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행복 연구에서 다루는 현실적인 문제들
Chapter 12_공공재의 가치
1. 측정 관련 접근법들
표준적 방법들
공공재는 시장에서 교환이 일어나는 재화가 아니다. 공공재가 제공하는 편익을 측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이러한 속성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재에 지불되는 가격은 사람들이 이 재화에 매기는 진정한 가치의 훌륭한 척도가 되지 못한다.
[1] (Freeman, 2003을 참고) 그동안 선호의 측정과 관련해서 다양한 접근법들이 발전되었는데, 이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 선호진술법 (Stated Preference Methods) :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조건부 가치측정법이 있다. 사람들에게 특정 공공재에 대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 진술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조건부 가치측정법은 가설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 대답이 피상적이고 신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 현시선호법 (Revealed Preference Methods) : 이 방법은 사람들이 공공재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를 사적 재화의 시장 거래로부터 추론하기 위해 사용된다. 현시선호법은 사람들의 소비 행동을 관찰하고 공공재와 다양한 사적 재화들 사이의 다양한 보완 관계 및 대체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현시선호법은 그 가정이 엄격하고 주요 요소들의 측정이 근본적으로 쉽지 않으며, 공공재의 가치 중 사용가치는 측정할 수 있지만 비사용가치는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삶의 만족 접근법 : 주관적 안녕감에 관한 응답들을 효용의 대리변수로 사용할 경우에는 공공재의 효용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방법은 선호진술법과 현시선호법 양쪽에 내재한 주요한 난점들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재의 한계효용과 공공악의 한계비효용을 측정하고 소득의 한계효용을 측정함으로써, 소득과 공공재 사이의 상충비율을 측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삶의 만족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은 최근까지고 환경 영역에서의 외부성(externalities)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만 사용되었다.
[2] (Van Pragga & Baarsma, 2004) 삶의 만족 자료를 이용해 명시적으로 환경 부문의 외부성을 평가한 최초의 연구는 반 프라그와 바스마에 의해 수행되었다. 그들은 개인별 자료를 사용해 암스테르담 공항 인근에서 소음 공해 효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주관적 안녕감이 객관적으로 측정된 소음수준보다는 인지된 소음수준에 더 좌우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다른 학자는 국가별 비교분석도 행했다.
[3] (Welsch, 2002) 가령, 웰슈는 도시의 대기오염이 평균적인 삶의 만족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식별했는데, 이를 통해 대기의 질 개선이 얼마나 많은 화폐적 가치로 연결될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최근 악명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향후 몇 년 동안은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삶의 만족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테러범의 활동으로 인한 효용의 손실을 계산하려는 시도가 1973년부터 1998년 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행해진 바 있다.
2. 대안적 접근법들의 비교
선호진술법
선호진술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조건부 가치측정법으로서, 이는 응답자들에게 제시한 특정한 조건 아래 주어진 공공재에 대해 가치를 매기도록 요구하는 방법이다.
조건부 가치측정법에 기초한 결과들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는 오늘날 경제학의 뜨거운 논쟁 주제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지침들이 개발되었다.
[4] (Arrow et al., 1993; Portney, 1994)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적절한 정보의 제공, 신뢰할 수 있는 (가설적) 지급 매커니즘의 선택 그리고 (인센티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양자택일형 질문법의 사용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가치측정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제시된 질문이 가설의 성격을 띠고 과제도 익숙한 것이 아니므로 응답자들의 경우 예산 제약의 문제나 대체재의 존재 등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Kahneman & Knetsch, 1992) 또한 해당 사안에 관한 그들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거나 피상적으로만 대답할 우려도 있다.
반면 삶의 만족 접근법은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다. 응답자들이 그들이 체감하는 삶의 만족을 어느 정도 정확히 진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현시선호법
시장을 활용하지 않는 또 다른 가치측정 기법이 현시선호법이다. 이 방법은 사람들이 공공재와 사적 재화들의 상이한 배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들 재화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를 드러낸다는 발상에 기초하고 있다.
[6] (Blomquist, Berger & Hoehn, 1988; Chay & Greenstone, 2005) 현시선호법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법은 헤도닉기법인데, 이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기도 하다.
주택이나 일자리는 질적 특성의 차이로 인해 시장에서 거래될 때 그 가격이 품목별로 세분화된 재화다. 공공재의 경우에도 유사한 질적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주택시장과 노동시장의 특성을 활용해 공공재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7] (Rosen, 1974) 이때 급여 및 집세의 격차는 공공재의 암묵적 가격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균형상태에서는 사람들이 공공재 한 단위를 더 소비하기 위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여기에 헤도닉기법의 근본적 문제가 있다. 이 기법은 주택시장과 노동시장이 완전 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8] (Freeman, 2003) 그런데 이 가정은 가계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주택 및 일자리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가격의 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거래비용 및 이동비용이 낮고, 시장 거래에 어떠한 제약도 없을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는 대도적으로 삶의 만족 접근법은 시장균형이 달성되지 않더라도 효용손실을 명시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시장에서의 보상변화를 알아보려면 횡단면 분석이 필요하다. 횡단면 분석을 이용할 수 없다면, 삶의 만족 접근법은 잔여의 외부효과만을 측정할 뿐이다.
