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의 학습능력 향상
: 공부 잘해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야 공부 잘 한다.
경험에 의한 행동의 변화를 의미하는 학습(learning)은 인간에게 필요한 지식의 형성과 활용, 행동,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지능력이다. 학습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이전에는 해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문제를 그보다 적은 시간에 해결하는지 아닌지 관찰하는 것이다. 즉 이전에 해결하는데 1시간이 걸렸던 문제를 30분 만에 해결한다면, 동일한 문제를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의 변화가 발생한 것이므로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학습 중 지금까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학습이라고 알려진 것 중 하나는 형체와 그 형체의 이름을 매칭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의 형체를 ‘개’라는 단어와 매칭시키고, 또 다른 개에도 ‘개’라는 단어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생존에 매우 중요한데,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악어를 보고 ‘악어’라는 단어와 매칭시키지 못한다면, 아직 악어 근처에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 근처에 악어가 있다고 알리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악어를 만났을 때 이전 봤던 것과 같은 성질의 악어라고 일반화할 수 없다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이처럼 형체와 이름을 매칭시키는 학습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매우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그럼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중요한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왜 누구는 동일한 것을 더 빨리 학습하고, 누구는 더 느릴까?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Masters와 동료들(1979)은 이러한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정서와 정서 표현에 주목하였다.
빨간 세모 |
|
12 |
||
1) |
2) |
3) |
|
11 |
|
|
|
|
10 |
|
9 |
|||
|
8 |
|||
|
7 |
|||
|
6 |
|||
|
5 |
|||
|
4 |
|||
|
3 |
|||
|
2 |
|||
|
1 |
표 1. Masters et al.(1979)의 실험 자극 예시
실험을 위해 48명의 4살 어린이들이 참여하였다. 먼저 정서를 긍정 vs. 중립 vs. 부정 조건 중 하나로 점화하였다. 긍정 정서 조건은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한 일을 생각하게 했고, 중립 조건은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게 했으며, 부정 정서 조건은 울음이 나올 만큼 슬픈 일을 생각하게 했다. 여기에 추가해 정서를 두 가지 중 하나로 표현하게 했는데, 한 조건은 해당 정서를 떠올리면서 펄쩍펄쩍 뛰게(active) 한 반면, 다른 조건에서는 해당 정서를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떠올리게 하였다(passive).
정서를 점화한 어린이들은 12개의 도형과 색 식별과제를 수행하였다. 어린이들의 과제는 제시된 색과 모양에 해당하는 도형을 세 가지 보기에서 고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화면 상단에 표-1과 같이 ‘빨간 삼각형’이라고 제시되면, 그 아래에 있는 세 가지 보기 중 빨간색으로 채워진 삼각형을 찾아야 한다. 즉 어린이들은 학습을 통해 하면서 빨강, 파랑, 노랑이 무엇인지와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되고, 이것을 모두 파악한다면 모든 문제를 맞힐 수 있다. 만약 표-1의 문제에서 어린이가 2번을 고르면 정답이라고 표시되면서, 화면 우측에 12층으로 된 탑의 1층이 채워진다. 그런데 3번을 골라 틀리면, 틀렸다고 표시되면서 탑이 채워지지 않는다.
블록 당 12문제가 제시되었고, 어린이들이 한 번에 12문제(12층)를 다 맞출 때까지 같은 시행이 반복되었다. 만약 어린이가 빠르게 학습다면 시행한 블록의 수가 적어질 것이지만, 학습이 느리다면 시행한 블록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림1 . Masters et al.(1979)의 실험-1 결과
그림-1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행복한 일을 생각하게 한 조건이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일을 생각하게 한 조건보다 12개의 문제를 한 번에 맞히는데 걸린 블록의 수가 적었다. 또 중립적인 조건보다는 부정적인 조건에서 더 빨리 학습하였다. 즉 긍정적인 정서에서 가장 학습이 빨랐고, 그 다음이 중립 정서, 그 다음이 부정 정서였다.
아울러 정서를 펄쩍펄쩍 뛰면서 표현했을 때가 가만히 앉아서 정서를 떠올릴 때보다 학습을 촉진하였다. 이는 정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서를 보다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립적인 정서라고 할지라도 펄쩍펄쩍 뛰면서 표현하면 보다 긍정적인 정서가 될 수 있고, 부정적인 정서는 펄쩍펄쩍 뛰면 해소가 된다. 심지어 긍정적인 정서는 펄쩍펄쩍 뛰면 더 긍정적으로 된다. 즉 지금 느끼는 그 정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보다 긍정적인 정서로 바뀔 수 있다.
본 연구는 긍정정서가 학습을 촉진하는 효과를 경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로써 가치가 있다. 또한 정서가 인지능력에 미치는 효과를 성인이 아닌 4세의 어린이들에게서 관찰했다는 것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더하여 정서에 대한 적절한 행동적 표현이 정서의 긍정적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시사점을 준다. 공부를 잘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더 알고 싶다면,
Masters, J. C., Barden, R. C., & Ford, M. E. (1979). Affective states, expressive behavior, and learning in childre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7(3), 380-390.
http://dx.doi.org/10.1037/0022-3514.37.3.380
Classical Study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