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_행복 특권의 7가지 원칙
Chapter 09_20초 법칙
담배가 몸에 나쁘다거나 텔레비전이 아이들의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저 당연한 말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렇가면 우리는 당연하기 때문에 실천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알고만 있는 것은 반쪽짜리 진리에 불과하다. 실천이 없는 지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간파한 거처럼 최고라는 생각만 가지고서는 절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다. 여기서 문제는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다.
[1] 의사들은 운동과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의사들 중 44%가 과체중에 속한다고 한다.
아무리 쉬워보이는 일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면 어렵고, 그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2] <뉴욕 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매년 80%의 사람들이 새해 목표를 세웠다가 실패를 겪는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간절할 때에도 우리는 종종 실패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의 뇌가 정말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기관이라면 습관을 바꾸기가 왜 이리도 힘든 것일까? 그리고 좀 더 수월하게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비결은 없다는 말인가?
1. 제 2의 인간 본성
심리학에 미쳤던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분명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다. 그는 습관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본성을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주목했다. 그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습관의 묶음이며, 습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 이를테면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알람을 맞추는 일처럼 말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습관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냥 습관이 시키는 대로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현관문을 잠그고, 출근길을 나선다.
습관은 우리의 의지력 저장고를 거의 소진시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습관은 제2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임스의 이론대로 우리가 습관에 따라 자동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라고 한다면 습관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삶에서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4]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칭송받는 윌리엄 제임스 교수가 지적했던 것처럼 정말 인생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일구어내고 싶다면, 뇌의 신경 시스템을 적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하는 습관은 자본과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의 습관에 도전해서 성공을 거두었다면 우리는 이를 미천 삼아 다시 다른 습관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일상적 반복 훈련이 습관을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을까? 그 비결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 바로 윌리엄 제임스이다.
제임스 교수는 습관 형성의 비법을 일상적인 훈련 Daily strokes of effort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일상적인 훈련이란 새롭게 창조한 획기적인 비결이라기보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라는 옛말을 재활용한 것에 가깝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5] “특정 행동을 하려는 강력한 성향은 아무런 방해는 받지 않고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동안에 형성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성장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어떤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실천하면 우리의 뇌가 그 행동에 적응하여 비로소 새로운 습관이 형성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제임스가 직관적으로 묘사했던 습관 형성의 비밀을 나중에 신경과학자들이 과학적인 차원에서 밝혀내기까지는 무려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특정 행동을 오랫동안 반복하면 그 행동을 관장하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망이 더욱 강하게 형성된다. 즉 동시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들이 하나의 다발로 묶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결망이 강해질수록 특정 행동에 관한 메시지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이렇게 되면 그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3. 기타를 연습하는 방법
습관을 형성하는 과학적 원리를 처음으로 깨달았을 대 이를 직접 확인하고픈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도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면 신경회로를 바꾸어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나는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어보기로 했다.
내가 가장 먼저 도전한 습관은 기타 연주였다.
[6] 한 가지 습관을 들이는 데 보통 21일 정도가 걸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큼직한 종이에다가 스물한 개의 칸을 그린 다음 벽에다 붙여 놓았다.
그리고 3주 뒤에 달라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3주가 지났을 때, 스물 한 개의 칸 중 처음 네 개만 체크가 되어 있고 그 다음부터는 빈칸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 오랜 고민 끝에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에 도전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즉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에 나는 무모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다.
4. 다이어트가 뜻대로 되지 않는 까닭
다이어트에 도전해 본 사람이라면 인간의 의지력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정 음식을 억지로 멀리하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이런 방식의 다이어트가 실패할 경우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더 살이 찔 수 있다고 경고한다.
