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행복 연구에서 다루는 현실적인 문제들
Chapter 08_결혼과 행복
1. 결혼에 관한 이론들
결혼과 관련된 경제모형들은 주로 전문화와 노동 분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 (Becker, 1973, 1974a) 결혼 경제학에 관한 베커의 기념비적 논문은 서로 다른 과제에 특화된 노동 분업과 가계의 생산 측면에서 발생하는,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에 기초하고 있다.
결혼에 관한 사회학적 접근 방법은 가계가 공급하는 공공재를 부부가 공동 소비한다는 점, 혹은 동질적 결혼관계에서 발생하는 상호성이나 사회적 평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2] (Hughes et al., 1999) 동질혼은 “끼리끼리 결혼”하는 경향을 일컫는 것이다. 나이, 인종, 공교, 국적, 교육, 태도 그리고 그 외 수많은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우연히 만나 결혼하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베커의 모형은 (잠재) 임금에 대해 반비례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끼리 어울린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동질몬 모형은 교육과 관련하여 유사한 배경을 가진 사람끼리 만난다는 것을 나타낸다. 주관적 안녕감에 관한 자료를 사용해 결혼으로부터 누가 이득을 더 보고 덜 보는지에 관한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이들 두 모형에 깔려있는 가정들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Stutzer & Frey, 2006) 이 장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은 스투처와 프라이의 논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결혼을 할 때, 사람들은 서로 잘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믿으며 장기적 관계에 돌입한다. 각자는 상대방과 있을 때 얻는 안정감, 물질적 혜택 뿐 아니라 상대방이 표현하는 사랑, 감사, 상호인정 및 배려 등에서 발생하는 어떤 이득을 기대한다. 이는 결혼의 보장적 관점(protection perspective)로 요약된다.
[4] (Becker, 1981) 결혼은 역경이 닥쳤을 때 보험의 기능을 제공해 주며 가족 내의 전문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득을 제공한다.
[5] (Chun & Lee, 2001)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싱글로 사는 경우보다 결혼한 사람의 소득이 높다는 것은 이를 시사한다.
결혼을 함으로써 얻는 것은 단순히 소득의 증가만이 아니다.
[6] (Gardner & Oswald, 2004) 홀로 사는 사람보다 결혼한 사람들은 (약물 남용이 없고 우울감을 덜 느낀다는 점에서) 육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좋으며,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결혼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7] (Diener et al., 2000; Stark & Eshleman, 1998; Coombs, 1991; Myers, 1999) 여러 나라와 다른 시기를 경험적으로 연구한 다양한 결과들이 보여주는 것은 결혼이 높은 행복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8] (Mastekaasa, 1992; Stutzer & Frey 2006) 물론 더 행복한 사람이 결혼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러한 역방향의 인과관계는 마스테카사 및 스투처와 프라이가 경험적으로 연구한 바 있다.
2. 경험적 분석
결혼은 행복수준을 높여 준다
결혼에 따라 안녕감이 증가하는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두 가지 설명은 설문으로 얻는 삶의 만족도에 대한 자료를 활용하여 직접 검증할 수 있다. 앞에서의 독일의 사회경제패널 자료를 활용해보자.
1981~2000년 사이의 1991명의 패널자료, 21,809개의 관찰치를 가지고 결혼 전과 후의 평균적인 삶의 만족도를 측정했다. 응답자의 성, 나이, 교육수준, 자녀여부, 가계소득, 가계규모, 가구주와의 관계, 노동시장에서의 위치, 거주지, 시민권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통제한 후 분석하였다.
사람들은 결혼하는 연도가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를 드러낸다. 반면에 결혼 이후 평균적인 삶의 만족도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패턴이 발생하는 이유는 몇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결혼에 따른 변화가 주관적 안녕감의 단기적 변화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9] (Lucas et al., 2003) 다른 이들은 이러한 현상이 적응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결혼에 있어 현실 적응이란 파트너와 긴밀한 관계로 사는 삶에서 얻는 즐거운(또는 불쾌한) 자극에 익숙해지는 것을 말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전에 느끼고 있던 주관적 안녕감 수준 근처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선택 편향을 지적할 수 있다. 결혼을 통해 좀 더 성공적인 관계를 기대하는 사람들만 결혼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혼 후 안녕감을 예측할 때 자신의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결혼 바로 전 한 해가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마지막 해가 된다. 그 이유는 이때 결혼할 커플이 둘 사이의 관계에서 특별히 행복한 시기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전문화의 가능성
결혼에 관한 베커의 경제이론이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명제는 결혼의 이득이 두 배우자의 임금수준의 상대적 차이와 정(+)의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임금수준의 상대적 격차가 클수록 한쪽은 집안살림에, 다른 쪽은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에 특화되는 것을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림 8.2>는 결혼 이후 두 그룹 사이에 안녕감 수준에 있어서 체계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혼 전에는 상대적 임금 격차가 큰 그룹의 행복수준이 평균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상대적 임금 격차가 큰 커플일수록 결혼으로부터의 편익이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문화의 이득에 기초한 베커의 모형을 지지하는 결과인 것이다.
동질혼의 편익
이번에는 학교를 다닌 햇수로 측정한 교육수준의 차이를 고려해보자.
<그림 8.3>은 위에서 언급한 전문화과 관련된 검증 전략을 활용하여 그래프 분석을 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결혼 전 몇 년 동안은 교육 기간의 차이와 상관없이 안녕감 수준이 체계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교육 기간의 차이가 중간값보다 낮은 커플이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유사한 교육 배경을 가진 커플들이 그렇지 못한 커플보다 결혼 후 더욱 많은 이득을 갖게 된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3. 결론
결혼 전 삶의 만족도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 임금 격차가 큰 커플일수록 (즉 전문화로부터 얻는 잠재적 이득이 큰 커플일수록)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결혼해 더 큰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위의 연구 결과는 결혼 후 7년이 지나면 체계적인 차이는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결혼파트너들이 유사한 특정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들과 궤를 같이한다.
[10] (Gardner & Oswald, 2006) 결혼 관계가 해소되면 어떻게 될까? 이후 사람들의 안녕감 수준은 결혼 상태에 있는 경우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만 그 방향은 반대이다.
이혼은 단기적으로 보면 트라우마를 낳는다. 이전에 커플이었던 사람들의 안녕감 수준은 급격하게 떨어지며 그 충격에 남녀 차이는 없다. 하지만 결혼 파탄 후 2년이 지나면 평균적으로 볼 때 결혼이 파탄나기 2년 전보다 상당한 정도로 안녕감 수준이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혼은 사람들에게 이득이다. 조금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결과가 이혼 직후 다시 결혼을 하든, 아니면 남겨진 아이가 존재하든 관계없이 나타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