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창의적 문제해결
: 긍정 정서가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미치는 효과
그림 . Dunker(1945)의 창의적 문제해결 과제의 도구를 보여준다. 문제는 “위의 도구들을 활용하여 벽에 양초를 붙이고 불이 붙이되,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답은 본문의 뒤의 부록에 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인지 능력이다. 현대인들은 누군가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듣고, 창의성의 비결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하면 그 책을 읽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가 사실 특별히 배워야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한 보편적인 능력이라고 말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창의적 사고는 보편적인 능력이기에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데, 그 조건이 인지적 조건이 아니라, 정서적 조건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Isen, Daubman과 Nowicki(1987)는 행복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창의성이 필요한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현상을 확인함으로써,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인지의 문제가 아닌, 정서의 문제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그림-1은 Isen 등(1987)이 제시한 창의적 문제해결 과제를 보여준다. 65명의 참가자들은 그림에 있는 도구들(성냥갑, 성냥, 양초, 압정)을 사용하여 초의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양초를 벽에 붙이는 것이었다. 문제의 정답은 [부록]을 참고할 수 있다. [부록]에서 이미 답을 확인한 사람이라면, 이 문제가 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것은 후견편향(hind sight bias)이기 쉽다. 답을 모른 상태로 이 문제를 처음 접한다면, 성냥갑에서 성냥을 모두 뺀 후, 압정을 활용하여 성냥갑을 벽에 붙인다는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는 성냥갑, 즉 성냥 상자에는 성냥이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성냥을 꺼낼 생각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도 태반이다. 또한 양초의 아래쪽이 벽과 붙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양초와 압정을 직접 연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들이 겹쳐져서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렇게 평소 자주 사용하던 도구의 기능에 의해 그 도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고정관념을 기능고착이라고 부른다.
그럼 과연 이러한 기능고착에서 벗어나 [부록]과 같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 누구였을까? 사실 이 연구는 문제를 제시하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한 조작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4가지 조건 중 하나에 무작위로 할당되었는데, 하나는 긍정 정서를 유발하는 코미디 필름을 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큐멘터리 같은 중립적인 필름을 보는 것이었으며, 또 다른 조건은 문제해결의 힌트(성냥에서 성냥을 다 뺀 후, 압정을 성냥갑에 넣어 둠)를 주는 조건이었고, 끝으로 통제 조건은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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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한 인원 / 조건에 할당된 인원 |
문제해결 비율 |
긍정정서 |
9/12 |
75% |
중립정서 |
3/15 |
20% |
문제해결 힌트제공 |
19/23 |
83% |
통제조건 |
2/15 |
13% |
표 1. Isen 등(1987)의 연구 결과
표 1은 Isen 등(1987)의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긍정 정서 조건에 할당된 사람들이 중립 정서 조건과 통제 조건 사람들보다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긍정 정서 조건에 참여한 사람들은 기능고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힌트를 받은 조건의 사람들만큼이나 문제 해결을 잘 했다는 것이다.
46명이 참여한 또 다른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관찰하였다. 구체적으로 참가자의 절반은 캔디를 선물로 받아 행복해졌고, 나머지 절반은 아무것도 받지 않은 중립적 정서였다. 이러한 정서 조작 후에는 3가지 단어가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추론하는 과제(Remote Associates Test)를 진행하였다. 문제는 총 78개였고, 어려운 수준의 문제, 중간 수준의 문제, 쉬운 수준의 문제가 무작위로 배열되어 있었다. 중간 수준 문제의 예를 들면, ‘잔디 깎는 기계, 외교, 원자폭탄’의 3가지 단어가 제시되었고, 참가자들은 단어들이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단어를 추론하여 써야 했다(이 문제의 답은 힘, power이다).
(맞춘 개수 평균) |
어려움 |
중간 |
쉬움 |
긍정정서 |
.50 |
4.38 |
5.38 |
중립정서 |
.60 |
3.45 |
5.10 |
표 2. Isen 등(1987)의 또 다른 연구 결과
표-2는 또 다른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긍정 정서 조건이 중립 정서 조건보다 3가지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추론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간 난이도의 문제에서 명확한 차이가 발생하였다.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문제에서 긍정 정서가 유발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본 연구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토대로 한 문제해결에 필요한 조건이 인지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또한 창의성의 결과가 행복이 아니라, 창의성의 원인이 행복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함의가 크다. 더하여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도적적인 과제(challenging activities, 답이 당장에 떠오르진 않지만 해볼 만한 과제)를 행복한 사람들이 더 잘 해결한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행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행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문제해결을 통해 얻게 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자원들을 구축할 가능성 높다는 것도 시사한다.
*더 알고 싶다면,
Isen, A. M., Daubman, K. A., & Nowicki, G. P. (1987). Positive affect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2(6), 1122-1131.
http://dx.doi.org/10.1037/0022-3514.52.6.1122
[부록] 문제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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