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의 수반성 지각
: 행복한 바보와 우울한 천재
우리 주변에는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이루었다’는 엄청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무기력한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Alloy와 Abramson(1979)의 고전적인 연구는 ‘내가 해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림 1. 의사결정과제. 참가자들의 과제는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3초 내로 버튼을 누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의 첫 번째 실험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학부생 64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우울증 자가진단 검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우울증 집단(D)과 우울증이 없는 집단(ND)으로 구분하였다. 우울증 검사 후에는 40번의 의사결정과제를 수행하였다(그림-1). 의사결정 과제는 신호등에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3초 내로 버튼을 누를 것인지 누르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3초 후에는 녹색 아니면, 빨간불이 들어왔는데, 녹색불이 들어오면 이긴 것이고, 빨간불이 들어오면 지는 것이었다. 즉 녹색불은 내 선택이 옳았다는 피드백이고, 빨간불이 내 선택이 틀렸다는 피드백이다.
그러나 이 실험에는 비밀이 있었는데, 실상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참가자의 절반은 [75-75] 조건이라고 부호화되는 조건에 할당되었는데, 이것의 의미는 버튼을 눌렀을 때는 7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오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도 7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즉 실제로 참가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율은 0%이다.
참가자의 다른 절반은 [25-25] 조건이라고 부호화되는 조건에 할당되었는데, 이것의 의미는 버튼을 눌렀을 때는 2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오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도 2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즉 실제로 참가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율은 0%이다.
의사결정 과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신호등 조작이 얼마나 자신의 통제하에 있었는지 0-100% 사이로 판단하였다.
그림 2. Alloy와 Abramson(1979)의 첫 번째 실험 결과. ND는 우울증이 없는 사람, D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다.
그림-2는 Alloy와 Abramson(1979)의 첫 번째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던 25%만 녹색불이 들어왔던 [25-25] 조건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모두 자신이 신호등 조작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지각하였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던 75%나 녹색불이 들어왔던 [75-75] 조건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을증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지각한 반면,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40%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지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성별의 차이를 관찰하기도 하였는데, [75-75] 조건의 우울하지 않은 여성들은 자신이 50% 정도 상황을 통제했다고 지각하면서 같은 조건의 남성이 30% 정도 상황을 통제했다고 지각한 것보다 더 강한 상황 통제감 지각을 나타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의사결정의 결과가 참가자의 이득과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두 번째 실험에 참여한 펜실베니아 대학교 학부생 64명은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구분되었고, 총 40번의 신호등 의사결정 과제를 수행하였다. 두 번째 실험도 참가자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무슨 선택을 하든지 50%의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오도록 실험을 세팅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실험이 첫 번째 실험과 다른 점은 절반의 집단은 이득이 초점을 맞추도록 하고, 다른 절반의 집단은 손실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 것에 있었다. 이득에 초점(win)을 맞추는 집단은 초기 자본 ‘0’달러에서 시작하는데, 참가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녹색불이 들어올 때마다 1달러씩 추가되는 것이 화면에 나타나고, 빨간불이 들어올 때는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손실(lose)에 초점을 맞추는 집단은 초기 자본 ‘5’ 달러에서 시작하는데, 참가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빨간불이 들어올 때마다 1달러씩 감소되고, 녹색불이 들어올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집단 모두 화면 좌측 하단에 현재 자신이 얼마의 자본이 있는지 나타난다.
의사결정 과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신호등 조작이 얼마나 자신의 통제하에 있었는지 0-100% 사이로 판단하였다.
그림 3. Alloy와 Abramson(1979)의 두 번째 실험 결과. ND는 우울증이 없는 사람, D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다.
그림-3은 Alloy와 Abramson(1979)의 두 번째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손실에 초점을 맞춘(lose) 경우에는 우울증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모두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지각하였다. 그러나 이득에 초점을 맞춘(win) 경우에는 두 집단의 판단이 달랐다. 우울한 집단은 여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지각한 반면, 우울증이 없는 집단은 자신이 60% 정도 통제했다고 지각한 것이다.
이 연구는 행복한 사람(우울증이 없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먼저 행복한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상황을 탓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지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이 통제했기에 이러한 좋은 결과가 가능했다고 지각한다. 반면 우울한 사람들은 손실을 끼치는 결과와 이득이 되는 결과에 모두 자신의 통제력을 과소평가(두 번째 실험에서는 50%라고 응답할 수도 있었지만)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더 알고 싶다면,
Alloy, L. B., & Abramson, L. Y. (1979). Judgment of contingency in depressed and nondepressed students: Sadder but wiser?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08(4), 441-485.
http://dx.doi.org/10.1037/0096-3445.108.4.441
Classical Study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