부모가 원치 않았던 임신의 결과로 태어났다. 여기서 따듯한 아동기 환경은 10종 경기 평가 점수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반면, 사회적 지위와는 통계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샘은 자라면서 “부모에 관해 잘 알지 못한 채”로 자랐다고 생각했고 “어머니나 아버지에게서 그분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샘의 부모는 그가 “너무 독립적인”아이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자제력이 있는 대상자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사랑이 넘치는 환경은 그들에게 인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이 확신은 그들이 세상에 나가 세상과 맞설 용기를 주었다.
그는 아동기에 그랬던 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을 찾으려 무던히도 애썼다. 외로움은 성인으로 사는 동안 그에게 떨칠 수 없는 문제로 다가왔다. 그는 만성 알코올리즘을 앓는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 생활은 최악이었다. 그는 교회에 가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하나 더 잃었다.
러브레이스는 히피 문화를 인정한다며 그 이유를 “기성세대를 뒤흔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찬성해요.”라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가 가진 긍정적인 생각이 있다면 그 상황도 언젠가는 변할 거라는 희망이었다. 18세 때 그런 생각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09] 그러나 50세에 이처럼 말했다는 것은, 그가 사회적으로 격리된 채 살고 있으며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세상의 고통과 어려움을 찾아내어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행복한 아동기를 보낸 보수적 성향의 대상자들이 인종 간의 통합 과정을 늦추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러브레이스는 인종 간의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구강기는 성 심리 발달 과정에서 가장 이른 단계를 말한다. 구강기는 희망과 사랑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마음을 갈구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볼 때 더 설득력이 있다.
[10] 에릭슨이 발달의 연관 관계를 기본적 신뢰의 부족으로 현명하게 재구성하며 말한 것처럼.
러브레이스가 입과 관련된 습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각성제를 복용했고, 여러 갑의 담배를 피웠으며, 8온스의 버번 위스키를 마시며 하루를 마감했다. 그리고 잠들기 위해 수면제 세알을 먹었다. 어린 시절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있었다. ‘샘 러브레이스의 부모가 그에게 남겨준 것은 사랑의 굶주림 자체가 아니라, 부모와 자신을 포함하는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두려움이 그의 삶을 파괴했다.
내가 그를 다시 면담한 것은 그가 53세 때로, 알코올리즘으로 고생하던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아내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의 짐을 내려놓은 그의 삶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났다. 그는 내가 3년 전에 보았을 때와 같이 죽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걱정도 없는 듯 했다.
그가 아내를 잃고 처음 3년 동안 변한 모습을 보긴 했지만, 80세를 앞둔 샘을 봤을 때 나는 그가 같은 사람인지 의심할 만큼 놀랐다. 그의 우울증은 많이 좋아졌다. 그는 또 25년 전보다 젊어보였다. 그는 전에 먹던 각성제를 모두 끊은 상태였다. 그는 부인이 죽은 뒤 새 여자 친구를 만났다. 그는 79세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난 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뇌가 성숙하면 친밀감을 더 느낄 수 있다. 특히 뇌의 발달이 감정적 결핍 때문에 늦추어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에게는 전에 겪은 일보다 더 좋아진 일에 대하여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인생은 변하고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콘래드가 비극이라고 말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2. 아동기와 노년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
그랜드 연구 대상자들이 50세가 되었을 때 나는 아동기 환경과 성인의 삶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여러 가지 분석을 해보았다. 분석 결과 아동기에 겪은 환경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이후에 살아가는 삶에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좋은 아동기 환경을 경험하고 자란 대상자의 50퍼센트가 성인의 삶에 가장 잘 적응한 반면, 가장 나쁜 아동기 환경을 경험한 대상자는 이 비율이 8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사랑받고 자란 대상자 가운데 7분의 1이 살면서 심각한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을 경험했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대상자 가운데서는 이 비율이 50퍼센트였다.
그랜트 연구에 의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평가된 대상자들이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사례 기록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일련의 연결 고리를 자주 보았다. 좋지 않은 아동기를 경험한 사람은 1단계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했고 2단계로 평균 이상의 기분 전환용 약물을 복용했다. 3단계로 그들 스스로 세상에 맞설 확신이 없어 끊임없이 걱정하며 살았다. 4단계이자 가장 잔인한 영향은 그들이 삶을 마감하는 단계에 함께하는 친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형제자매와 사이좋게 지냈고, 에릭슨이 말한 성숙하고 또는 생산적인 사회 활동 범위를 확보할 확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보다 8배 더 높았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아동기 환경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제 이 장이 말해주는 결론을 정리해보자. 아이들이 어떠한 성인으로 자랄지는 그들이 겪은 총체적 경험 때문이지 어느 하나의 특정한 좋거나 나쁜 일 때문에 결정되지는 않는다. 50세에 대상자들이 어떤 정신 건강을 유지하며 살지를 예견해주는 것은, 특정한 요인이나 발생 형태가 아니라, 긍정적인 요건이건 부정적인 요인이건 발생한 요인들의 조합이나 총체적 합이었다.
