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_또다시, 행복의 조건을 묻다
알코올중독방지회의 슬로건들은 노년과 원예술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들어가거나 정원을 가꾸기 위해 우리는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차이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 신의 섭리를 받아들이라 : 신은 정원의 화초들을 자라나게 한다. 계절이 바뀌면, 그저 그 변화를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가 서두른다고 해서 식물들이 빨리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 가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하라 : 갓 옮겨 심은 화초들, 특히 손자 손녀들에게 물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소박하게 살라 :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볼테르의 <캉디드>에 담긴 충고를 따라야 하며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은 끝났고, 휴대전화도 잠잠해졌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귀가 따갑게 울려대던 자명종 소리도 잠잠해졌다. 이제 담에 흠뻑 젖어 잡초를 뽑아라. 정원이 훨씬 더 근사해질 것이다. <노년에 관하여>에서 키케로는, 나이든 로마인들이 문학이나 철학보다는 오히려 포도 재배나 과수원 가꾸기, 양봉, 정원 손질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한 바 있다.
– 현재를 즐기라 : 인생을 즐기되 과거와 미래는 잠시 잊고 현재에 집중하라. 정원에서 현재를 만끽할 수 있다. 노년에는 오늘 하지 못한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마라. 노년에는 무엇보다 건강이 소중하니까
– 전화를 잘 이용하라 : 원한을 킹거나 자기 탓만 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 성공적인 노화는 마음의 평정이나 만족감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를 통해 가장 훌륭하게 성취될 수 있다.
노년에 이를수록 행복감을 맛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게 사실이지만, 정원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다시 만끽할 수 있다.
[1] 미주리 식물원 원장 피터 레이븐은 <타임>지의 기자와의 인투뷰에서 그 느낌을 다음과 같이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우리 생은 짧디 짧지만, 우리에게 맞게 세상을 가꾸어가다 보면 불명성과 비슷한 그 무언가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세상을 관리하는 청지기가 되는 거죠.”
“정원가 말인가요?”
“네, 맞아요. 바로 정원사가 되는 거죠.”
훌륭한 정원사들은 생산적인 성취도가 높다. 그들은 나이가 들면 ‘의미의 수호자’가 되어 젊은 정원사들에게 정원을 손질하는 비법을 전수해 준다. 그리고 11월이 되면 ‘통합’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은 장미꽃이 시들고 토마토 열매가 썩어도 슬퍼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드러 스러진 다년생 화초들이 언젠가 다시 되살아나리라고 확신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낙엽을 긁어모다 덮어줄 것이다.
[2] E.B. 화이트는 세상을 떠난 아내 캐서린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체구가 작고 등이 구부정한 아내는 다시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거라는 불가능한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생명이 꺼져가는 10월, 그녀는 조용히 부활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노화는 수확을 마치고 겨울에 대비해 꼼꼼하게 월동 채비를 하면서 가을을 성공적으로 보내는 것과 흡사하다. 우리는 생의 마지막 1, 2퍼센트의 나날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으리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노화, 즉 성공적인 생존은 노년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3] 앞서 언급했듯이,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은 평균 97세 까지 매우 건강하게 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세 번째 관문 : 품위 있게 나이 드는 것
이 장에서는 이제까지 다루었던 모든 내용들을 종합하여 제 3의 전형, 즉 품위있게 늙어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75세에서 85세 사이에 다음과 같은 특정을 갖춘 연구 대상자들에 대해 거듭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
첫째, 그들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새로운 사고에 개방적이며 신체건강의 한계 속에서도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다.
둘째, 그들은 노년의 초라함을 기쁘게 남내할 줄 알았다. 그들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그 사실을 품위있게 받아들였다.
셋째, 그들은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았고 스스로 알 수 있는 일은 늘 자율적으로 해결했으며 매사에 주체적이었다.
넷째, 그들은 유머감각을 지녔으며, 놀이를 통해 삶을 즐길 줄 알았다. 그들은 삶의 근본적인 ㅅ즐거움을 위해 겉으로 드러나는 행복을 포기할 줄 알았다.
다섯째, 그들은 과거를 되돌아볼 줄 알았고, 과거에 이루었던 성과들을 소중한 재산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들은 호기심이 많았고, 다음 세대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했다.
여섯째, 그들은 오래된 친구들과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사랑의 씨앗은 영원히 거듭해 뿌려져야 한다.”는 앤 머로 린드버그의 금언을 늘 가슴속에 새겼다. (부록 K에 실었듯이 나는 이 여섯가지 특성을 토대로 ‘품위 있는 노년’의 정도를 측정해보았다.)
2. CASE STUDY: 브래드퍼드 배빗 – 하버드 졸업생 집단
– 품위 있는 노년의 핵심이 모두 결여된 메마른 삶
브래드퍼드 배빗은 이 여섯가지 특성을 모두 결여한 사람이었다. 그는 고급 저택에 살고 있었으나 20년 동안 살아온 집 내부는 마치 초라하고 값싼 여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집안은 텅 비고 칙칙했으며 어디에서도 화사한 색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배빗의 사회적 지평은 결코 자기 자신 너머로 확장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브래드퍼드 배빗은 비만인 데다 늙고 병들어 보였지만, 자기 삶에 대해 불평 한마디 늘어놓을 줄 몰랐다.
그는 아내가 아직도 낮에는 은행에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배빗은 저녁마다 자원봉사자로 지역 도서관에 나가 일했기 때문에 도서관 책상에 앉아 혼자서 저녁을 먹곤 했다. 부부는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다로 해결하는 처지였다.