[7] 실제로 의지력에만 의존하는 다이어트의성공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무작정 참는 방식의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결국 예전보다 더 커진 아이스크림 통을 부여잡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5. 의지력 저장고는 작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만큼 지속적으로 의지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력이라는 게 사용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고갈되는 일종의 에너지 저장고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직관적으로만 생각해 온 의지력의 실체를 처음 과학적으로 밝혀낸 사람은 로우 바우마이스터라는 유명한 심리학자이다. 그는 그 유명한 초코 쿠키 실험을 통해 의지력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8] 문제의 실험에서 바우마이스터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실험실에 모아 놓고 세 시간가량 아무것도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세 그룹으로 나누고, 첫째 그룹에는 초코 쿠키와 무가 담긴 접시를 주면서 초코 쿠키는 절대 먹지 말라고 했다. 둘째 그룹에는 둘 다 먹어도 좋다고 했다. 셋째 그룹에는 아무런 음식을 주지 않았다.
이후 세 그룹 모두 ‘간단한’ 기하학 퍼즐 몇가지를 내주었다.
사실 이 퍼즐은 절대 풀 수 없도록 일부러 조작해놓은 것이었다. 심리학자들에게는 이런 괴팍한 취향이 있다.
바우마이스터의 초코 쿠키 실험의 경우,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은 첫 번째 그룹의 사람들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첫 번째 그룹 사람들은 초코 쿠키를 안먹으려고 억지로 참는 동안 의지력을 상당 부분 소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기 때문에 골치 아픈 퍼즐을 물고 늘어질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9]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의지력의 강도를 측정했다.
한 연구팀은 웃긴 영상을 보여주면서 끝가지 웃음을 참도록 한 다음, 철자 바꾸기 퍼즐을 풀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또 다른 연구팀은 상투적인 표현들을 절대 쓰지 말고 뚱뚱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묘사해 보라고 한 다음,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말도록 했다. 이를테면 “흰색 곰을 떠올리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는 것이다.
두 실험 모두 피실험자들은 첫 번째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참을성이 훨씬 부족했다.
이처럼 의지력을 주제로 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행동이나 생각들이 실제로는 동일한 의지력 저장고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심리학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10] “여러 가지 형태의 자기 통제들은 모두 공통적인 심리적 에어지 저장고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 저장고의 용량은 다분히 제한적이라 쉽게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계속해서 욕구를 억누르고 있을 때 우리의 의지력 저장고는 금방 메말라버릴 위험이 있다.
의지력 저장고는 제한적인 반면, 우리를 유혹하는 요소들은 널려 있기 때문에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힘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움직이려는 방식, 즉 최소 저항의 길 The Path of Least Resistance을 향해 나아가려는 본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일상생활과 인생을 지배하고 있다.
6. 최소 저항의 길
[11] 많은 미국인들이 실제로 업무보다 여가 시간을 즐기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거나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는 수동적 활동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시작되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공놀이를 하고 미술관을 가는 것과 같은 적극적 활동만큼 기쁨과 활력을 주지 못한다.
많은 연구 결과들은 수동적 활동이 30분 정도는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떨어뜨리고, 이른바 심리적 엔트로피 Psychic entropy를 높인다고 경고한다.
적극적 활동은 집중력과 열정, 동기, 즐거움을 높여준다. 미국의 십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스포츠와 같은 적극적 활동이 수동적 활동에 비해 만족감을 두 배 반 정도 더 높여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청소년들 대부분이 적극적 활동보다 수동적 활동에 무려 네 배나 되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과연 근복적 이유는 무엇일까?
[12] 세계적인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왜 젊은이들은 만족감을 절반도 주지 못하는 활동에 네 배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
그 이유는 쉽고, 편하고, 자동적인 행동들이 우리는 유혹할 때 이에 저항하기란 본능적으로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를 칙센트미하이는 활성화 에너지 activation energy라고 정의를 내린다. 활성화 에너지란 원래 물리학 용어로, 반응이 시작되는 데 필요한 최소의 에어지를 의미한다. 수동적 활동의 관성에 저항하고 적극적 활동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활성화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가 투입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우리의 몸은 저절로 최소 저항의 길을 따라 미끄러지고 만다.
7. 무료 체험 마케팅의 함정
광고회사와 마케터들은 최소 저항의 길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일주일 무료 체험이라는 문구를 보고 무작정 사본 경험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 일주일 뒤에 반품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을 것이다.