[11] 대상자들이 약 50세가 되었을 때 연구팀은 그들에게 라자르 성격검사에 있는 182개 문제에 예/아니오로 대답하게 했다.
진술 가운데 8개에 대한 답은, 30년 뒤 누가 10종 경기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지 낮은 점수를 받을지 매우 명확하게 구별해주었다. 8개 진술은 다음과 같다.
– 이성과 있을 때 하는 내 행동이 나를 불안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 나는 종종 인간이 성적으로는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나는 보통 내 욕구가 최우선이라고 느낀가.
– 다른 사람들은 내가 성생활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 나는 쉽게 내 관심사에 빠져 다른 사람의 존재를 잊곤 한다.
– 나는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벽을 쌓고 산다.
– 나는 내가 원하는 정도보다 더 많이 타인과 거리를 둔다.
– 나를 때로 내 감정들의 깊이가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아동기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질문은 인생의 감정적 측면과 그에 따른 자신에 대한 불신, 염세적 경향과 두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불편함을 다룬다. 따뜻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들은 이 질문에 동의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매우 뚜렷하게) 불행한 아동기를 보낸 대상자는 4개 이상의 질문에 동의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더 편안함을 느끼며 산 대상자들은 나머지 삶에서 성공적으로 살 가능성이 더 많았다.
하버드 집단 대상자 가운데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직업 생활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분노를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12] 이 점에 대해서는 <성공하는 삶의 심리학>과 이너시티 집단의 직업 환경에 대한 통계 조사에 정리해주었다.
분노는 감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매우 민감한 작용이다. 어느 누구도 영원히 분노의 감정을 피하며 삶에서 성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노라는 불편한 감정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발달 과정에서 극복해야하는 도전 과제이다. 이는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한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감정과 이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신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13] 아이들이 막 슬픔과 분노와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알아가지 시작할 때, 감정 표현이 과하더라도 이를 나쁜 행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참아주는 아량이 있는 부모를 둔 것이 아이가 타인의 반응을 신뢰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준다.
3. 유전적 요인 대 환경적 요인
1977년에 나는 이런 기록을 남겼다.
[14] “개별적인 상처가 성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아동기 동안 지속적으로 경험한 상처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삶에 영향을 준다. 친척들의 정신 건강이 어떠했는가는 대상자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정신 건강과 관계가 없지만, 부모의 정신 건강 상태는 관계가 있었다. 아동기 환경 평가에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보다 정신적 문제를 가진 부모를 둔 비율이 2배 더 높았다. 이런 영향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경감되는 것처럼 보인다.”
돌이켜보면 2차 대전 후 사회과학계를 주도한 환경결정론은 전쟁전의 유전결정론 만큼이나 극단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전에 가졌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대한 생각을 재고해야 했다. 나는 정확한 데이터를 끌어내고 나를 포함해 이전의 연구원들이 가졌던 문화적 편견을 찾아내 수정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전향적 연구에 관심을 돌렸다.
<표 4-1>은 이런 분석을 요약해준다. 이 표는 쓸쓸했던 아동기 환경, 정신 질환이 있는 가족력, 21세에 측정한 성격 검사 결과라는 세 가지 조건에서 대상자들의 정신 건강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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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아동기 환경 |
가족의 정신 병력 |
신경질적 성질 / 외향성 (21세) |
A. 정신 건강 |
|||
심각한 우울증 |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정신과 상담 |
NS |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인생 전반에 걸친 정신 질환 |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적응, 21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NS |
성숙한 방어기제 |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NS |
적응, 30~47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10종 경기 |
매우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적응, 65~80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명확한 관련 |
|
|||
B. 사회적 건강 |
|||
인간관계, 47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매우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사회적 도움, 50~70세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NS |
에릭슨 성숙도 |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명확한 관련 |
자녀와의 관계, 50~70세 |
명확한 관련 |
NS |
NS |
|
|||
C. 아동기 환경보다 더 많은 영향을 준 유전적 요인 |
|||
알코올리즘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심장/혈관 질환 유발 위험 변수* |
NS |
명확한 관련 |
NS |
흡연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NS |
매우 명확한 관련 = p<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관련 없음 * 심장/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5개의 변수들의 합 (확장기 고혈압, 2형 당뇨병, 비만, 과도한 흡연, 알코올 남용). 심혈관 질환 위험 변수는 7장에서 다룸. |
<표 4-1> 의 첫 번째 두 개의 세로줄은 아동기 환경과 유전적 요인이 이후의 다양한 성숙 과정 및 상황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보여준다. 따듯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는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임을 예견해주었다.
