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주샘과 함께 하는 일요 특강, 영화 토론 시간> : 매주 일요일 아침 9시부터 11시 30분.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좋은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오늘 함께 볼 영화는 <흐르는 강물처럼>입니다. 1993년도 작품이니 여러분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네요. 아카데미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그 풍경이나 영상미가 탁월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서 가족의 관계 중 엄마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눴죠. 이번 시간에 함께 볼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형제간의 우애 등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만났던 브래드 피트의 잘생긴 젊은 시절의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화 소개를 간단하게 하고 화면공유를 통해 다 같이 영화를 본다. 채팅창에 영화를 본 소감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명대사를 뽑고 그 이유에 대해 발표한다. 적절한 질문을 던져 학생들과 자기 삶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질문들은 나를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내가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하면서 나의 삶 또한 돌아보게 된다.
“책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위한 도끼임에 틀림없다.”
카프카가 확신했듯, 내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이유도 그렇다. 나에게 울림을 주는 단 하나의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 오래전 보았지만 잊고 있었던 명작,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 속 아버지의 담담한 독백처럼 흘러나오는 대사 한 마디에 나는 펑펑 울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이 영화는 노먼 맥클린 교수가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쓴 소설책 <흐르는 강물처럼>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대학에서 글을 가르쳤지만, 본인은 이 책을 70세가 넘은 나이에 첫 작품으로 세상에 내보였다. 영화에도 나왔듯이 목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인생에서 ‘절제’와 ‘예술성’을 가장 강조했다. 아들로서 노먼 맥클린 교수는 이를 실천하고자 글 쓰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 본인 가족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만큼의 절제미와 예술성을 갖춰서 그것도 70세가 넘어서야 써낸 것이 아닐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행복 심리학에서 배웠던 행복의 두 가지 견해를 만나볼 수 있다. 헤도니아(Hedonia) vs. 유데모니아(Eudiamonia). 쾌락주의적 접근인 헤도니아는 우리의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가 최고의 행복이라고 보는 견해고, 반대로 자기실현적 접근인 유데모니아는 우리의 가능성이 최대한 실현되는 상태를 최고의 행복이라고 보는 견해다.
아버지와 똑 닮은 큰아들 노먼(크레이그 셰퍼)은 아버지의 가르침 대로 글을 쓰고 학업을 이어가서 결국 교수가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유분방했던 폴(브래드 피트)은 재미와 쾌락을 추구하는 ‘반항하는 삶’을 산다. 사실 ‘반항하는 삶’은 카뮈가 인간다움을 누리기 위해 가장 강조했던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이 두 아들의 삶은 크게 다른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이 둘의 공통점은 아버지가 강조했던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 ‘절제’와 ‘예술성’을 각자의 삶에서 실천했다는 것. 큰아들 폴은 아버지에게 배웠던 간결한 글처럼 그도 절제하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한다. 아버지가 또 하나 강조했던 삶의 예술성은 작은아들 폴이 플라잉 낚시로 이를 구현해낸다.
“놀라운 일이었다. 폴은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 갔다. 폴은 나와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만의 예술을 구축했다. _ 형 노먼의 나레이션 중“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했던 일요 특강반 한 학생은 이렇게 후기를 남겼다.
🙂”가족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 영화화가 됐다는 것이 좋았다. 플라잉 낚시가 신박했다. 특히 마지막에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 대사가 가족 사이여도 서로를 완전하게는 모르지만, 사랑하고 있기에 공감이 되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산 형도 자유롭게 산 동생도 스스로의 삶을 어느 정도 꾸려나간다고 생각한다.”🙂
이 학생의 말처럼 유데모니아적 행복을 추구한 형의 삶도, 헤도니아적 행복을 추구했던 동생의 삶도 둘 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갔다. 행복을 단 한마디로 단순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처럼 행복한 삶에도 정답은 없다. 단, 우리의 행복 교과서에도 나와 있듯이 재미, 의미, 몰입으로 자신의 삶을 가득 채워간다면 나에게 맞는 답은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화면 가득 펼쳐진 반짝이는 아름다운 강을 보고 있노라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이 문장이 생각난다.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강물에 발을 담그는 나 자신 또한 시시각각 변한다는 뜻이다. 영원히 옳고 영원히 그른 것도 없겠지. 다양한 행복의 견해만큼 다른 두 삶을 보여주는 폴과 노먼의 삶을 통해 인생에 대해,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사랑’을 말해주는 영화. 폴의 장례식에서 아버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작은 아들 폴을 그리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플라잉낚시 하는 장면에 매료되어 영화가 개봉된 1993년 그 당시 수많은 남자들을 낚시의 세계에 빠지게 했던 영화. 하지만 낚시를 한다고 모두 브래드 피트가 될 수 없고 특히 플라이낚시는 더 어렵다는 사실만 깨달았다는 후문이 있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웅장한 자연과 그림 같은 브래드 피트의 리즈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흐르는 강물처럼> 이 영화로 멋진 10월의 가을을 음미해보세요. 언제나 여러분들의 Joyful, Meaningful, Mindful 한 라이프, 행복한 삶을 응원합니다!
📗글쓴이: 오란주 교사(오산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