일주일 사용한 뒤 반품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전화 한 통이다. 문제는 그 전화 한통을 걸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활성화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마케터들은 이러한 판매 전략을 옵트아웃 opt out이라고 부른다.
[13]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소비심리를 연구하는 마케팅 전문가 마린 린드스트롬은 최근 휴대전화 및 이동통신 회사들이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린드스트롬은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노키아 휴대전화의 기본 벨소리를 가지고 실시했던 실험을 통해 최소 저항의 길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노키아 휴대전화의 기본 벨소리를 들려주고 자기공명영상장비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대다수 사람들이 그 벨소리에 매우 신경이 거슬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에 여기서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대다수 사용자들이 기본 벨소리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노키아 휴대전화를 사면 그 소리가 기본으로 등록되어 있고 다른 벨소리로 바꾸기가 귀찮고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수많은 기본 선택사항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행동과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본 선택사항의 힘은 할인마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4] 소비자들은 대체로 올려다보거나 허리를 숙여야 하는 물건들보다 눈높이에 진열된 물건들을 훨씬 더 많이 구매한다.
[15] 심지어 최근 광고회사들은 인터넷을 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어떤 동선을 그리며 이동하는지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배너광고의 위치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 저항의 길은 직장에서는 대단히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소 저항의 길로 인해 직장인들은 나쁜 습관에 빠지고, 조직 전체의 효율성은 큰 손해를 입는다.
8.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다양한 유혹
[16] 미국경영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07분을 이메일 작업에 쓴다.
런던에서 알게 된 한 임원은 한 시간에 평균 네댓 번 주식 사이트를 들어간다고 했다. 이 말은 하루에 평균 35번 주식을 확인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업무 방식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단순한 시간 낭비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집중력 감소로 인한 업무 효율성의 저하이다.
[17] 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11분마다 다양한 요인들로부터 방해를 받고, 그때 마다 업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상당한 시간을 쓴다.
오늘날 기업의 업무 환경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다양한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이 되어 있다.
이에 관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보자.
[18] “예전에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은 연필을 깎거나, 담배를 피우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직장인들은 듣고, 보고, 주문하고, 처리해야 할 수많은 유혹에 둘러싸여 있다. 그만큼 집중력은 점점 더 어려운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9. 활성화 에너지 낮추기
나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는 기술을 종종 ‘20초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는 한다.
당신이 지금 특정한 행동을 습관 들이고 싶다면, 그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활성화 에너지의 수위를 최소로 낮추어야 한다. 반대로 당신이 없애고 싶은 나쁜 습관이 있다면 활성화 에너지를 최대한 높이면 된다. 이러한 습관 형성의 기본적인 언리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10. 20초 법칙의 비밀
20초 법칙은 대단히 효과적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 호머가 쓴 <오디세이>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보자. 오디세우스의 배가 세이렌 자매가 살고 있는 바다를 지난다. 세이렌의 노래는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수많은 뱃사람들이 그 노래를 듣다가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세이렌의 유혹에 절대 저항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선원들에게 자신의 몸을 갑판의 기둥에 묶어 달라고 부탁한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력이 얼마나 약한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과 세이랜의 노래 사이에 활성화 에너지를 최대한 높여 놓았던 것이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쇼퍼 홀릭>으로 들어가보자. 여기서 주인공은 더 이상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위해 신용 카드를 얼음 속에 얼려버린다. 좀 희한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10분 동안 헤어드라이어로 얼음을 녹여야 하는 수고는 주인공과 아멕스 카드 사이에 충분한 활성화 에너지가 되었다.
20초 법칙은 특시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
[19] 카페테리아에서 아이스크림 냉장고의 뚜껑만 닫아 놓아도 아이스크림 소비가 절반 가량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20] 또한 쿠키와 캔디를 사기 위해 각각 다른 줄에 서도록 했을 때, 두 가지 모두 판매가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도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즉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는 데 더 많은 수고를 들이도록 상황을 설정하면 사람들이 이를 훨씬 덜 먹게 된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완싱크는 <나는 왜 과식하는가>에서 퇴근길에 항상 편의점에 들러 슬러피를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1] 그 사람은 편의점을 거치지 않는 다른 길로 퇴근하면서 슬러피를 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습관 형성에 관한 비밀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창조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과 나쁜 습관 사이에 있는 활성화 에너지의 수위를 최대한 높인다.
