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과 이타적 행동
: 불행한 사람들이 동병상련을 느낄까?
전철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너는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니라’(레 19:32)라는 성경의 가르침이자, 한국 문화의 중요한 덕목을 지키기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다. 나이 지극한 할머니가 타신 걸 봤고, 눈도 마주쳤다. 일어설까 말까, 다른 사람이 일어서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일어서 줬으면 좋겠다, 그냥 못 본 척할까. 그리고 내가 일어설 수 없는 온갖 핑계를 만들어낸다.
이전에는 누구보다 먼저 벌떡 일어나 양보해 드리곤 했는데, 오늘 왜 이렇게 누구에게 고백하기도 부끄러운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 혹시 그날 여러분도 힘든 일을 겪지 않았는가? 아니면 몸이 아프거나 감기 기운이 있지 않았는가? 아니면 전날 야근을 너무 늦게까지 하느라 피곤해서 도저히 일어설 수 없지 않았는가?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에 대한 우리의 상식 혹은 통념을 점검해보자.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 마음을 알기에 도와줄 수 있다.
-불행한 사람들이 다른 불행한 사람을 돕는 것이지,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 마음을 모른다.
위의 상식이 사실이라면 왜 우리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지 못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상식이 틀렸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들은 불행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이타적이고, 공동체를 위한 친사회적 행동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① 행복한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미소와 함께 먼저 다가가고, 협력한다(Gray, Parkinson, & Dunbar, 2015).
② 행복한 사람들이 불행한 사람들보다 이타적 행위를 통해 동료와 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다(Dutton, Roberts, & Bednar, 2010).
③ 행복한 사람들이 불행한 사람들보다 동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행동을 많이 하며, 이에 따라 공동체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Lilius et al., 2008).
④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보다 동료를 도와줌으로써 동료로 하여금 공동체에 대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높여준다(Kanov et al., 2004).
⑤ 행복한 사람들이 불행한 사람들보다 공동체의 일에 더 헌신적이다(Lilius et al., 2011).
⑥ 행복한 사람들이 불행한 사람들보다 업무 의욕과 참여도가 높고, 생산적이다(Bakker, 2011).
⑦ 행복한 사람들이 불행한 사람들보다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과 관계없이 더 질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Barsade & Gibson, 2007).
불행한 사람들은 어떨까? 불안, 우울, 상실감, 소외감 등을 느끼는 불행한 사람들은 동병상련을 느끼기는커녕 더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신경이 날카로워 지며,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물질을 추구하게 만들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한다(Mor & Winquist, 2002).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는 불행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시작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금 힘들더라도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Reis et al., 2000). 즉 나도 너무 힘들어 누군가를 도와줄 형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돕는 것을 선택해 보는 것이다(자율성 충족). 나도 너무 힘들지만, 자리를 한 번 양보해보고, 할머니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보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고, 의미 있는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 입증해보는 것이다(유능성 충족). 내 일도 정말 바쁘고 힘들지만, 시간을 정해서 한 번 도와보는 것이다. 내가 할 공부도 아직 많이 남았지만, 한번 도와보는 것이다(좋은 관계 충족).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느끼는 보람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그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일과 공부의 어려운 측면에 풀리는 경험까지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베푼 호의가 나에게 더 큰 호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행복이 또 다른 행복을 불러옴).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누가복음 6장 38절
*더 알고 싶다면,
Bakker, A. B. (2011). An evidence-based model of work engagement.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0(4), 265-269.
Barsade, S. G., & Gibson, D. E. (2007). Why does affect matter in organizations? The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21(1), 36-59.
Dutton, J. E., Roberts, L. M., & Bednar, J. (2010). Pathways for positive identity construction at work: Four types of positive identity and the building of social resources.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35(2), 265-293.
Gray, A. W., Parkinson, B., & Dunbar, R. I. (2015). Laughter’s influence on the intimacy of self-disclosure. Human Nature, 26(1), 28-43.
Kanov, J. M., Maitlis, S., Worline, M. C., Dutton, J. E., Frost, P. J., & Lilius, J. M. (2004). Compassion in organizational life.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47(6), 808-827.
Lilius, J. M., Kanov, J. M., Dutton, J. E., Worline, M. C., & Maitlis, S. (2011). Compassion revealed: What we know about compassion at work (and where we need to know more). In G. M. Spreitzer & K. S. Cameron (Eds.). The Oxford Handbook of 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pp. 273-287),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Lilius, J. M., Worline, M. C., Maitlis, S., Kanov, J., Dutton, J. E., & Frost, P. (2008). The contours and consequences of compassion at work.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9(2), 193-218.
Mor, N., & Winquist, J. (2002). Self-focused attention and negative affect: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28(4), 638-662.
Reis, H. T., Sheldon, K. M., Gable, S. L., Roscoe, J., & Ryan, R. M. (2000). Daily well-being: The role of autonomy, competence, and relatednes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6(4), 419-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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