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의 판단력 향상
: 긍정정서가 정보통합 속도에 미치는 효과
정확한 판단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인생은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와 D사이의 C)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어떻게 최적의 선택을 해나갈 수 있을까? 또한 빠르게 판단하면 실수가 많고, 정확하게 판단하면 느려지는 인지능력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극복하고,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Isen과 동료들(1991)의 정확한 판단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이 긍정 정서일 수 있음을 제안한다. Isen과 동료들(1991)은 미시간 의과 대학원 3년차 수련의 32명을 두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한 집단은 사탕봉지를 선물로 주면서 긍정정서를 유발하였고, 다른 집단은 인도주의적 의료 행위에 관한 선언서를 낭독하게 하면서 중립적인 정서를 유지하게 한 집단이었다.
그림 2. 가상의 환자 6명에 대한 정보
각 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에게는 간 질환, 폐질환, 심장 질환 등과 관련된 환자 6명의 증상을 보고 병명을 진단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각자 진단한 내용을 발표하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사탕을 받은 집단과 중립적 집단 사이의 진단 정확도와 최초의 진단을 내린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부분에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했다. 그것이 ‘처음 내린 진단을 최종적으로 변경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긍정정서에 점화된 수련의 18명은 자신들이 내린 108개(수련의 18명 × 가상의 환자 6명)의 최초 진단 중 50개(46%)를 최종적으로 변경한 반면, 선언서를 읽은 통제집단 수련의 14명은 자신들이 내린 84개(수련의 14명 × 가상의 환자 6명)의 최초 진단 중 54개(63%)를 최종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즉 긍정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의 최초 진단 정확도가 통제집단 수련의들의 그것보다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의 최종 진단 속도가 통제집단 수련의보다 빨랐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적 진단에 있어 판단의 정확도만큼 중요한 것이 속도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긍정 정서가 유발된 집단의 최초 진단이 더 빠르고 정확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준다.
당장 본 연구의 의료적 맥락만 하더라도 의사의 진단이 정확하다 하더라도 최종 진단이 느리다면, 또 최초의 진단이 잘못되어 최종 진단이 달라진다면, 그 사이에 병이 더 진전될 수 있고 다시 진단을 내리기 까지 엉뚱한 치료를 행하여 환자의 치료비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게다가 간단하게 치료될 수 있는 병이라면 모르겠지만, 치명적인 질병은 의사가 느리게 진단을 내리거나 잘못 진단한 사이에 삶과 죽음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긍정 정서가 중립적 정서보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제품이나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지 하지 않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여 우물쭈물 하는 동안 경쟁기업이 먼저 사업을 시작하여 신제품이나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고, 원자재 가격이 더 비싸지거나, 환율 등의 변동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정확할뿐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이 기업에게도 중요하다.
그럼 긍정 정서가 어떤 인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었을까? 연구자들은 긍정 정서가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 증상이라는 것은 꼭 한 가지 병에 귀속된 것이 아니다. 열이 나는 증상은 감기에 걸려도 나타나지만, 다른 전염병에서도 열이 날 수 있다. 즉 열이 아는 것 하나로 병을 결정할 수 는 없으며, 열과 함께 어떤 다른 증상들이 있는지 통합적으로 판단해야 병을 진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통합이 빠를수록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긍정 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은 흩어져 있는 증상들의 퍼즐 조각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보기까지 걸린 시간이 중립조건의 수련의들 보다 빨랐다. 그리고 이것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본 연구는 빠르면 부정확하고, 정확하면 느려지는 판단력의 트레이드오프를 긍정정서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긍정정서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영역이 정보의 통합임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시사점을 준다.
긍정정서가 정보통합을 빠르게 한다는 것은 긍정정서가 일시적으로 작업기업용량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작업기억은 장기기억에 있는 내용과 현재 습득한 정보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수련의들의 정보통합도 실상 작업기억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련의들은 장기기억에 있는 병명과 현재 습득한 증상을 작업기억에서 통합하는 과제를 수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작업기억에 한꺼번에 담아둘 수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정보통합이 빠르게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긍정정서에 점화된 집단이 중립적 정서에 점화된 집단에 비해 작업기억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더 빠르게 정보를 통합하여 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
아울러 작업기억용량이 곧 지능이라는 일부 인지심리학자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면, 긍정정서는 일시적으로나마 지능을 향상시킨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긍정정서는 작업기억용량(지능)을 (일시적으로나마) 향상시켜 누구나 원하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특효약이다.
*더 알고 싶다면,
Isen, A. M., Rosenzweig, A. S., & Young, M. J. (1991). The influence of positive affect on clinical problem solving. Medical Decision Making, 11(3), 221-227.
https://doi.org/10.1177/0272989X9101100313
Classical Study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