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고통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환자의 아픔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수치를 하나의 숫자로 설명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의 강도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직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의료 절차를 설명할 때에 통증의 정도를 미리 말해줄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자의 통증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환자의 통증을 측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고 상상해보자. 먼저, 대장내시경 검사를 전부 다 받은 이후에, 이 검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질문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중간중간에 실시간으로 지금 얼마나 아픈지를 질문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즉, 전자는 환자에게 전체적인 검사에 대해 회고적인 평가를 내리도록 요청하는 것이고, 후자는 실시간 보고를 통해 환자의 전반적인 검사경험을 평가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사실 기존 실험실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이후에 이를 회상하는 방법으로 그 고통을 평가할 때, 그 평가는 부정확할 때가 많다고 한다. 특히, 사람들은 흔히들 통증을 평가할 때, 최고로 아팠던 통증과 마지막 통증의 강도를 위주로 전체적인 통증을 평가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또한 통증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지속되는 시간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회상할 경우에는 이러한 지속되는 시간을 흔히들 무시하고 판단하게 된다. Redelmeier & Kahneman (1996)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사람들이 고통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는지의 여부를 파악하고, 고통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연구를 수행하였다.
Redelmeier & Kahneman (1996)는 캐나다 토론토의 웰즐리 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고통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웰즐리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외래환자 154명과 신장결석 제거술(쇄석술)을 받는 외래환자 133명을 대상으로 통증 강도를 두 가지 방법으로 평가하게 했다. 먼저, 검사를 받는 내내 환자들은 실시간으로 60초마다 한 번씩 통증을 0에서 10까지의 점수로 표시함으로써 통증강도를 실시간으로 평가하였다. 두 번째로, 시술 후 1시간 이내에 고통의 총량을 평가하게 하여 회고적인 평가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우선 실시간으로 평가한 통증기록을 살펴보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의 38%와 신장결석 제거술을 받은 환자의 22%가 시술 중 최소 한 번 이상 통증점수 10점을 보고했다. 한편, 시술 시간은 환자에 따라 매우 상이했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4분에서 67분까지 다르게 나타났으며, 신장결석 제거술의 경우 18분에서 51분까지 서로 달랐다. 하지만, 이러한 시술 시간과 통증의 강도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 가지 고통의 측정방법을 비교하여 살펴본 결과 체계적인 불일치를 발견했다. 실험실에서의 연구결과와 일치하게, 환자의 회고적인 통증평가는 실시간 보고에서의 최고 통증 정도, 마지막 통증 정도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었으며, 고통의 지속기간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환자가 특정한 순간을 완벽하게 상기시킨다고 해서 전체적인 사건의 고통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기억과 판단은 한계가 있으므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것과 회상을 하여 보고하는 것 간의 불일치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통의 사건은 극도로 복잡하고, 모든 세부사항을 일일이 다 기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고 통증과 마지막 통증은 모든 사건에서 발생하는 분명한 순간이기에 사람들이 기억하기에 용이한 부분이 있다. 즉, 평균적인 통증이나 전체적인 통증과 같은 다른 요약치는 기억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최고로 심한 통증과 마지막 통증을 잘 기억하는 것, 그리고 지속기간을 무시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의료 시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 만약 환자의 통증 기억을 줄이는 것이 목적인 경우, 시술시간을 짧게하는 것보다 통증의 강도를 최대한 줄이는 편이 더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같은 이유로, 수술이 끝날 무렵에 강렬한 마지막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환자가 시술을 덜 혐오스럽게 기억할 것이다. 한편, 실제 통증의 양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환자들에게 더 혐오스러운 시술로 기억될지라도 시술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여 최고 통증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즉, 의사들은 환자가 의료 시술에 대해 가지는 기억을 좋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지, 실제 의료 시술 경험을 좋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지 선택해야할 것이다. 물론, 실제 경험이 더욱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환자가 미래의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경험이 아닌 기억에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의료 시술에 대한 기억 또한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더 알고 싶다면,
Redelmeier, D. A., & Kahneman, D. (1996). Patients’ memories of painful medical treatments: Real-time and retrospective evaluations of two minimally invasive procedures. Pain, 66(1), 3-8.
https://doi.org/10.1016/0304-3959(96)029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