구글의 지메일 또한 이와 관련하여 기발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메일 사용자들은 특별한 환경 설정을 통해 특정 시간대에 메일을 보내려면 간단한 산수 문제 몇 가지를 풀게끔 계정을 설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밤늦게 메일을 잔뜩 보내놓고 아침에 후회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다.
최근에는 정부기관들도 20초 법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가령 장기기증에 뜻은 있지만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기존의 장기기증 신청 제도를 선택적 해제 시스템으로 바꾸어버렸다.
[22] 다시 말해 네덜란드 시민들은 가만히 있어도 자동적으로 장기기증자로 등록이 되고, 장기기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직접 기관을 찾아가 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탈되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기증자로 등록되는 것이 기본 선택 사항이므로 네덜란드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자로 남아 있다. 이 놀라운 효과를 목격한 스페인 정부 역시 똑같은 제로를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 장기기증자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11. 시간 절약 도구 버리기
시간을 버는 첫 번째 단계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발명된 편리한 도구들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이메일 창을 꺼두면 아이콘을 눌러 이메일 프로그램이 다시 활성화되기까지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 잠시의 시간이 바로 활성화 에너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12. 트레이닝복 입고 잠자기
20초 법칙의 효과는 단지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는 역할도 동시에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기발한 초코 쿠키 실험을 통해 의지력과 자기 통제 능력이 쓰면 쓸수록 고갈되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3]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예를 들어, 아침 운동에 도전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아침 운동이 정신을 맑게 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내가 정말 운동을 하고 싶은지 계속 물어본다면 언젠가 우리의 뇌는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운동이 아냐!”
아침 운동에 도전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람 소리가 들리는 순간 얼마나 많은 선택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지 잘 알 것이다.
고민을 하다 보면 눈꺼풀이 다시 스르륵 감기고 만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선택 사항의 종류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다음 날 아침 어디서 운동을 할지 정하고 운동일지에 적기로 했다. 또 일어나자마자 신을 수 있도록 운동화를 꺼내 놓고, 잠옷 대신 트레이니복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일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예전에는 너무나 힘든 결정이 이제는 기본적인 선택이 되었다.
선택 사항을 줄이고 활성화 에너지의 수위를 낮추면서, 아침에 눈을 뜨고 헬스클럽으로 가는 일이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그리고 아침 운동이 하나의 습관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 최근에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자지 않아도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전략은 운동 습관뿐만이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우선 직장에서 새롭게 만들고 싶은 습관을 떠올려본다. 이것들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자기’에 해당하는 요소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새로운 습관을 가로막고 있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출수록 습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원리를 최대한 활용해보자.
13. 선택 사항을 줄이는 간단한 원칙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침 운동을 위해 내가 세워 놓았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의 세부 사항들 역시 여기서 말하는 간단한 원칙에 해당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일컬어 2차 결정이라고 한다.
지금 말하는 간단한 원칙의 범위는 런닝머신을 할지, 아니면 스테퍼를 할지와 같은 결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4] 배리 슈워츠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선택의 패러독스>에서 몇 가지 원칙을 미리 세워둠으로써 다양한 선택 상황에서 방황하는 동안 의지력이 고갈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맥주 두 잔 이상을 마셨을 때 무조건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놓으면, 술을 마실 때마다 운전을 해도 괜찮을지 갈등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하면서도 간단한 원칙들을 정하면 복잡한 선택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고, 이는 곧 새로운 습관 형성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14. 일단 운동화 끈을 매자
당신이 지금 새로운 습관에 도전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어떤 요인이 활성화 에너지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시간, 선택, 그리고 심리적, 신체적 수고 등 활성화 에너지에 속하는 모든 요소를 확인했다면 그 다음으로 이를 낮출 수 있는 창조적인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더불어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기를 바란다. 만일 여러분이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뛰어나갈 채비를 모두 마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