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_행복 특권의 7가지 원칙
Chapter 07_넘어졌다 일어서기
내가 참여했던 수많은 실험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으라면, 그나마 좀 양호한 편에 속하는 노인 돕기를 들고 싶다.
실험이 시작되자, 보조 요원 두 사람이 들어와 밸크로(찍찍이) 끈이 달린 센서 장비와 흰색 사이클 타이츠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실험의 목적은 노인들이 어떻게 넘어지는지에 관한 연구를 통해 사전에 낙상을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는 노릇이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럴듯한 설명이었다.
연구원은 나보고 어두침침한 방 바닥에 패드가 깔린 실험용 통로를 걸어가라고 했고, 그동안 촬영 장비가 돌아가면서 관절마다 붙은 센서들의 위치를 상세히 기록했다. 기다란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나는 네 가지 일을 겪어야 했다. 첫째, 바닥이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면서 오른쪽으로 넘어진다. 둘째, 바닥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왼쪽으로 넘어진다. 셋째, 무릎에 부탁한 센서사 벗겨질 만큼 세게 완전히 정면으로 넘어진다. 넷째, 통고 끝에 도달하기 전 일부러 최소한 한 번은 넘어진다.
이를 위해 1시간 동안 30초에 한 번씩, 총 120번 정도 넘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연구원이 들어와 겸연쩍은 얼굴로 녹화 테이프를 넣는 것을 깜빡해서 다시 해야 한다면서 물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실험은 노인 돕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 실험을 통해 깨달은 교훈이 있다면 절대 실험 제목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실험의 애초 목적은 동기부여와 회복 탄력성에 관한 것이라 했다. 즉 그들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포기할까?”, “사람들은 금전적인 보상을 위해 큰 불편을 얼마나 감수하려고 할까?” 같은 질문에 대답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이 실험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 몸의 회복 탄력성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때의 실험을 다시 떠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비즈니스 기반을 흔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모두 극심한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1. 제 3의 길 찾기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지도를 그려내고 또 고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뇌는 복잡하고 변화하는 세상을 항해하기 위해 계속해서, 강박적으로 지도를 만들어내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먹이를 구하고, 번식하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상하면서 끊임없이 인류는 지도를 그려왔다. 그리고 이제 그 지도 그리기 본능은 야생의 생존이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자세로 모든 가능한 길들을 지도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높을 때, 우리의 시야는 협소해지고 더 많은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이는 결국 최고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세 가지 형태로 대응한다. 첫째, 계속 똑같은 자리를 맴돈다. 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둘째, 좌절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셋째,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성공으로 도약한다.
이 중 세 번째 형태의 길을 제 3의 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제 3의 길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지도를 새로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서는 서둘러 해결책을 구하기보다 먼저 상황 자체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계속 살펴보겠지만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위기에 좌절하는 사람과 위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사람의 차이는 이것으로 결정된다.
최근 많은 연구들은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에서 이렇게 적었다.
[1] “위기와 시련, 그리고 실패가 아무리 거대해 보일지라도 절대 우리의 의지를 꺽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2. 회복이 아닌 성장을 향하여, 외상 후 성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전쟁으로 인한 가장 대표적인 심리적 후유증이며, 이미 상당 부분 학계에 보고되었다.
이와는 달리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을 나타내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제 3의 길이다.
[2]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련을 겪는 동안 인격적인 성장을 이룬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대비시켜 외상 후 성장, 혹은 적대적 성장 Adversarial Growth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테데시 연구팀은 20년 넘게 외상 후 성장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외상 후 성장은 대부분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개념이다. 흔히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에 익숙할 것이다.
[3] 고난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체계적으로 논의하고,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한 것은 아직 25년이 되지 않았다.
외상 후 성장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고난과 위기가 긍정적인 변화를 일구어내는 촉매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4] 예를 들어 2004년 3월 11일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를 겪은 사람들은 사고 이후 심리적으로 성장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5] 그리고 유방암을 진단받았던 여성들 대다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심리적, 정신적 성장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영적인 발전, 타인과의 공감, 개방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한 인생 전반의 만족감이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6] 실제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극복한 사람들은 자신감, 감사, 친밀감,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항목에서 그동안 많은 성숙을 경험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난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하지만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문제 상황이나 사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접근할 때, 비로소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7] 많은 심리학자들은 외상 후 성장은 문제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처하는 주관적인 태도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객관적인 상황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헤쳐나갈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할 때 외상 후 성장이 가능해진다.
[8] 고난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접근방식이 추구하는 바는 정상으로의 회복이 아니라 성장이다.
3. 유레카, 실패했도다!
각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위기를 피해야 할 함정이 아닌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거듭된 실패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며 시장을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어낸다.