배빗은 조직 체계나 구조, 규칙과 규제 속에 사는 것이 편했으며, 사회적 지평을 넓히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처럼 메마른 삶은 대개 가난이나 정신질환, 낮은 교육 수준, 뇌질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빗은 그중 어느 하나와도 관련이 없었다. 문제는 그의 삶에 즐거움이나 다채로움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가 물려받은 유전자도 아주 훌륭해 보였다.
배빗은 신체적으로 양호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품위 있는 노화’ 평가에서는 15점 만점에 3점밖에 받지 못했다. (부록 K 참조)
그러나 그 무엇도 흑백논리로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성공적인 노화 역시 복잡하기 그지없는 문제다. 배빗은 입원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며 아직도 살아 있지 않은가? 그런 사실들 역시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러나 배빗은 살아오면서 잔디 씨를 뿌려본 적이라도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3. CASE STUDY: 아이리스 조이 – 터먼 여성 집단
– 인생의 정원사, ‘품위 있는 노년’의 최고 전형
아이리스 조이는 배빗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훌륭하게 잘 가꿔왔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정원사였다.
그녀는 소박하게 살았고 유머감각을 지녔으며, 사랑의 씨앗을 다시 뿌릴 줄 알았다. 조이는 비록 가난하게 자랐지만 그녀의 유년기 성장 환경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이의 부모는 에릭슨이 말한 삶의 첫 네단계, 즉 기본적인 신뢰 자율성 주도성 근면을 성취할 수 있도록 조이를 도와주었다. 이 네가지 과업은 모두 부모의 가정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유전적으로 보더라도 조이는 부모로부터 훌륭한 지능을 물려받아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조이는 모든 면에서 축복받은 존재라고 볼 수 있었다.
아이리스 조이의 정원은 바로 그녀의 가정이었다. 조이가 거실 겸 식장으로 쓰는 자그마한 방은 마치 멋스러운 선물 가게 내부처럼 보였다. 아주 밝고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한쪽 벽면에는 고전에서부터 실용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대학 문턱에도 못가본 배관공의 딸이었고, 남편은 그녀가 글을 가르쳐주기 전까지 책이라고는 단 한권도 읽어본 적 없지만, 조이는 기나긴 세월 동안 혼자 힘으로 차곡차곡 지성을 쌓아올려왔다.
그녀의 구사하는 어법, 억양, 어휘등은 지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보였으나 탁월한 언어구사력을 발휘해 쉬운 어휘로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알았다. 조이를 가장 돋보기에 만드는 것은 바로 삶을 소박하게 꾸려나갈줄 아는 재능이다
조이의 종교적 신앙은 소박하고 현실적이었다. 조이는 늘 자혜로운 신의 은총을 믿고 의지했다. 조이는 삶을 즐기고 삶에 감사할 줄 알았다.
조이의 삶을 통해 성공적인 노화에 필요한 모든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조이는 부모의 사랑 속에 성장했으며, 담배를 피우지도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삶의 즐거움을 음미할 줄 알았고 고통의 순간들을 현명하게 극복할 줄 알았으며, 평생 동안 캘리포니아와 캐나다에서 자신의 정원을 가꾸었다. 조이는 아이들로부터 소중한 배움을 얻을 줄 알았지만, 사랑은 어디까지나 내리사랑이라는 사실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삶 전체를 하나의 기나긴 여정으로 볼 줄 알았으며, 사랑의 씨앗이 영원히 거듭해 뿌려져야 한다는 사실도 늘 가슴에 새겼다.
[4] 마지막으로 그녀는 100년 전 심리학자 애드먼드 샌퍼드가 했던 충고, 즉 “행복한 노년의 진짜 비결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데 있다. 노인들은 봉사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이들의 삶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삶에 대한 끊임없는 흥미를 얻게 되며, 그 보답으로 주위 사람들의 사랑까지 되돌려받게 된다.”는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과연 인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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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사추세츠 주 명문 기숙학교인 ‘노블 앤 그리노’ 교사, 티모시 코게셜이 1987년 6월에 남긴 고별 연설이야말로 위의 질문에 가장 훌륭한 대답일 것이다. 그의 고별 연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 신선하고 새롭고 경이로운 신비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십시오.\
여러분 가슴속에 살아 있는 유년의 추억을 소중이 간직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 아기 사슴 플랙과 행복하게 뛰어놀던 조디에게 아버지는 “삶이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단다. 삶이 너를 쓰러뜨리더라도 네 임무를 다하며 묵묵히 살아가거라.”라고 일어주셧습니다 그 말고 꼭 기억하세요.
….‘스튜어트 리틀’에서 스튜어트는 어린아이들에게 세가지 중요한 규칙을 꼭 기억하라고 당부했지요. “진실한 친구가 되어라.” “올바로 살아라.” “세상의 모든 영광을 누려라.”
스튜어트는 무언가 찾는게 있는 사람은 여행에서 서두르는 법이 없고 유년 시절과 작별을 고하지도 않는다고 일깨워주었습니다. 유년 시절은 이미 훌쩍 지나가버린 과거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훈훈하게 해주니까요.
“하지만 스튜어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한번 활짝 핀 꽃은 영원히 계속해서 어디선가 꽃을 피운다는 것을. 우리가 모른척 내버려두지만 않는다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이 기억하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