헤도닉기법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외부효과의 수준이 변화할 때 사람들이 이에 대응해 어떤 조정을 보이는가를 설명하고, 헤도닉 시장의 공급 측면에서 어떤 반응이 발생할지를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시선호법에 근거한 모든 방법에 공통되는 어려움은 소비 및 거주지 전환 결정이 쾌적 또는 불쾌의 객관적 수준보다는 인지된 수준에 기초해 이뤄진다는 점에 있다. 사람들의 인지와 객관적 척도 사이의 괴리가 크다면, 추정치는 크게 왜곡된다.
현시선호법과는 대도적으로 삶의 만족 접근법은 사람들의 효용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가 설명 존재하지 않더라도, 외부성이 건강이나 여타 경로에 대한 효과를 통해 사람들의 효용에 미치는 간접적 효과를 포착한다.
한편, 사람들의 행태에 관한 연구를 통해 효용의 두 가지 개념, 곧 경험된 효용과 의사결정 효용의 차이가 확인되었다. 어떤 결과와 관련해 경험된 효용은 해당 결과가 제공한 쾌락의 경험들을 모두 포괄한다.
[9] (Kahneman, 1994) 반면 의사결정 효용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들이 그 결과에 부여하는 가중치만을 담아낸다.
경험된 효용과 의사결정 효용이 체계적으로 다른 것이라면, 시장에서의 사적 재화를 둘러싼 의사결정은 공공재 소비를 통한 사람들의 쾌락 경험들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하게 된다.
3. 테러리즘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효과
[10] (Frey & Luechinger, 2003; Frey, 2004) 시민들의 안녕감은 정치적 과정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데, 여기에는 테러리즘도 포함된다.
테러의 위협이 만연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정치적으로 더욱 안정된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덜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인과관계는 반대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정치적 불안이 삶의 불안을 가져올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불만이 클수록 시위나 분규 그리고 폭력적 행동에 호소하기가 쉽고 그로 인해 정치적 불안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 (Tullock, 1987) 그러나 혁명이 일반적으로 기존 정치체제와의 불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낭만적인 견해일 것이다.
사람들의 불만은 정권 전복의 구실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자료 및 경험적 전략
삶의 만족 자료를 사용해 테러 활동이 사람들의 효용 손실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12] (Welsch, 2002) 환경적 조건의 효과를 식별하기 위해 횡단면 자료의 국가 간 비교나 시계열 분석에 기초한 거시적인 행복함수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한편, 테러리즘의 공격을 받은 특정한 도시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만족을 해당 국가의 다른 지역들과 비교하는 방법도 있다.
[13] (Frey, Luechinger & Stutzer, 2007b) 프랑스를 대상으로 쓰인 이 참신한 접근법은 다른 나라에도 적용되었다.
삶의 만족 자료는 유럽지표 시계열 조사자료(1970~1999)에서 확보되었다. 그리고 테러 활동이 얼마나 격렬하고 두드러진가를 보여 주는 지표로는 테러범들이 일으킨 사건들의 숫자를 사용했다. 이 지표는 랜드–세인트앤드루스국제테러리즘 연표와 대테러리즘국제연구소의 테러공격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것이다.
1973~1998년의 기간을 대상으로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과 유럽지표 시계열 조사자료 속의 코르시카를 포함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역을 프랑스의 나머지 지역들과 비교해 보았다.
추정 결과
추정 결과는 테러범들의 공격이 응답된 삶의 만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의 효과를 미쳤음을 알려준다. 연구 기간 동안 파리에서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공격이 대략 15회 있었고, 삶의 만족도는 평균적으로 4점 척도 기준으로 0.04점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실업으로 인한 삶의 만족도 감소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따라서 테러리즘의 척도로 빈번히 사용되는 지표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안녕감과 상당한 정도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추정된 계수들을 이용해 테러리즘 수준의 변화에 대응해 사람들이 가설적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계산할 수 있다. (평균적인 가계소득을 버는) 파리 거주자는 파리에서의 테러리즘 발생을 좀 더 평화롭게 살아가는 여타 프랑스와 같은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대략 14%의 소득 감축을 감수할 용의가 있었다.
[14] (Blomquist, Berger & Hoehn, 1998) 테러리즘의 억제를 위한 암묵적인 지불 의사는 미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카운티의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시장 및 주택시장에 대해 분석했던 브롬퀴스트, 버거 그리고 혼의 결과와 유사하다.
이러한 사례는 삶의 만족 자료가 테러리즘으로 인한 사람들의 효용 손실을 평가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결론
사람들이 공공재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를 측정하는 데 삶의 만족 자료를 사용함으로써 일반적인 기법들의 약점들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자연환경이나 테러리즘과 같은 공공재나 공공악의 가치를 거시경제적으로 평가하는 데 특히 적합하다. 그러나 모든 공공재에 대해 이러한 평가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시경제적 프로젝트의 비용–편익 분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충분한 관찰치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