로버트 캐네디는 “쓰라린 좌절을 감당할 용기 있는 사람만이 성공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 컨설턴트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9] “이제 기업들은 실패를 방사능 폐기물처럼 멀리할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겪을 때마다 성대한 파티를 열어야 할 것이다.”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코카콜라가 으뜸이다. 2009년 연례 투자자 모임에서 코카콜라의 CEO는 그동안 이룩한 빛나는 성공 스토리 대신 지금까지의 모든 실패 사례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CEO는 그동안 많은 실패로 큰 돈을 날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소중한 교훈을 얻었고, 이것이 바로 코카콜라를 이끌러나가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10]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오늘날 혁신적인 몇몇 기업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고의로 저지른 실패 사례들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벨 전화회사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고객들에게 예치금을 내도록 하는 까다로운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벨 전화회사는 요금을 성실히 내는 가입자와 그렇지 않은 사이자들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1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독촉도 하지 않은 채 일정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납부를 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심사 시스템을 구충했으며, 이는 수백 달러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해 기업들이 저지르는 실패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논문의 결론처럼 학습을 가속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인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일찍, 그리고 더 자주 실패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탈 벤 샤하르 교수는 <완벽의 추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11] “실패를 겪은 사람만이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더 일찍 실패할수록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장애물에 더 유연하게 맞설 수 있다.”
[12] 90명의 피실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실수를 통해 프로그램 조작법을 터득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첫 번째 그룹 사람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패를 통해 프로그램을 배운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배룬 사람들보다 프로그램의 원리와 작동방식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4. 왜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실패에서 성공에 이르는 여정은 항상 멀고 험난하다. 실패가 계속 반복되면 점점 열정과 용기를 잃어버리고, 제 3의 길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러한 모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변화가 가장 필요한 시점에서 사람들은 모든 걸 체념한 채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도대체 당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5. 조건 반사와 학습된 무력감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성공과 실패의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20세기 후반으로 돌아가보자.
[13] 긍정 심리학의 대부로 각광받은 마틴 셀리그먼은 1960년대에만 해도 대학원에서 긍정 심리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주제들을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 셀리그먼이 몸담고 있던 연구실에서는 개를 대상으로 벨소리를 들려준 뒤 충격을 가하는 조건반사 실험에 집중했다. 연구원들은 개들이 오른쪽 구역에 있을 때에는 충격을 주고, 왼쪽에 있을 때에는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충격을 가할거라는 암시로 벨소리를 들려주면 당연히 개들이 벽을 뛰어넘어 왼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개들은 충격을 받으면서고 계속 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 결과는 연구원들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개들이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실험 전 수행했던 조건반사 훈련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개들은 벨소리가 울리면 충격이 오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학습했던 것이다. 그래서 도망가려는 시로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건반사를 학습했던 개들은 제 3의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이후 다시 인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심리 실험을 통해 셀리그먼과 동료 연구원들은 개들에게서 나타났던 학습된 무력감이 인간의 행동 패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들 역시 반복적으로 실패를 겪으면서 무력감을 학습하고, 이는 충분히 실패를 벗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연구 역시 인간의 행동 패턴이 개들과 얼마나 유사한지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해당 연구팀은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실험실로 들어가게 한 뒤, 시끄러운 소름을 들려주었다.
[14] 그리고 각 실험실에 복잡하게 생긴 리모컨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이를 이용해 소음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라고 지시했다.
이 실험에서 두 번째 그룹에 지급한 리모컨은 정상적이었지만, 첫 번째 그룹에 지급한 것은 아무리 조작해도 소름을 끌 수 없는 가짜 리모컨이었다.
첫 실험 뒤 연구팀은 또다시 두 그룹에 리모컨으로 소음을 끄는 동일한 과제를 내주었다. 이번에는 두 그룹 모두 간단한 조작으로도 소음을 끌 수 있는 정상적인 리모컨을 제공했다. 그러나 결과는 판이했다. 두 번째 그룹은 리모컨 버튼을 몇 차례 조합하면서 금방 소음을 껐던 반면, 첫 번째 그룹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 결과를 두고 연구팀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15] ‘첫 번째 그룹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리모컨으로 소음을 끌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했고, 그래서 환경이 바뀌어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즉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다.’
6. 학습된 무력감의 파괴력
2년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무력감을 학습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 모두 제3의 길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즉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아무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학습된 무력감의 폐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특정 분야에서 학습된 무력감은 그 경계선을 넘어서도 멈출 줄 모른다. 해고당한 사람은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친구에게 배신당한 사람은 동료들을 믿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서 학습된 무력감이 다른 분야로 넘어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7.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태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은 위기 상황에 꼼짝없이 엎드려 있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 성공의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실현해 낸다.
