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_성인발달연구, 그 기나긴 여정
현대의학이 가져다준 장수라는 선물은 인간에게 저주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인간은 남은 생애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바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1] 1874년 앙리 아미엘은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으뜸가는 지혜요,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이다.”라고 썼다.
그로부터 한세기가 지나 80세가 넘게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앙리 아미엘의 성찰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때, 우리는 과연 누구로부터 그 지혜를 얻어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정답이란 없지만, 성공적으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려면 노인들에게 진지하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인간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하버드대학교의 성인발달연구를 토대로 그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성인발달연구는 성공적인 노화란 어떤 것이며, 그것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의미 깊고 신뢰할 만한 자료를 남겨왔다. ‘노화’는 상실, 쇠퇴, 죽음을 연상시키는 반면, ‘성공’은 획득, 승리, 열정적인 삶을 연상시키므로 ‘성공적인 노화’는 모순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2], [3] 그러나 정실질환을 앓지 않으면서 노년을 보내는 대다수 노인들은 죽음이 임박한 마지막 몇 달 전까지는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산다.
이 노인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일이 적으며, 치명적인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건강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노화’가 모순어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성인발달연구의 대상자들은 노화라는 피할 수 없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창조해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슬픔과 상실, 패배의 순간에도 얼마든지 삶에서 훌륭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우리에게 확신을 불어넣어 준다.
성인기 내내 지속되어 온 실험 결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1. CASE STUDY 앤서니 피렐리: 이너시티 집단
– 암울한 유년기를 딛고 화려한 노년을 맞이하다
이제 칠순을 맞이한 앤서니 피렐리를 살펴보자. 그는 인생 초년에 미리 성공적인 삶에 위협이 되는 요소란 요소는 다 경험했다. 열악한 사회경제적 처지, 부모의 불화,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머니,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아버지, 콧구멍만 한 아파트에서 우글거리는 여덟 형제..
[4], [5], [6] 성인 발달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런 요소들이 한 인간을 비참한 노년으로 귀결시키고 마는지 아닌지 연구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60여년에 걸쳐 꾸준히 그의 자취를 밟아온 결과, 놀랍게도 그는 눈부시게 성공했고 화려한 노년을 맞이했다.
1941년 처음 탐방 연구원 다섯명이 피렐리의 집을 처음 방문했다. 정신과 의사는 열세 살 소년 피렐리를 묘사한 후 덧붙여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이고..가족들의 감정을 존중할 줄 알며…비참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아이가 총명함과 인성으로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는지 그 완벽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기록해 두었다.
결손가정에서 자라난 여느 아이들과 달리 피렐리 팔형제는 하나의 동아리로 단단하게 결속되어 서로서로를 돌보았다. 그의 형 빈스는 성년이 된 피렐리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빈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피렐리를 데리고 나가 점심을 사주면서 동생의 장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권한 사람도 형 빈스였다.
두 번째 찾아간 연구원들을 피렐리가 “차분한 성격을 지닌 성실한 노동자로 성장해 있었다”라고 기록했다.
세 번째 찾아간 연구원은 피렐리가 “자기 일을 성실히 했고, 자식들에게 자기 어린 시절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했다.”라고 기록했다. 피렐리는 아내 덕분에 외고집을 다스리게 되었다며 고마워했다.
한편으로 매사에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이 피렐리의 독보적인 강점이었다. 서른 살이 된 피렐리는 공인회계사로 자리를 잡았고, 전문 기술직은 떠난 지 오래였다. 그가 잇따라 기회를 얻고 마침내 업계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다정하고 낙천적인 성품 덕분이었다.
네 번째 탐방 연구원은 “그들은 서로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고 기록했다. 피렐리는 무슨 질문에든 진지하게 답했고 우리 연구에 대해서도 지적 호기심을 보였다.
63세가 된 피렐리는 관상동맥 혈전증이 심각해져 사업에서 물러났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남은 생애를 아내와 하고 싶던 일들을 하면서 조용히 보내려고 했다. 화려하게 성공한 여느 사람들과 달리, 피렐리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언제 놓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칠십 노인이 된 앤서니 피렐리는 혈관이식 수술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 보였다. 피렐리는 이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한결 느긋했다. 고통스러웠던 유년기는 차츰 긍정적 추억으로 바뀌었으며, 마음에는 감사와 용서가 들어찼다. 어머니에 대해서도 측은한 마음을 느꼈다. 그는 부모님이 자신은 아랑곳없이 자식 돌보는 일에 모든 것을 헌신했다고 기억했다.
