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선순환: Fredrickson의 확장-구축 이론
사람들은 일상에서 부정적 정서를 표출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분노한 사람은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이 빨개지며, 목소리가 커지고, 주먹을 불끈 쥐어서 금방이라고 공격적 행동이 나타날 것만 같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몸과 목소리가 떨리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혐오스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혐오의 대상에 냉소를 보이거나 무시한다. 깊은 슬픔에 잠긴 사람은 어깨가 축 처지고, 걸음이 느려지며, 모든 것을 허무한 듯이 바라보고 무기력하다.
그렇다면, 긍정적 정서를 가진 사람은 어떤가?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위의 부정적인 정서와 같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겠는가? 아마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표현을 시도한 말들이 ‘행복해 보인다. 미소 짓고 있다. 웃는 얼굴이다. 평온해 보인다’처럼 대부분 추상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부정적 정서의 효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반면, 긍정적 정서의 효과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할까?
이것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온 Fredrickson(1998, 2001, 2004)에 의하면 부정적 정서는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가시적이기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빠르게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긍정적 정서의 효과는 중장기적이고, 비가시적이기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빠르게 식별하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부정적 정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식을, 긍정적 정서에 대해서는 추상적 지식을 가진다.
그림 1. 긍정적 정서는 개인의 사고와 행동 목록 확장시켜 상황을 보다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게 돕고, 이러한 적절한 상황 통제의 증가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자원을 구축하며, 이렇게 구축된 자원은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렇게 증가된 삶의 질은 다시 긍정적 정서로 이어진다. 이렇게 긍정적 정서는 확장과 구축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개인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명확하게 식별하기 어려운 긍정적 정서의 중장기적 효과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Fredrickson(1998, 2001, 2004)은 그림-1과 같은 확장-구축 이론(The 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을 통해 긍정적 정서의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그림 2. Fredrickson과 Branigan(2005) 실험-1의 자극이다. 유사한 선택지의 좌측은 기준 자극과 전역적 수준에서 일치하는 자극이고, 좌측은 기준 자극은 국소적 수준에서 일치하는 자극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주의가 전역적 이라면 좌측과 같은 형태를 유사하다고 응답할 것인 반면, 참가자들의 주의가 국소적이라면 우측과 같은 형태를 유사하다고 응답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먼저 긍정적 정서는 상황에 대한 주의의 영역을 국소적 수준(local-focus)이 아닌 전역적 수준(global focus)으로 확장시키고, 사고-행동 목록을 확장시켜 더 적절하게 상황을 통제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 참여한 104명은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짧은 영상 2개(Penguins, Nature), 중립적 영상 1개(Sticks),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영상 2개(Witnessm Cliffhanger) 중 무선적으로 선택된 하나의 영상을 시청한 후, 그림-2와 같은 자극을 본 후, 위에 있는 기준 자극과 더 유사한 형태를 아래의 두 자극 중 하나로 선택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유사한 선택지의 좌측은 기준 자극과 전역적 수준에서 일치하는 자극이고, 좌측은 기준 자극은 국소적 수준에서 일치하는 자극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주의가 전역적 이라면 좌측과 같은 형태를 유사하다고 응답할 것인 반면, 참가자들의 주의가 국소적이라면 우측과 같은 형태를 유사하다고 응답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림 3. Fredrickson과 Branigan(2005) 실험-1의 결과이다. 긍정적 정서는 부정적 정서보다 주의의 수준을 전역적으로 확장시킨다.
그림-3은 이 첫 번째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긍정 정서를 유발하는 자극을 본 사람들은 중립적이거나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에 비해 전역적 수준에서 유사한 선택지(그림-2의 선택지에서 좌측에 해당)를 더 많이 선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긍정 정서는 부정 정서보다 주의의 수준을 전역적으로 확장시킨다.
같은 연구의 두 번째 실험은 긍정적인 정서가 사고-행동 목록을 확장시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하였다(Fredrickson & Branigan, 2005). 동일한 참가자들은 앞 실험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영상을 시청한 후, “나는 ___________를 하고 싶다.”(본 연구에서는 I would like to ______________.)라는 문장을 주고, 자신이 하길 원하는 리스트를 가능한 많이 쓰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그림 4. Fredrickson과 Branigan(2005) 실험-2의 결과이다. 긍정적 정서는 부정적 정서보다 주의의 수준을 사고-행동 목록의 수를 확장시킨다.