<표 4-1>의 세 번째 세로줄은 우즈의 모호한 성격 특성 평가법에 내포된 의심스러운 측면을 반영한다. 우즈의 성격 특성 평가법은 매혹적인 이야기로 장기적 시야를 가진 연구에서는 큰 가치가 있다.
[15] 1980년대 중반, 국립 보건원과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의 연구원 폴 코스타와 로버트 매크레이는, 엔이오, 빅파이브, 파이브 팩터 모델 같은 여러 이름으로 알려진 성격 특성 목록을 만들었다.
통계수치를 좋아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빅파이브 모델은 성격 이해를 위한 탄탄한 평가 방법으로 생각되었지만, 나를 포함한 의사들은 사용 가치가 적다고 생각했다.
[16] 그렇게 생각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매크레이와 코스타는 이를 통해 성격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17] 이러한 주장은 내가 그랜트 연구에서 얻은 경험과는 상반된 주장이었으며, 다른 연구들도 그들의 주장에 매우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했다.
내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즈의 방법론은 처음에는 정확한 방법이라 생각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그 진실성을 의심받게 되었다. 그의 평가법은 효용이 크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숄츠는 당시의 자료로부터 7명의 독립된 평가자가 내린 평가에서 높은 일치도를 보인 5가지 성격 특징을 추론해낼 수 있었다. 그의 손을 거치며 이 다섯 가지 성격 특성은 <표 4-1>에 있는 대부분의 결과들에 대한 예견력이 있음이 증명되었고, 그 결과 나는 빅파이브 평가 모델의 예견력을 불신한 것을 재고하게 되었다.
[18] 하버드 집단이 67세일 때 이루어진 평가에서도 숄츠의 성격 특성과 하버드 집단이 받은 빅파이브 평가 점수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그랜트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켜본 우즈의 성격 특성 평가는 오랜 동안 쓸모없는 방법이라고 무시되다가 “잘 통합됨”이라는 성격 특성이 예견력을 확보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를 지켜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처럼 연구자의 이해 범위를 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장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과학적 연구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19] 그러나 숄츠의 연구 결과를 의심하는 여러 대학에서 최근에 한 동일한 연구들, 그중에서도 특히 미네소타 대학의 데이비드 리켄이 한 연구들이 빅파이브 검사 점수에 주요 유전적 요인이 약 50퍼센트까지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자료 분석을 복잡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었으며,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또 하나의 문제였다.
[20] 하버드 집단이 대학에서 받은 성격 특성 평가 가운데 인간적이고, 활발하고, 사교적인 특성은 당시 건강함을 의미하는 등급 A와 관련성이 있었으며, 감정 표현을 꺼리고, 관념적이고, 자의식이 강하고, 내향적이고, 목적의식과 가치가 결여된 특성은 당시 대학 적응도 평가에서 건강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C등급과 명확히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중년에는 사춘기의 이러한 성격 특성이 정신병이나 좋은 적응 능력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런 관련성을 갖지 않았다.
하나의 변인이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다른 시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중요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는 요인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나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점 때문에 예상은 더 복잡해시고 생애 연구가 더 중요해진다. 종단 연구를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복잡한 상관관계는 우리가 늘 마음을 열어놓은 채 설익은 결론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4. 어머니의 영향 대 아버지의 영향
이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예가 있다. 아동기 환경이 성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처음 분석했을 때는 아동기 환경의 전체적인 경험이 어머니와의 관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80세 이후의 삶에서는 아동기에 어머니와 어떤 관계 속에서 지냈는가가 아동기 전체 경험보다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랜트 연구는 부모 중 한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성인의 삶 가운데 어떤 측면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아냈다. 대상자들이 노년기로 접어듦에 따라, 어린 시절 어머니와 맺은 관계는 직업 능력과 관련성을 나타냈으나, 아버지와 맺은 관계는 관련성이 없었다. 아동기 어머니와의 관계는 대상자가 인생 후반에 벌어들인 최고의 수입과 70세까지 일을 계속 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군대 내 계급과, 후즈후 명단 등재 여부 또한 아동기에 어머니와 보낸 따듯한 경험과 조금 깊은 관련성이 있었다.
아동기에 어머니와 따듯한 관계를 경험한 사람은 대학 시절 IQ 점수가 높았으며, 80세가 되었을 때도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했다.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대상자들은 치매에 걸린 비율이 매우 높았다.