8. 제 3의 길에 대한 믿음
벤과 폴이라는 두 주식중개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두 사람은 억대 연봉을 받으며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금융위기로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럴 줄도 모르고 얼마 전에 벤츠까지 구입한 폴은 하루하루가 좌절의 연속이었다., 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가능성들을 찾아다녔다. 똑같은 위기를 맞이했지만 벤과 폴이 대처하는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16] 이 이야기 속 실제 인물인 벤 엑슬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바클레이 투자금융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해고로 한동안 정신이 없었지만, 벤은 곧 마음을 다잡고 오랫동안 꿈꾸어온 헤지펀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닥쳐온 불행이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벤이 설립한 회사는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도 조금씩 고객을 늘려 나갔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직장을 다닐 때보다 경제적인 상황은 물론 업무 만족감도 훨씬 나아졌다. 벤의 성공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제 3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9. 발상 전환이 만드는 가능성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위기를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기업으로 휴렛팩커드(HP)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를 꼽았다. 이 두 기업은 모두 대공황 시절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또한 최근 많은 미국 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존의 낡은 비즈니스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 나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58년, <타임>지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17]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반면, 몇몇 소수 기업들은 경기가 좋을 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새로운 투자처들에 주목했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CEO는 금융위기 속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18] “기존의 경영 방식을 타파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것들을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제 하나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지요. 경기 침체가 내일 끝나더라도 우리는 절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그 CEO가 이 말을 한 것은 무려 50년 전이지만 나는 오늘날 모든 경영자와 조직의 리더들이 이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금융위기 때 잔뜩 웅크린 채로 다른 경쟁자들의 눈치만 보는 기업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9] 그리고 힘든 시기일수록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투자에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위기는 기업의 창조적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고의 촉매재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의기 상황을 어렵게 헤쳐나가는 리더들 대부분은 지독한 무력감에 빠져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해서 흘려보내고 있다. 학습된 무력감은 리더들의 개인적인 행복과 성과뿐만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성공 가능성에 커다란 피해를 끼친다.
반명 열정과 목적의식을 언제나 잃어버리지 않는 소수의 리더들은 위기 상황 속에서 보상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당시 대다수 경영자들이 생존을 위해 자세를 잔뜩 낮추고 있을 때의 펩시의 CEO 인드라 누이는 전 세계 지사들을 돌아다니면서 현지 직원들을 만나 자신의 뜨거운 열정과 믿음을 전파했다. 누이의 이러한 전략은 지금 커다란 효과를 발위하고 있다. 전 세계를 돌아가니는 동안 누이는 펩시라고 하는 글로벌 조직 전반에 영감을 불어넣었으며, 2009년 <포춘>은 그녀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지도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누이가 제시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반복된 실패로 학습된 무력감은 우리를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내리누르지만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얼마든지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 3의 길을 찾아낼 수 있는 몇가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살펴보자.
10. 상반된 사후가정 영향력
동일한 상황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을 심리학자들은 사후가정 counterfactual이라고 부른다. 사후가정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20] 특히 어떠한 상황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풍부하고 균형감 있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상반된 사후 가정 모두 엄연한 창작물이라는 사실이다. 즉 사후가정이란 자신의 생각대로 임의로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며,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긍정적인 감정을 자극하고, 열정과 동기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사후가정을 바꿀 수가 있다.
[21] 버지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언덕 맨 꼭대기로 올라가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경사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게끔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예측한 경사도는 그들이 느낀 불안의 정도와 비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어떤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때 그 상황을 계속해서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우리 뇌의 부정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11. 해석 방식의 차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영업사원들에게는 대단히 일상적인 요소다. 영업 사원들은 대개 열 번 시도에 한 번 성공한다. 이 말은 그들의 근무시간 가운데 90%가 실패와 거절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계속하여 강조한 바와 같이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다 보면 초기의 열정과 동기가 점점 위축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영업직 이직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다가 어떤 해에는 영업사원 절반이 한꺼번에 회사를 나가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22] 4년을 버티는 사람의 비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직원 채용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만 한해 7,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메트라이프는 마틴 셀리그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셀리그먼은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얻은 학습된 무력감이라는 범주를 사람의 범주로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실패가 거듭될수록 대다수 사람들이 위축되고 무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중에서 소수의 사람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의 원인을 셀리그먼은 위기와 고난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찾았다.
[23] 과거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 현재의 행복감과 미래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다양한 실험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위기 상황이 찾아와도 이를 지엽적이고 일시적인 문제로 바라본다. 이를테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 조만간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닥쳐온 위기를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사태로 해석한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최악의 상황이었어. 아마 이대로 계속 갈 거야’라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해석 방식은 행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부정적인 해석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계속 무력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긍정적인 해석 방식을 지키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한다.
