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_행복 특권의 7가지 원칙
Chapter 08_조로의 원
전설 속 영웅 조로는 미국 남서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물리쳤다. 조로는 아직까지고 책이나 드라마, 영화 속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놀라운 칼솜씨, 그리고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무쌍함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조로에 대해 사람들이 아직도 잘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천하무적 조로라고 해서 처음부터 샹들리에를 타고 날아다니고, 한 번의 칼질에 열 명의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검객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마스크 오브 조로>에서도 조로는 원래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알레한드로’라는 젊은이였다. 그는 악당들을 벌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고 싶어 했지만, 그의 꿈은 그저 몽상에 불과했다. 젊은 알레한드로가 살아가는 현실은 좌절과 무력감으로 가득했다. 그런 알레한드로 앞에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오리지널 조로인 돈 디에고이다.
오랜 훈련을 통해 알레한드로는 로프를 타고 하늘을 날고, 마침내 칼싸움에서 스승을 이기는 경지에 이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알레한드로가 익혔던 수많은 화려한 기술들이 아주 작은 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디에고가 그려놓은 작은 원이 알레한드로를 전설적인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시달리거나 버거운 과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덤벼들다 보면 외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쉽게 잃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목표를 구체적이고 작은 하위 단위로 나누어 차례대로 에너지를 집중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즉 관심과 에너지를 투자할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여기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제한된 범위 안에서 유효한 성과를 이룬 다음에야 비로소 다음 단계의 하위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
조로의 신화는 작은 조로의 원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기억하자.
1. 화단 가꾸기와 내적 통제위
통제력을 유지하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은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반이다. 통제력을 유지한다고 믿는 학생들은 더 행복하고, 더 높은 학점을 받을뿐더러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들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1] 마찬가지로 자신의 업무적인 통제력을신뢰하는 직장인들은 업무 효율성과 만족감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나타낸다.
그리고 통제력에 대한 확신은 객관적인 성과로 입증된다.
[2] 2002년 NSCW(National Study of the Changing Workforce)가 3,000여 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통제력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업무는 물론 가족과 인간관계 등 인생의 다양한 측면에서 높은 만족감을 표시한다.
또한 스트레스, 업무와 가정의 균형, 이직률 등 다양한 항목에서 훨씬 긍정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객관적인 통제력보다 통제력에 관한 주관적인 믿음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한테서 공통적으로 내적 통제위 internal locus of control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더 높은 행복감과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내적통제위는 업무 외에도 일상생활의 다양한 측면에까지 큰 영향을 준다.
[3] 관련 연구는 내적 통제위가 강한 사람들이 업무나 학업에서 더 좋은 성과를 올리고, 더 높은 만족감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내적 통제위는 스트레스 지수와 이직률을 낮추고, 열정과 소속감을 높인다. 내적 통제위가 강한 사람들은 인간관계도 잘 이끌어나간다.
내적 통제위는 스트레스 수치를 낮춰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4] 7,400여 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항상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질환 발병률이 50%나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팀은 업무적 스트레스에 따른 통제력 상실이 고혈압보다 더 치명적인 심장질환 발병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통제력에 대한 믿음이 성과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연구 사례는 다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이 연구를 주도했던 연구팀은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내적 통제위를 자극하는 실험을 했다.
[5] 가령 노인들에게 정원을 가꾸는 비교적 가벼운 정도의 책임과 권한을 주었을 때, 행복지수가 상승한 것은 물론, 사망률도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지극히 사소한 권한으로도 내적 통제위를 강화할 수 있으며, 이는 행복과 건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 저크와 싱커의 경쟁
내적 통제위가 행복과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세계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직장인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보다 외부 상황에 지배받는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시간과 능력에 비해 과중한 업무를 맡으면 쉽게 무력감에 빠져들고 만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적 통제위를 조정하는 심리적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뇌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최종 행동은 뇌 속에 있는 두 자아가 벌이는 경쟁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두 자아란 원초적 기능을 담당하는 본능적 자아(저크라고 부를 것이다)와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이성적 자아(싱커라고 부른다)를 말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원초적 자아, 즉 저크가 형이다. 저크는 아미그달라(편도체)라고 하는 조직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대뇌변연계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저크의 전성기는 인류의 최대 목표가 살아남는 일이었던 수만 년 전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저크는 반사적으로 도망가게 하거나, 아니면 맞서 싸우게 함으로써 목숨을 지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출근길에 호랑이를 만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호랑이의 위협이 사라진 현대에도 여전히 저크가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까지 쓸데없이 개입해 일을 망쳐 놓는 것이다.
