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_생활에 가려진 행복 특권
Chapter 01_행복의 특권 발견하기
텍사스 웨이코 지역에서 자란 나는 한 번도 고향 땅을 떠난 적이 없었다. 나는 용감하게도 하버드 대학에 원서를 냈고 뜻밖에도 합격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나는 대학원에 들어가 16개 과목의 조교를 맡아 일하며,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고 기숙사 학생들을 관리하는 학생감까지 맡아 생활 지도와 고민 상담도 해주었다. 나는 이렇게 무려 12년 동안이나 하버드 기숙사에서 살았다.
내가 12년간 기숙사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나는 하버드에 있다는 사실을 특권으로 보았고, 이러한 태도는 나의 뇌가 다양한 경험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는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둘째, 12년 동안이나 학생들을 가르치고, 기숙사에 살면서 나는 다른 수많은 하버드 학생들이 스트레스와 도전 과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학생들의 행복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다시 찾은 실낙원
하버드 대학이 설립되던 무렵, 존 밀턴 John Milton은 <실낙원 Paradise Lost>에서 이렇게 썼다.
“마음은 하나의 세상이다. 마음은 지옥 속에서 천당을 만들어 내기도, 천당 속에서 지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그로부터 300년의 세월이 흘러 이 말이 실현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하버드에 다닌다는 사실을 대단한 특권으로 여기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오래지 않아 그러한 자부심을 잃어버리고, 마거운 과제와 경쟁, 그리고 스트레스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하버드 졸업장이라는 빛나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끊임없이 어둡게만 바라보았다. 나는 기숙사 학생감으로 오랫동안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진 학생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많은 고통을 받으며, 학점 및 연구 과정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버드생이라는 사실을 대단한 특권으로 보았던 학생들은 얼굴에서 빛이 났다. 학생들의 이러한 모습에 대한 나의 무의식적인 호기심은 점점 관심이 높아졌고, 앞날이 창창한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2. 하버드와 행복학의 상관관계
밀턴 시대에 다분히 종교적이었던 하버드의 모토인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한 진리(Veritas, Christo et Ecclesiae)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진리(Veritas)라는 한 단어로 압축되었다. 나는 이곳 하버드 캠퍼스에서 실제로 다양한 진리들과 마주쳤다. 그중 하나가 최첨단 교육 시설과 우수한 교수진,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로 넘쳐나는 캠퍼스에 이상하게도 우울하고 불행한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1] 예를 들어 2004년에 하버드 교내 일간지 <하버드 크림슨 Harvard Crimson>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버드 학생들 5명 중 4명이 재학 기간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절반에 달하는 학생들이 일상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하버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2] 2010년 1월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 – 미국의 비영리 경제조사 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직장인들 중 45%만 업무에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22년 동안 조사가 실시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3] 그리고 최근 우울증 발병률은 대공황 시절보다 이미 열 배가량 높다.
게다가 하버드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적으로 우울증 발병 연령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50년 전 우울증 발병 평균 연령이 29.5세였던 반면, 요즘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 14.5세에 불과하다.
나는 왜 하버드에서 행복은 연구하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왜 하버드에서 행복에 관해 연구를 하면 안되느냐고 묻고 싶다.
행복을 주제로 한 연구를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긍정성, 학점, 연구, 효율성, 유머, 에너지, 회복탄력성 등 다양한 차원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 하버드 학생들, 즉 5명 중 행복한 한 명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3. 평균 숭배사상
아웃라이어(outlier)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다른 데이터들의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관찰 및 측정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고 무시해버린다.
심리학, 통계학,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데이터 정리 방법을 배운다. 실험을 통해 보편적인 패턴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요인이 바로 이러한 아웃라이어이다. 이 때문에 야심찬 젊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골칫거리를 제거할 수 있는 다양한 통계 도구들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는 실험 데이터 속에서 보편저긴 패턴을 발견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에게만 유용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평균적인 데이터에만 주목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행동과학적 차원에서 평균 숭배사상(Cult of the average)이라는 고정관념을 양산해 왔다.
이는 전통 심리학이 저지른 첫 번째 과오다. 나는 이러한 접근방식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오히려 아웃라이어로부터 진리를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4. 편향된 부정성에서 벗어나기
물론 평균에 집착하지 않는 심리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편향된 한쪽, 즉 평균 이하에만 주목한다. 이는 심리학이 저지른 두 번째 치명적 실수다. 우울증, 중독,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 또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획기적인 치료법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의 나머지 절반, 즉 평균 이상으로 우뚝 올라선 위대함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1998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심리학 연구들의 주제를 부정성과 긍정성이라고 하는 기준으로 나누었을 때, 그 비율이 무려 17대 1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심리학 역사에서 중요한 측면이다. 이는 심리학자들은 불행과 부정성에 대해서는 정통하지만, 행복과 긍정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를 의미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의 부정적인 반쪽만 연구해 왔던 기존의 심리학적 접근방식은 건전하지도, 과학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라고도 말할 수 없다. 1998년 미국 정신의학회 회장 마틴 셀리그먼 Martin Seligman은 이제 기존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접근 방식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를 발판으로 탄생한 분야가 긍정 심리학이다.