앞에서 말한 사실 가운데 어떤 문제도 아버지와의 관계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따듯한 관계를 경험한 대상자는 놀이 능력에서 앞섰다. 아버지와 따듯한 관계를 경험한 대상자는 다른 대상자보다 휴가를 더 잘 즐겼고, 대응기제로 유머 감각을 사용했으며, 퇴직 후 삶에 대한 적응과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 삶 전체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었던 대상자들은 불안감이 적었으며, 성년기 초기에 더 적은 신체적 정신적 증살을 보였다.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대상자들은 자신을 염세주의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고, 타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마음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5. 잃었던 사랑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
사랑했던 사람을 영원히 잊는 법은 없다. 이는 기억이 주는 축복이자 저주이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21] “열려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자만이 극도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열렬히 사랑했기에 슬픔을 견디고 치유 받을 수 있다.”
결핍과 박탈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결핍은 한 번도 사랑하거나 사랑받지 못한 상태로, 슬픔이 아니라 정신 질환으로 이끈다. 박탈은 우리가 사랑했거나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것으로 병이 아닌 슬픔을 초래한다.
최근 그랜트 연구는 우리의 노년기 삶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사랑의 총합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지난 사랑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잊었던 사랑을 기억하고 용서하는 관대함을 다시 갖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치유가 될 수 있다.
가장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낸 대상자 집단과 사랑 받고 자란 대상자 집단을 비교했을 때, 사랑받지 못하며 자란 아이들은 성장의 다음 단계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성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경험이 이후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6. 불행했던 아동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법
우리는 모두 아동기가 행복한 성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안다.
[22] 그러나 최근 과학 논문들을 보면, 어릴 적 경험이 성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 잘 알려진 설명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중요한 유년기의 사태를 전향적으로 그려내고자 그랜트 연구의 자료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하버드 집단의 연구 지표에 의해 지지받지 못하는 몇 가지 믿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가장 나쁜 아동기 환경을 보낸 사람이 노년을 행복하게 지낸 경우도 있다. 샘 러브레이스는 행복해질 때까지 6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어려움은 때로 성장으로 이어지며, 어떤 대상자들의 삶은 시간이 흐르며 계속 발전했다. 그러나 고통과 잃어버린 기회라는 비싼 값을 치러야했다.
발달을 과거가 아닌 미래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그랜트 연구의 결과는 많은 대중적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23] 어니스트 후튼은 자신의 책 <젊은이여, 그대는 정상이다>에서 배변 훈련이 아이의 미래의 삶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더 최근에는 한때 아이들의 앞날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아동기 환경의 다른 조건들이 10종 경기 평가 점수와 관련성이 깊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든 아동기 경험이 아이의 미래의 삶들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태어난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장남으로 태어난 대상자는 직업적 성공을 거둘 이룰 가능성이 높았다.
냉정하고 거부적인 어머니가 아이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오랜 믿음이 있었지만, 이것은 노년의 감정적 질환이나 불행과는 관련성이 없었다.
회고적 “증거”에 근거한 다른 일반적인 가설 중 하나는 알코올리즘이 불행한 아동기 환경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향적 연구의 여러 증거를 보면, 이것은 알코올리즘이라는 결과를 원인으로 치환한 것일 수 있다. 알코올리즘은 환경이 아닌 유전에 의해 생긴다.
[24] 이 말은 많은 알코올리즘 환자의 배경에 알코올리즘 부모가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의 자료를 보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대상자들과 사랑받고 자란 대상자들은, 최소한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흡연, 고혈압, 과체중, 당뇨병에 대한 관리 면에서 아주 작은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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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신병적 발달 실패 모델이라 이름 지을 수 있다는 것과는 반대로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는, 앞으로의 정신적 건강을 예견하는 것은 실패한 경험이 아니라 성공한 경험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25] 터먼 연구엣도 중학생 때 사려 깊고, 미리 숙고하고, 의지력이 강하고, 인내심이 많은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상자들은 50세때 직업적 성공을거둘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성인기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모 가운데 한 사람과 좋지 않았던 관계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아동기 환경이다.
[26] 글루엑 연구와 다른 전향적 종단 연구는 여러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직업 능력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중상류 계층 출신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나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는 직업 능력보다는 사랑하는 능력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나쁜 아동기 환경에서 자란 대상자는 유쾌한 것이든 괴로운 것이든 강렬한 감정에 의식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강렬한 감정과 맞서 싸울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약물에 빠지기 쉬웠다.
그래서 일회적 상처나 하나의 나쁜 관계는 그 자체로의 성인의 정신병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는 전체적으로 붕괴된 아동기가 이후 삶을 예견하는 힘이 있음을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