피렐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이 관용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아버지의 성격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원만해졌다고 믿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오래 묵은 원망을 키우기 보다는 관용의 자세로 감싸안는 것이 성공적인 노화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이처럼 관용을 키워온 피렐리였지만,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자신의 인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물었을 때는, “영향이 아주 컸어요, 아버지와는 정반대 인물이 되고 싶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삼촌 부부 이야기는 다섯 번째 면담에서 처음 나왔다. 그들은 다정다감했고, 피렐리 형제들에게 무척 잘해 주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도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주로 미래 삶에 영향을 끼친 일들을 떠올리지만, 무엇이 실제로 영향을 끼쳤던 요인이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피렐리 이야기에서 핵심은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피렐리의 생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교훈은, 그는 불우한 유년기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어린시절 자기가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자식들에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50년동안 아내를 사랑했으며, 몸에 병이 생겼을 때조차도 아프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원망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쌓아올린 전부를 다른 사람에게 되돌려주었다. 과거가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코 우리의 노년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
이제까지 성인발달연구로부터 찾아낸 수많은 주요 성과들은 다음과 같다.
– 우리에게 일어났던 나쁜 일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노년은 우연히 만난 훌륭한 인물들 덕분에 보장되기도 한다.
– 인간관계의 회복은 감사하는 자세와 관대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이루어진다.
– 50세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80세에도 행복한 노년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50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고 해서 80세에 반드시 건강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 알코올 중독은 분명 실패한 노년으로 이어진다. 알코올 중독은 부분적으로 장차 얻을 수 있을 사회적 지원을 가로막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 은퇴하고 나서도 즐겁고 창조적인 삶을 누려라. 그리고 오래된 친구를 잃더라도 젊은 친구들을 사귀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수입을 늘리는 것보다 한층 더 즐겁게 살 수 있다.
– 객관적으로 신체건강이 양호한 것보다 주관적으로 건강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것이 성공적인 노화에 훨씬 더 중요한 요소다. 다시 말해 스스로 자신이 병자라고 느끼지 않는 한 아프더라도 남이 생각하는 것 만큼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다.
유전자 결정론이 아직도 지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유전적 요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연구 대상자들의 삶이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2. 첫 번째 관문 : 긍정적 노화의 정의
나는 성인발달연구에서 발견해 낸 중요한 성과들부터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 노화의 정의를 발전시키고 살펴볼 것이다.
노년에 대한 논쟁에서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느 쪽이나 다 옳기 때문이다. 노년에 비참애질 수도 있고 즐거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긍정적으로 늙어간다면 변화나 질병, 갈등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해쳐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노화에 대한 제 3의 관점, 흑백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새로운 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 장에서 내가 학자연하면서 성공적인 노년이라는 용어를 쓸 때마다, 여러분은 늘 ‘즐거움’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된다. 분명 성공적인 노년에 이르는 길은 수없이 많을 것이며, 어느 한가지 길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는 분명하다. 20년을 네 번씩이나 보내고도 한 해쯤 더 걸릴 여정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만들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이 바로 이 책의 초점이다.
[7] 학식이 깊었던 미국의 문학평론가 맬컴 카울리도 80세가 되자 노년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카울리는 그의 역작 <여든에 바라본 세상>에서 “스스로 노년에 대해 전문가라고 불렀던 이들이 삶이 아니라 문학을 알았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3.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
성일발단연구는 병든 사람들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살고 있는 사람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연구라고 할 수 있다.
4. 하버드 졸업생(그랜트 집단)
[8] 성인의 발달과정을 다루는 ‘그랜트 연구’는 하버드대학교의 알리복과 클라크 히스가 처음 시작했다.
5. 이너시티 집단
이너시티 : 대도시 중심부의 저소득층 거주지역
[9] 1939년, 하버드 법대의 젊은 법학교수였던 셸든 글루엑은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과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14세 남학생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할 기금을 확보했다.
[10] 셸든 글루엑과 뛰어난 사회사업가인 그의 아내 엘레노어는 17세, 25세, 32세를 기준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갔다.
[11] 글루엑을 주축으로 한 연구팀은 범죄학과 관련해서 권위 있는 두 책을 발간했다. <청소년 범죄의 해결>은 글루엑이 직접 집필하여 1950년에 출간했으며,
[12] 그로부터 44년이 지나 글루엑 부부가 타계하자 중학교 교사이자 범죄학자였던 로버트 샘슨과 존 라움이 <범죄의 형성>을 집필했다.