싱커는 우리 뇌에서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싱커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조합하여 결론을 도출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는 일들을 담당한다. 오랜 세월 동안의 진화적 성과들을 고스란히 담은 싱커 또한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건 한 마디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싱커는 일상생활 속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나 무력감이 마음을 지배할 때는 저크가 다시 주도권을 잡는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면 우리 몸은 독성이 강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리솔 cortisol을 분비한다. 이 코티솔이 몸 안에 지나치게 오래 남아 있으면 대뇌변연계를 지배하는 아미그달라가 활성화되어 사소한 자극에도 경보 시스템을 남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본능적인 저크가 싱커를 압도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상태를 감정적 압도 emotional hijacking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심리학자들이 감정적 압도가 기업의 성과와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왔다.
[6] 그중 심리하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과 과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차이를 신경과학적인 차원에서 풀어내고자 했다.
그는 실험에서 두 그룹, 즉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과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했다. 가령 짧은 시간에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게 한다든가, 또는 인생 최악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 다음 MRI로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았다.
피실험자들이 주어진 과제를 처리하는 동안 데이비슨은 그들의 두뇌 영상 속에서 이성적 자아와 본능적 자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그룹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나타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
먼저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두엽이 대뇌변연계를 지배했다. 싱커가 저크를 압도한 것이다. 반면 과민반응 그룹은 아미그달라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오랫동안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고, 고차원적인 이성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카너먼–트버스키의 최후 통첩 게임
이쯤 되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그런 심리 매커니즘이 대체 회사생활에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이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중대한 의미가 있다.
[7] <EQ 감성지능>의 저자 다니엘 골먼은 본능적 자아가 뇌를 장악할 때 벌어지는 현상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연구했다.
사소한 스트레스라 하더라도 오래 지속되면 우리는 작은 일에도 금방 통제력을 잃고만다. 저크에게 쉽게 운전대는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일단 저크가 주도권을 장악하면 성급하게 화를 내거나 쉽게 무력감에 빠지고 열정과 목표를 잃어버린다. 이는 의사결정 능력과 업무 효율성, 성과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8]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내적 통제위가 약한 리더일수록 실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위기 한파와 같은 것은 저크에게 힘을 실어주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9] 이에 대해 신경과학자들은 경기침체와 같은 외적 요인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호랑이와 비슷한 정도의 자극을 뇌에 주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자로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 뇌 속에서 경쟁하는 두 자아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방대한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인간이란 이익과 손실을 놓고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존재라고 믿어왔다.
[10] 하지만 카너먼과 그의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는 그런 믿음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고전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최후통첩게임 Ultimatum Game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서로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을 실험실에 들여놓고, 그중 한 사람에게 1달러짜리 지폐 열 장을 주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과 그 돈을 나누어 가지게 한다.
만일 상대방이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바로 여기에 이 실험의 묘미가 숨어 있다.
전통 경제학 입장에서 볼 때, 단 1달러라도 거저 준다면 승낙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실험에서 1~2달러로 최후통첩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제안을 거절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감성이 이성을 지배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 대한 좀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신경과학자들은 불공평한 제안을 거절했던 피실험자의 뇌에서 대뇌변연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1] “돈을 거저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한 것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 세계의 다양한 기업 경영자와 리더들을 만나는 동안, 나는 저크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문제가 악화되는 사례들을 직접 목격했다.
시장의 거품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도 기업들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거품이 터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에 대해 제이슨 츠바이크는 <머니 앤드 브레인>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12] “충동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우는 게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주당 24센트 차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안전하게 23센트의 수익에 만족하면서 순식간에 50억 달러를 날려버리는 실수를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저지르고 있다.”
저크가 권력을 잡고 사소한 자극에도 시끄럽게 경보를 울려대기 시작하면 이성적인 사고능력이 위축되면서 행복과 성공은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4. 조로의 원 확장하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저크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싱커의 손에 다시 넘겨줄 수 있을까? 우리는 그 해답을 앞에서 소개한 조로의 원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조로의 원이란 자기인식 self-awareness을 의미한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언어로 직접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3] 언어적인 표현이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누르러뜨리고, 행복 수위를 높일 뿐 아니라 이성적인 사고능력을 회복시켜준다는 사실은 자기공명영상 장비를 통해 확인된다.
당신이 지금 어떤 걱정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종이에 한번 적어보자.
직접 고민거리나 스트레스의 원인을 적어보는 목적은 자신의 통제력 범위를 넘어선 부분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통제력 발휘가 쉽다고 생각하는 과제들 중에서 가장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선별하는 것이다.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과제에 우선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할 때 가장 빠르고 쉽게 통제력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우선 내적 통제위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와 관심의 투자 범위를 조금씩 늘려나가면 된다.
5. 마라토너는 전력으로 질주하지 않는다
자기 과신과 주위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목표를 세우고, 또 실패한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이루겠다고 스트레스를 자초하는 것은 마라톤 코스를 시작부터 전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결국 실패와 좌절과 자괴감뿐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사람들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비즈니스 환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목표를 높게 잡거나, 혹은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경쟁자를 이기고, 최고의 연봉을 받고, 더 넓은 사무실을 쓰고 싶어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조급한 마음은 절대 실질적인 변화와 진정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조급함은 오히려 스트레스와 혼란을 자극하여 직원들의 이성적인 사고능력을 마비시키고, 이로 인해 실패를 거듭하면서 내적 통제위를 잃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14] 많은 심리학자들 역시 흥미를 못 느낄 정도로 쉬운 수준에서 목표를 세우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 당신이 세우고 있는 목표가 너무 높아 보인다면, 이를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하위 목표들로 세분화해 보자. 이를 통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집중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피터 브레그먼 교수는 이렇게 강조한다.
