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의심스러운 현상
: 유전인가? 환경인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 중 유전의 영향력이 더 큰지 아니면 환경의 영향력이 더 큰지에 대한 논쟁은 과거에 있었고, 현재에도 여전히 있으며, 미래에도 여전히 있을 논쟁거리다. 예를 들어, 지능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가?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가? 1800년대에는 지능은 환경보다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견해가 강했다. 그리고 이 견해는 귀족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유지하는 명분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즉 대부분의 귀족들은 평민들보다 지능이 높았는데, 이것은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임으로 후천적 노력이나 환경에 의해 뒤집을 수 없으며, 그래서 높은 지능을 물려받은 귀족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려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1900년대 들어 행동주의 심리학이 득세하면서 지능은 유전보다 환경에 의해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견해가 득세하였다. 즉 인지적으로 풍성한 환경에서 자라면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되는 반면, 인지적으로 빈약한 환경에서 자라면 지능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1900년대 후반에 이르면 이러한 유전결정론과 환경결정론의 대립은 둘 다 반반씩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로 통합되기에 이르지만, 뭐든지 명확하게 구분하길 좋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유전과 환경 중 하나가 지능에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있어서도 유사한 논쟁이 존재한다. 개개인의 행복은 유전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까?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까? 즉 행복의 개인차는 유전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일까? 아니면 환경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일까?
Lykken과 Tellegen(1996)은 “행복이라는 의심스러운 현상(Happiness is a stochastic phenomenon)”이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논문을 통해 행복의 개인차가 유전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환경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연구는 미네소타 쌍둥이 명부(Minnesota Twin Registry)에 등재된 1,380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자들은 1,380쌍의 쌍둥이들이 대체로 20대일 때, 웰빙(긍정정서)과 스트레스 반응(부정정서)을 포함하는 다차원 성격검사(Multidimensional Personality Questionnaire, MPQ)를 실시하였고, 10년이 지난 후, 이들이 30대가 되었을 때 같은 검사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함께 양육된 일란성 쌍둥이와 분리 양육된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하였고, 함께 양육된 이란성 쌍둥이와 분리 양육된 이란성 쌍둥이 사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하였다. 만약 행복이 유전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 일란성 쌍둥이의 행복이 이란성 쌍둥이의 행복보다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이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 함께 양육된 쌍둥이의 행복이 분리 양육된 쌍둥이의 행복보다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것이다.
먼저 일란성 쌍둥이 한 명의 20대 때 행복과 다른 한 명의 30대 때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4의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일란성 쌍둥이의 80%가 .5의 상관관계를 보임). 그러나 이란성 쌍둥이 한 명의 20대 때 행복과 다른 한 명의 30대 때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사실상 없었다(.07). 일란성 쌍둥이인지와 이란성 쌍둥이인지에 따라 행복의 개인차를 예측하는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유전적 요인이 행복을 예측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어서 함께 양육된 것과 분리 양육된 것에 따라 쌍둥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해지는지,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인지 이란성 쌍둥이인지에 따라 쌍둥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해지는지 확인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표-1은 이 분석의 결과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유전자를 100%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는 44~52% 정도 유사한 행복 점수를 보인 반면, 유전자를 절반만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행복 점수를 보였다. 함께 양육된 쌍둥이일 지라도 행복에는 차이가 있었고, 이러한 차이는 분리 양육된 쌍둥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는 성장 환경보다는 유전이 행복과 더 강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행복의 유전률(heritability)이 50%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Lykken과 Tellegen(1996)은 이와 같은 행복의 높은 유전률을 염두에 두고,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가 더 크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이 비생산적(It may be that trying to be happier is as futile as trying to be taller and therefore is counterproductive.)”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이 말을 ‘행복의 개인차 50%가 무조건 유전을 통해 결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행복의 유전률이 50%라는 것은 행복의 개인차 중 50%가 유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이지, 유전이 행복에 50%의 영향을 미치는(혹은 결정하는) 인과관계를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행복의 개인차 중 50%가 유전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 즉 개인의 행복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전혀 다른 요인일 수 있다.
연구자들이 비유한 것처럼 키는 90%라는 높은 유전률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인의 평균키는 지난 100년 간 15cm 이상 성장한 것처럼(한국 여성의 평균키 성장률은 세계 1위), 행복도 유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여전히 개인의 자발적 행동(voluntary behavior)과 환경(environment)에 의해 수정될 가능성(modifiability)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알고 싶다면,
Lykken, D., & Tellegen, A. (1996). Happiness is a stochastic phenomenon. Psychological Science, 7(3), 186-189.
https://doi.org/10.1111/j.1467-9280.1996.tb0035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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