[13] 글루엑 부부는 1960년부터 1962년 까지 이너시티 연구 대상자들과 마지막 면담을 했다.
[14] 그 당시 글루엑 부부는 연구 자금이 부족해 500명 중 나이가 어린 44명을 연구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였으나 그 뒤로는 그마저 여의치 않아 연구가 아예 중단되고 말았다.
6. 터먼 여성 집단
[15], [16] 하버드 집단에 비견되는 여성 집단을 만들기 위해, 나와 아내 캐롤라인 베일런트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천재아 연구(터먼 연구)팀의 협조를 받아 터먼 연구 대상자 672명 중 여성 90명을 선정했다.
터먼의 당초 목적은 세 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 중 가장 총면한 아이들을 가려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정 작업을 끝내고 전체 학교를 다시 살펴본 그는 80퍼센트 범위 내에서만 선정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7] 천재아를 연구했던 루이스 터먼이 1922년에 시작해 1956년까지,
[18] 1956년에서 1970년까지는 멜리타 오든,
[19] 1970년에서 1989년까지는 터먼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로버트 시어스
1990년에서 2000년까지 앨버트 하스토프에 이르기까지 장장 80년 동안 터먼 연구가 이어졌다.
성격면에서, 터먼 여성 연구 대상자들은 유머와 상식이 풍부하고 인내심과 리더십을 두루 갖추었으며, 학급에서 인기가 많았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체건강 및 영양상태가 양호했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으며, 두통이나 중이염을 앓는 일도 드물었다.
7. 다르면서도 같은 그들: 세 집단 비교
[20] 마지막 연구가 진행되던 당시, 터면 여성들은 모두 70세에서 79세에 이르는 일반 노인(old-old)이었고, 하버드 출신의 3분의 1은 80세 이상의 고령 노인기(oldest-old)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너시티 출신은 반 정도만이 60세에서 69세에 이르는 젊은 노인기(young old)를 넘기고 일반 노인기(old-old)로 들어섰다.
[21] 68세에서 70세가 된 이너시티 출신자의 신체 노화 수준은 터먼 여성 집단과 하버드 졸업생 집단의 78세에서 80세와 비슷했다.
이와 같은 건강상의 차이는 이너시티 집단의 낮은 교육 수준, 비만, 심각한 알코올 중독, 지나친 흡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 네 가지 원인만 잘 다스린다면 부모의 사회적 신분, 아이큐, 소득이 낮더라도 건강에 그리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성인발달연구에서 같은 집단에 속한 연구 대상자들 사이에 유사점이 많이 발견되지만, 같은 집단 내에서도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22] 이너시티 연구 대상자의 아버지들 중에는 아무도 없지만, 하버드 졸업생들의 아버지 세명 중 한명은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사회 최상층(1등급)이었다.
하버드 졸업생의 아버지들 중에는 아무도 없지만, 이너시티 연구 대상자의 아버지 세명 중 한명은 비숙련 노동자인 사회 최하층(5등급)에 속한다. 터먼 여성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중산층(3등급 또는 4등급)이거나 숙련 노동자들이다. 물론 그중에는 하버드 졸업생의 아버지들과 똑같은 지위를 가진 이들도 있고, 이너시티 출신자들의 아버지들보다 신분이 낮은 경우도 있다.
다음 표를 통해 세 집단을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다.
세 집단 비교 |
|||
|
하버드 |
이너시티 |
터먼 여성 |
평균 출생년도 |
1921 |
1930 |
1911 |
연구 시작년도 |
1939 ~ 42 |
1940 ~ 44 |
1920 ~ 22 |
연구 대상자 수 |
268 |
456 |
672 |
최종 면담 시기 |
1999 |
2000 |
1988* |
최종 면담시 사망률 |
38퍼센트 |
37퍼센트 |
37퍼센트 |
설문지 작성 |
2년마다 |
2년마다 |
4,5년마다 |
건강검진기록부 제출 |
5년마다 |
5년마다 |
없음 |
백인 여부 |
100퍼센트 |
99퍼센트 |
99퍼센트 |
아이큐 |
130 ~ 135 |
95 |
151 |
부모의 사회적 계층** |
1 ~ 3등급 |
3 ~ 5등급 |
2 ~ 4등급 |
대학원 진학률 |
76퍼센트 |
2퍼센트 |
23퍼센트 |
70세 미만 사망률 |
23퍼센트 |
37퍼센트 |
약 20퍼센트 |
50세 평균 연간소득 |
105,000달러 |
35,000달러 |
35,000달러 |
* 이 책에 쓰인 데이터가 생성된 연도다. 터먼 연구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 1등급 = 상류층, 2등급 = 중상류층, 3등급 = 중류층, 4등급 = 숙련 노동자, 5등급 = 비숙련노동자 [홀링쉬드와 레들리히(Hollingshead and Redlich)의 <사회 계층과 정신질환 Social Class and Mental illness> 중에서] |
이들 세 집단이 모든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세 집단은 각기 매우 다른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각 집단 내에는 상당한 동질성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집단들 사이의 유사성과 집단 내에 존재하는 차이점들은 다양한 미국 백인들에게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다.