5. 행복을 찾아 나선 하버드 공부벌레들
2006년 탈 벤 샤하르 교수는 내게 긍정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고 강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샤하르 교수는 지금처럼 유명인사가 아니었다. 그의 첫 베스트셀러 <해피어 Happier>는 2007년 봄에 출간되었다. 그래도 샤하르 교수와 나는 성적증명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복’이라고 하는 생소한 과목을 기꺼이 수강하고자 하는 용감한 하버드 학생들이 적어도 100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다음 두 학기에 걸쳐 무려 1,2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강의실로 몰려들었다. 그 순간 나는 학생들이 얼마나 행복을 갈망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졸업 후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행복해지기를 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하버드 신입생들은 사소한 실패에도 쉽게 풀이 죽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자신의 내면으로 기어들어간다. 어마어마한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다 보면 연애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실제 하버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4년 동안 평균 연애 횟수가 1회 이상 되지 않았다. 섹스 파트너 수는 0.5명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생들의 24%는 현재 자신이 연애를 하고 있는 건지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동안 그토록 갈망하는 행복을 몽땅 잃어버리고 만다. 수많은 하버드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들이 주변 사람들, 혹은 자기 스스로에게 부여한 높은 기대라는 폭군 아래서 매일매일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에서 나온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은 성공과 행복이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온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긍정 심리학자들은 행복감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성공을 거둔다고 말한다.
한 실험은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의사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합리성과 창조성 항목에서 3배 정도 점수가 높으며, 진단 속도와 정확성 항복에서도 19%나 점수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긍정적인 영업사원들이 비관적인 영업사원들보다 56%나 실적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학생들이 부정적인 학생들보다 수학성적이 훨씬 높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뇌는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일 때보다 긍정적일 때 훨씬 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6. 긍정적 아웃라이어
많은 연구 결과들은 무조건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절대 최고 성적을 올릴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아울러 지배와 복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의 기업 문화로는 더 이상 직원들에게 진정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행복과 긍정성을 주제로 한 최근의 획기적인 연구들은 학계를 물론 비즈니스 세계를 완전히 뒤엎을 만큼 충격적인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며, 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긍정 심리학 분야의 최근 성과들을 하버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환인하고 싶어진 것이다. 나는 가장 먼저 하버드 학생들 중에서 행복과 성적을 동시에 거머쥔 소수를 찾고, 그들을 관찰함으로써 특정한 행동과 습관을 찾아보기로 했다.
7. 행복 특권의 일곱 가지 원칙
방대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동안 우리를 행복과 성공으로 이끌어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원칙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탄생한 일곱가지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원칙 1. 행복의 특권
긍정적인 뇌는 부정적인 뇌에 비해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한다. 이 원칙은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더 높은 성과를 올리는 원리를 보여준다.
원칙 2. 지렛대 원리
경험의 내용과 성공 가능성은 우리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이 원칙은 긍정적인 태도가 지렛대의 원리를 통해 행복과 성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원칙 3. 긍정 테트리스 효과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긴장이 지속될 때 스스로를 실패의 구덩이로 몰아간다. 이 원칙은 우리의 시선을 부정성에서 긍정성으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잠재력을 실현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원칙 4. 넘어졌다 일어서기
실패와 좌절에 직면했을 때 우리 뇌는 비상한 능력을 동원하여 탈출구를 찾아낸다. 이 원칙은 위기와 실패를 행복과 성공의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원칙 5. 조로의 원
거대한 장애물에 맞닥뜨리면 때 본능이 이성을 지배한다. 이 원칙은 커다란 과제를 다루시 위운 작은 하위 과제들로 구분하여 다시 통제력을 회복하는 기술을 설명한다.
원칙 6. 20초 법칙
의지력 저장고는 생각보다 훨씬 작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주 쉬워 보이는 도전과제도 종종 실패한다. 이 원칙은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방식을 통해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실천적이 방안을 보여준다.
원칙 7. 사회적 관계
위기 상황이 닥쳐올 때 사람들은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어든다. 하지만 정말로 위기를 이겨내고 싶다면 친구나 동료, 가족 등 사회적 관계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최고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일곱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나는 하버드의 수많은 학생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여 나쁜 습관을 고치고, 성적이 향상되어 기회를 발견하고, 열정을 높이고, 잠재력을 실현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8. 이론을 넘어 실제로
내가 정말로 알고 싶었던 것은, 이런 일곱 가지 원칙들이 현실에서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학술 세계와 비즈니스 세계사이의 다리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나는 애스퍼런트 Aspiranrt라고 하는 작은 컨설팅 기업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기업 및 비영리 단체를 중심으로 연구와 실험을 추진해 나갔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 애스퍼런트를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불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