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의 위시 리스트(wish list)
우리 주변에는 ‘할 일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며 잠을 줄여가면서 활동하지만, 피곤한 기색이 없고,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그 활력이 나에게 전달되어 함께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몸만 피곤하다’며, 무기력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괜히 나도 힘이 빠지고,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인지능력을 사용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시간, 즉 물리적인 활동량의 측면에서는 전자의 사람이 후자의 사람보다 더 많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계산을 한다면 전자의 사람이 더 기운이 없고 피곤해야 하는데, 실제 현상은 이것과 정반대이다. 이것은 사람이 지각하는 피로가 물리적 활동량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마음의 문제가 피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Fredrickson과 Branigan(2005)은 마음의 문제, 그 중에서도 행복한지 아닌지에 따라 사람이 생성해 내는 행동목록의 수와 행동목록의 유형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함으로써 마음의 문제가 활력과 무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 1. 5가지 감성의 비디오와 그 비디오를 시청한 사람들의 행동목록의 수 평균. 오차막대는 평균의 표준오차이다. 영상과 감성 매칭은 다음과 같다: Penguins – 즐거움(amusement), Nature – 만족함(contentment), Sticks – 중립(neutrality), Witness – 분노(anger), Cliffhanger – 걱정(anxiety).
Fredrickson과 Branigan(2005)를 위해 104명이 참여하였고, 다섯 가지 정서와 관련된 비디오 중 무작위로 선정된 하나를 시청하였다. 그 후 비디오에서 느낀 감정을 음미하면서 “나는 지금 ______________를 하고 싶다”라고 제시된 문장의 빈칸을 채웠다(wish list).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5분이었고, 최대 20개까지 채울 수 있었다.
그림-1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즐거운 정서(14개)와 만족스러운 정서(13개)를 음미하면서 행동목록을 작성한 사람들이 중립적 정서(11개)를 음미하면서 행동목록을 작성한 사람들에 비해 많은 행동목록을 작성하였고, 분노(9개)와 걱정(10개)처럼 부정적 정서를 느낀 사람들은 가장 적은 수의 행동목록을 작성하였다. 즉 긍정 정서를 경험한 사람들이 부정 정서를 경험하거나 중립적인 사람들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이는 긍정 정서가 사람들의 활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참가자들이 작성한 행동목록을 토대로 행동의 유형을 몇 가지로 구분한 결과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나타났다. 즐거움과 만족감(긍정 정서)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롤러 블레이드 타기 ‧ 수영하기 ‧ 축기하기 등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 친구 만나기 ‧ 엄마에게 전화하기 ‧ 반려동물과 함께 놀기와 같은 사회적 활동, 봉사하기 ‧ 누군가를 돕기 등과 같은 친사회적 활동, 산책 ‧ 긴 시간의 목욕과 같이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한 활동을 많이 언급하였다.
그러나 분노와 걱정(부정 정서)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숙제하기 ‧ 보고서 작성하기 ‧ 빨래하기 등과 같은 업무적 성격의 활동, 잠자러가기 ‧ 낮잠 자기 ‧ 꾸벅꾸벅 졸기 등과 같은 휴식 성격의 활동, 누군가를 비난하기 ‧ 때리기 같은 반사회적 활동, 먹기 ‧ 마시기 같은 소비활동을 많이 언급하였다.
정리하면, 행복한 사람은 아웃도어 활동, 사회적 활동, 친사회적 활동, 활력 재충전을 많이 기술하였지만, 우울한 사람은 업무, 휴식, 반사회적 활동, 소비활동을 기술하였다. 이는 행복한 사람이 우울한 사람보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계속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웃도어 활동, 사회적 활동, 친사회적 활동, 적절한 시기의 활력 재충전에 있음을 함의한다. 또한 우울한 사람이 적은 일을 하면서도 늘 피곤한 원인이 업무에 대한 부담, 불평, 비난, 충동적 소비활동임을 시사한다.
이처럼 행복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행복을 유지하는 비결을 깨닫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울하면 계속 우울하게 하는 행동에 사로잡힐 수 있다. 지금 자신이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으며, 계속 피곤하며, 먹는 것이 생각하고, 수면이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멈춰서 운동, 산책, 친구와의 대화, 가족들과의 전화통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 목욕과 같은 내 행복을 위한 활동을 해보자. 마음의 건강이 돌아오면, 피로가 풀리고 신체의 건강도 돌아오며, 내 삶의 활력도 돌아올 것이다.
*더 알고 싶다면,
Fredrickson, B. L., & Branigan, C. (2005). Positive emotions broaden the scope of attention and thought‐action repertoires. Cognition & Emotion, 19(3), 313-332.
http://dx.doi.org/10.1080/0269993044100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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