8. 나, 조지 베일런트와 성인발달연구
독자들은 가장 많은 판단을 내리게 될 ‘나(저자)’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관찰들 속에는 알게모르게 나 개인의 선입견과 편견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 문단 생략! – 저자의 연도별 활동 내용임
[23] 1977년, 나는 성인의 성숙에 관한 책 <성공적 삶의 심리학>을 출간했다.
9. 전향적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것
전향적 연구의 가치는 그 독창적 관점에서 빛을 발한다. 장기 추적연구는 기억력에 의존한다. 그러나 전향적 연구는 사건 발생 당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므로 기억력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전향적 연구의 측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향적 연구 덕분에 우리는 행복한 노년을 성공적으로 맞이한 노인들과 조기사망한 이들의 성장 배경을 대비해 볼 수 있다.
둘째, 전향적 연구를 수행할 경우 몇 해 전에 일어난 사건을 조사할 때 연구 대상자들의 기억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전향적 연구를 통해서만 프로이트의 퇴행 개념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넷째, 전향적 연구는 잘못된 기억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하고 창조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혀준다.
다섯째, 전향적 연구를 진행할 경우, 연구대상자들은 수치감을 극복할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그 덕분에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없어진다.
여섯 번쨰, 전향적 연구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나는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진단 내릴 때가 종종 있었으며, 당사자들도 대부분 나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 두명이 각기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초점을 두고 연구해 온 기록들을 살펴본 결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먼저 나타나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는게 일반적이었다.
[24]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면서 얘기하다 보면 이처럼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전향적 연구를 적용하면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는 일은 없다.
10. 전향적 연구가 남기는 아쉬움
인간의 생애에 대한 전향적 연구는 돈과 행운, 연구자의 인내심, 연구 대상자의 성실한 참여 면에서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첫째, 후원 단체들은 ‘오래도록 진행되는 한 가지 연구’에 계속 기금을 대고 싶어하지 않는다.
둘째,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은 그의 재능과 끈질긴 인내심에다 행운이 따라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성인발달연구의 연구 대상자들은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성장을 거듭하여 노년에 접어들었고, 학문적 재정적 변수도 적잖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터먼 연구, 글루엑 연구, 하버드(그랜트) 연구를 지속시키는 데에도 엄청난 행운이 필요했다.
셋째, 초기 연구자들의 인내심 부족이나 사망으로 인해 연구들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25] 다른 연구들과 비교해 보면, 다행히 성인발달연구는 스웨덴의 ‘룬드비 연구’ 다음으로 감손율이 낮았다.
이외에도 전향적 연구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후광효과(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대한 일반적 견해가 그 대상이나 사람의 구체적 특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현상)가 있다. 후광효과로 인해 사람들은 과거에 가졌던 편견을 토대로 현재를 평가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결점은 장기 전향적 연구가 보편성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규모나 역사적 시간, 구성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6] 다니엘 레빈슨은 50세에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에서, 60세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모든 젊음이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 젊은 기운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기력도 관심도 내적 자질도 모두 빠져나가 앙상한 골격만 남은 노인이 되어 짧고 시시한 노년을 보내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라고 우울하게 기록했다.
이와 반대로, 베티 프리단은 70세에 <나이의 원천>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7] “우리는 노년기에 새로운 인간관계, 의미 있는 일이나 활동, 배움과 지혜, 친교와 보살핌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 노년에도 계속해서 인간이 성장해 간다고 보는 관점은 사고방식의 혁명적 전환 위에서나 가능하다”
이 책에서 나는 그와 같이 사고방식을 전환해야만 하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