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행복연구센터 뉴스레터 Broaden&Build Happiness에서는 매월 행복연구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를 한 편씩 소개해 드립니다.
1. 안녕하세요! 박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행복연구센터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영주입니다. 저는 사회심리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제적 불평등 및 사회계층 간 차이가 심리적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행복연구센터 연구팀에 합류한 이후로는 행복에 관한 연구로 기존 연구 관심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주로 사회적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을 연구 주제로 삼아왔습니다. 첫번째로, 국내 구성원이 점점 다양한 문화/국가 출신의 사람들로 이뤄지는 소위 다문화 사회로 변화해 가는 맥락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를 완화하거나 부추기는 개인차 요인과 상황적 요인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두번째로,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경제적 불평등과 관련하여,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리적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스위스 로잔(Lausanne) 대학에서 불평등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들과 협업을 통해 지니 계수를 이용한 소득 불평등이 사회적 자본인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현재는 소득과 주관적 지위 간 관계가 개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소득 불평등 정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진행한 연구에서는 불공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반응이 사회계층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습니다. 물질적/심리적 자원이 풍부한 상위 사회 계층에 속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하위 사회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불공정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고, 기존의 양극화를 유지하는 심리적 악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사회 계층간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심리적 개입 방안을 모색하고, 양극화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최근 진행한 연구 중 재미있었던 연구 한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무언가를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없다는 믿음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많은 함의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이미 결정된 것이며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없다고 믿을 수록 실제로 그것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개인의 사회계층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것에 가깝다는 입장을 견지한 사람들은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책(예: 재분배 정책)을 덜 지지하고 사회계층을 이동하려는 동기가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이러한 본질주의적인 신념 역시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행복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따라서 노력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 수준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행복에 대한 본질주의적 신념이 ‘타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까지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행복에 대한 본질주의적 신념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을 덜 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 증진과 관련된 활동도 덜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개인의 행복 수준은 거의 변하지 않으며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없다는 믿음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웰빙에 관여하는 친사회적인 행동(도움 행동, 기부, 봉사활동 등)을 상대적으로 잘 하지 않았습니다[그림1]. 추가로 이러한 관계가 정서적 공감에 의해 부분적으로 설명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연구센터에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난 지금 행복한가?”라고 자문하는 일이 꽤 자주 있습니다. 그때마다 답을 내리기 쉽진 않았지만 한가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은, 행복한지 스스로 묻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왜 내가 행복한지 또는 왜 행복하지 않은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되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행할 마음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죠.
행복에 대한 정의를 생각하다보니 저의 최애 드라마 ‘연애시대’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극 중 여자 주인공(은호)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합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해져라 은호야.” 행복에 대해 이제 막 새내기처럼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한 저는, 행복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경험들이 쌓이면서, 삶에서 얻는 많은 것들이 운을 통해 결정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행복은 상당 부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