그림-4는 두 번째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즉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중립적 혹은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보다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더 많이 작성하였다. 이는 긍정 정서가 부정 정서보다 사고-행동의 목록을 확장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긍정 정서는 주의의 영역과 사고-행동 목록을 확장한다. 이렇게 확장된 주의의 영역과 사고-행동 목록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키고, 상황을 보다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다음 단계인 신체적 ․ 정신적 ․ 사회적 자원들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첫째, 긍정 정서로 인한 사고-행동 목록 확장은 신체적 자원 구축에 기여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어떤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한 사람은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증가한다. 환경에 대한 통제 가능성 지각은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고 지각할수록 증가하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는데, 이러한 스트레스 감소는 면역력을 향상(Cohen, 2002) 및 심장질환 감소(Booth-Kewley & Friedman, 1987)와 연관성이 높다. 아울러 이렇게 구축된 신체적 자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킨다(Danner, Snowdon, & Friesen, 2001).
둘째, 긍정 정서로 인한 사고-행동 목록 확장은 정신적 자원 구축에 기여한다. 긍정 정서로 인한 사고-행동 목록 확장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사건의 충격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Fredrickson, 1998; 2001; 2004).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에서 회복하여 평정을 되찾는 능력을 탄력성이라고 하는데, 긍정 정서는 이러한 탄력성을 향상시킨다.
셋째, 긍정 정서로 인한 사고-행동 목록 확장은 사회적 자원 구축에 기여한다. 긍정 정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범위를 나에서 타인으로, 나에서 우리로 확장시킨다(Fredrickson, 1998; 2001; 2004; Fredrickson & Branigan, 2005). 이러한 주의의 확장은 긍정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타인을 돕는 행위 그리고 공동체를 돕는 행위를 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이렇게 타인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사람들은 좋은 평판을 얻게 되고, 긍정적 영향력을 주고받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한 하나의 좋은 관계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계망에 새롭게 관계를 맺은 사람의 관계망을 플러스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오게 되어 좋은 관계의 지속적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긍정 정서의 사고-행동 목록 확장 효과를 통해 구축된 신체적 ․ 정신적 ․ 사회적 자원들은 개인의 성취, 사회-경제적 성공, 정신적 웰빙을 향상시킴으로써 전반적인 삶의 질 증대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렇게 증가한 삶의 질은 다시 한 번 긍정적 정서를 유발함으로써 긍정적 정서를 통한 사고-행동 목록 확장과 자원 구축을 견인한다(그림-1). 즉 긍정 정서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Fredrickson, 1998; 2001; 2004; Fredrickson & Branigan, 2005).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자원 구축이 긍정 정서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될 때 자원이 구축되고 삶의 질이 증가하며, 다시 긍정 정서가 유발되는 행복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그림-1). 다르게 말하면 성공이 행복의 원인 아니라,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성공의 원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늘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이를 위해 낙관적 설명양식을 훈련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낙관적 설명양식이란 긍정적 사건에 대한 시간적 지속성 길게, 공간적 만연성은 크게 사고하고, 부정적 사건에 대한 시간적 지속성은 짧게, 공간적 만연성은 작게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농구 경기에서 진 후, ‘나는 농구에 소질이 없어’라고 말하기 보다는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심도 있는 내용은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낙관성 학습(원서명: Learned Optimism)을 참고하길 바란다(Seligman, 2011).
*더 알고 싶다면,
Booth-Kewley, S., & Friedman, H. S. (1987). Psychological predictors of heart disease. Psychological Bulletin, 101(3), 343-362.
https://goo.gl/iN5gJN
Cohen, S. (2002). Psychosocial stress, social networks and susceptibility to infection. In H. G. Keonig & H. J. Cohen (Eds.), The link between religion and health: Psychoneuroimmunology and the faith factor(pp. 101-123),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goo.gl/L1b7z9
Danner, D. D., Snowdon, D. A., & Friesen, W. V. (2001). Positive emotions in early life and longevity: Findings from the nun stud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0(5), 804-813.
http://psycnet.apa.org/record/2001-17232-009
Fredrickson, B. L. (1998). What good are positive emotion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3), 300-319.
http://psycnet.apa.org/record/1998-10496-004
Fredrickson, B. L. (2001). The role of positive emotions in positive psychology. American Psychologist, 56(3), 218-226.
https://goo.gl/jvkSxw
Fredrickson, B. L. (2004). The 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 Philosophical Transactions: Biological Sciences, 359(1449). 1367-1377.
http://rstb.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359/1449/1367.short
Fredrickson, B. L., & Branigan, C. (2005). Positive emotions broaden the scope of attention and thought‐action repertoires. Cognition & Emotion, 19(3), 313-332.
http://www.tandfonline.com/doi/abs/10.1080/02699930441000238
Seligman, M. E. (2011).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New York, NY: Vintage.
https://goo.gl/ub7X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