[15] “책 한 권을 쓰려는 욕심을 부리기 전에 먼저 한 페이지를 완성하자. … 6개월 만에 최고의 리더가 되려고 하기 전에 먼저 합리적인 목표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자.”
처음에 그린 원이 아무리 작더라도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다.
[16] 대니얼 코일은 <탤런트 코드>에서 사소한 문제들을 발견하고 개선하려는 전략을 30년간 도요타가 이룬 성공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물론 지금은 그 사소한 문제들을 외면함으로써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말이다.
6. 통제 가능한 영역부터
어느 광고회사의 수석 카피라이터 이야기를 잠깐 소개하겠다. 조직에서 줄곧 인정받으면서도 그녀는 항상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잔뜩 짊어진 채 생활해 왔다.
그런 그녀를 위해 나는 고민거리들을 통제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누어 보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그녀가 자신의 고민거리들 대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소수의 문제들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도록 했다.
나는 가장 먼저 그녀에게 첫 번째 원으로 다음의 과제를 제시했다.
‘직원들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만든 카피만 수정하기’
이 과제의 목표는 그녀가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우선 자신의 작업에만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예전보다 더 좋은 광고 카피를 내놓을 수 있었고, 이는 팀원들의 열정과 창조성을 자극했다. 이런 팀 전반의 변화는 다른 부서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전반적인 과정에서 그녀는 다시금 통제력을 회복했고 점차 과제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조직 전반에 대한 영향력까지 키워 나갈 수 있었다.
7. 내적 통제위를 회복하는 방법
예전에 나는 한 대형 제조회사의 임원인 베리의 소개로 그곳 직원들에게 짧은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일로 처음 베리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나는 잡동사니의 천국을 목격하게 되었다.
남들 보기에는 심각한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이메일이었다.
그의 이메일에는 읽지 않은 메일이 무려 1,400통 가량 들어 있었다. 베리는 두 달간 급한 프로젝트를 처리하면서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이런 지경이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메일함을 바라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안, 배리의 뇌 속에서는 본능적 자아가 이성적 자아를 누르고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게다가 메일 문제 때문에 생겨난 무력감은 점차 다른 업무로도 퍼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베리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도와주기로 하고, 가장 먼저 이메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확인하지 않은 이메일이 아무리 많아도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저크에게 쉽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말고 싱커가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 다음에 메일함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을 글로 써보라고 권했다. 이를 통해 베리가 과장된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 멀찍이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습관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즈음,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두 달 동안 쌓인 이메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베리에게 단계적으로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우선 오늘 새롭게 도착한 메일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렇게 이메일을 처리하면서 베리는 조금씩 내적 통제위를 확보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기존의 메일들도 읽어볼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그래도 나는 베리에게 이메일 작업에 하루 1시간 이상을 투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확한 한계시간이 없다면 예전의 스트레스 환경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3주 후 베레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메일이 날라왔다.
“지금 제게 답장을 보내신다면 아마 제 편지함 속 다섯 번째 메일이 될 겁니다.”
베리의 성공 사례 역시 작고 구체적인 목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이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8. 뉴욕에 나타난 조로
조로를 전설적인 영웅으로 만들었던 똑같은 훈련 방법은 뉴욕시를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로 만들어놓았다.
[17] <티핑 포인트>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뉴욕 공무원들이 증가하는 범죄와 어떻게 전쟁을 벌였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누구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으나 어느날, 몇 명의 공무원들이 내놓은 급진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 때문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아이디어란 당시만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s Theory을 범죄 소탕에 적극 활용해 보자는 것이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사회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주창한 것으로, 사소한 파괴적 행동이 거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들은 깨진 유리창 하나가 중범죄로 이어진다면, 반대로 유리창을 모두 보수하면 범죄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뉴욕의 더러운 지하철로부터 가설을 검증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그들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뉴욕 시의 모든 지하철 유리창을 보수하고, 차량과 역사의 낙서를 지워 나갔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뉴욕 시의 공무원들은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였고, 뉴욕 시 지하철이 완전히 깨끗해 질 때까지 계속해서 더 많은 차량과 역사로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그렇게 조로의 원이 완성되자, 그들이 갈망했던 성과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무임승차로부터 무장 강도에 이르기까지 지하철 관련 범죄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결과에 고무된 뉴욕 시가 지하철을 넘어 고시 전역의 다양한 시설을 보수하고 낙서를 지우는 단계로 나아갔으며, 이는 다시 뉴욕 시 전체의 범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