해석 방식은 성공이나 실패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계속 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해석 방식으로 상황을 바라보는지 확인한다면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4] 실제로 사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실험은 긍정적인 해석 방식을 지닌 신입생들의 평균성적은 더 높고, 중퇴율은 훨씬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5] 그리고 대학 수영팀부터 프로야구 선수들까지 다양한 스포츠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연구 역시 해석 방식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6] 그밖에도 관상 동맥 우회술을 받는 환자들의 회복 속도에까지 해석 방식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 사례도 있다.
메트라이프의 문제를 분석한 셀리그먼이 가장 먼저 주목한 부분 또한 영업사원들의 문제 해석 방식이었다. 영업사원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셀리그먼은 긍정적인 해석 방식을 지닌 직원들이 부정적인 해석 방식의 직원들보다 37%나 실적이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가장 낙관적인 그룹의 실적이 가장 비관적인 그룹에 비해 88%나 더 높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러한 차이는 이직률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람들보다 이직률 면에서 두 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메트라이프가 가장 먼저 칼을 댄 곳은 채용 시스템이었다. 메트라이프 인사팀은 기존의 입사시험보다 해석방식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직원들을 뽑기 시작했다. 아무리 조건과 시험 성적이 좋아도 해석 방식이 부정적이라고 판단되면 절대 뽑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은 영업사원들의 이직률 감소로 이어졌으며, 시장 점유율도 50% 가량 성장하는 결실을 맺었다.
12. ABCD 프로그램과 탈비극화
해석 방식과 관련하여 나는 종종 ABCD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27] 여기서 ABCD란 Adversity(위기), Belief(믿음), COnsequence(결과), Disputation(논의)을 뜻한다.
위기는 하나의 객관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믿은은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 앞으로 어떻게 될까? ’
‘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장기적이고 보편적 문제일까? ’
다음으로 결과란 해결 방안을 제시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최종 결정 상황을 의미한다. 어떤 위기에 대해 단기적이고 지엽적이라고 해석하고 그 속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냈다면 ABC단계로 모든 것이 끝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지막으로 D, 즉 논의의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D의 단계로 들어가기에 앞서 믿음은 자신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심리학자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화하는 방법을 권한다. 가령 자신의 믿음을 다른 사람의 생각인 것처럼 거리를 두면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 그 믿음의 근거는 무엇인가? ’
‘ 논리적인 허점은 없는가? ’
‘ 그 믿음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까? ’
‘ 아니면 좀 더 의심해 보아야 할까? ’
‘ 다른 해석 방식이 있을까? ’
‘ 또 다른 사후가정을 제시할 수 있는가? ’
‘ 지금의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
이처럼 스스로에게 질문함으로써 문제를 바라보는 주관적인 해석 방식을 객관화하려는 노력을 심리학자들은 탈비극화 Decatastrophizing라고 부른다.
탈비극화를 통해 우리는 현재 상황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탈비극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류의 뇌는 항상 최악의 상태에 대비할 수있도록 프로그래밍화되었다.
가령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을 때 사람들 대부분은 죽을 것 같은 좌절감과 우울함을 느낀다.
[28] 하지만 어느 정도 고통스럽고 불편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감정 수준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탄력적인 기관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실연을 당했거나 해고당했을 때, 우리는 최악의 감정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리라 여긴다. 이러한 성향을 심리학자들은 면역 무지 immune neglect 라고 부른다. 면역 무지란 현재의 심리 상태가 항구적이고 고정적이며, 우리 뇌의 어떠한 면역체계도 고통을 덜어주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일시적인 착각을 말한다.
[29] 대니얼 길버트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다양한 실험을 소개하면서 면역 무지가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가령 실연을 당한 젊은이는 지옥 같은 나날들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도 두려워하는 심리적 불행은 대단히 과대평가되어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오래가지도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 보이는 고난도 우리 생각만큼 그렇게 가혹하지는 않은 것이다. 문제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부풀려 생각하는 인간 뇌의 유전적 성향을 이해할 때 비로소 당신의 해석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나갈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이 혹시 위기 상황을 맞이하여 무력감에 사로잡힌다면, 지금 한 말을 떠올려보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제 3의 길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위기와 실패는 물리쳐야 할 적이 아니다. 넘어지는 순간의 관성을 이용해야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아래로 추락하는 가속도를 위로 올라가는 힘으로 전환할 때, 우리는 더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성공이란 쓰러지지 fall down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쓰러지는 힘을 이용해 다시 일어서는 fall up 기술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