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과 웰빙의 관계
: 서양인은 긍정정서, 동양인은 부정정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곤 한다. 나아가 남과 자신의 행복수준을 비교하기도 하고,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행복수준을 비교하기도 한다. 사실, 이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우리의 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학계에서도 예전부터 있어왔으며, 많은 연구들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측정하고 비교했다. 일반적인 행복 수준을 나타내는 정보로는 건강, 수입, 교육 수준, 사회적 규범 등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감정정보이론’은 개인의 행복을 측정하는 기준에 있어서 감정(affect)이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밝혔으며,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의 보고가 삶의 만족감을 예측한다고 밝혀왔다. 특히 이러한 영향력은 개인주의 국가들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강한 연관성은 감정과 행복의 바람직성 또는 중요성에 대한 명확한 문화적 규범이 존재하기 때문일 수 있다.
감정적인 경험과 문화적인 맥락에서의 행복의 관계를 조사한 대부분의 선행연구들에서는 감정을 회고방식으로 측정해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또는 회고적으로 보고되는 감정은 ‘순간적인 경험’과는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은 감정을 보고할 때에 시간 프레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눈에 보아도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과 “지난 달에 어떤 기분이셨습니까?”라는 질문은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전반적인 감정 및 회고적인 감정은 감정에 대한 신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받기 때문에, 감정을 회고방식으로 측정했을 때가 순간적인 보고와 비교했을 때보다 국가적으로 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순간적인 행복을 측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서 펼쳐지는 실제 감정이 문화 간 행복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 간 행복비교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따라서 Choi와 Chentsova-Dutton(2017)는 그 순간에 평가된 총체적인 감정 경험(평균 순간 감정)이 행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 문화 집단 간 행복 보고에 반영되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의 주요 목적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평균적 순간적인 긍정적 및 부정적 감정과 행복 간의 관계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32명의 유럽계 미국인, 25명의 히스패닉계 미국인, 33명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그룹을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행복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써 종종 사용되었던 삶의 만족도와 우울 증상을 측정하였으며, 회고적이거나 전반적인 감정 보고에 의존한 이전 연구들과는 달리, 평균적인 순간 보고를 사용하였다. 평균적인 순간 보고는 매일 두 세 시간에 한 번씩(하루에 총 9번) 무작위 신호를 주고, 그 신호음이 울리기 바로 직전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질문하여 측정하였다.
그 결과, 유럽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 미국인은 긍정적인 평균순간감정이 삶의 만족도에 정적 영향을 끼친 반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부정적인 평균순간감정이 삶의 만족도에 부적 영향을 끼쳤다. 반대로, 유럽계 미국인은 긍정적인 평균순간감정이 우울 증상에 부적 영향을 끼치는 반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부정적인 평균순간감정이 우울 증상에 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즉, 긍정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집중되는 문화적 맥락에서는 일상생활에서의 긍정적인 감정이 만족스러운 삶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이며, 부정적인 감정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이 강조되지 않는 문화적 맥락에서는 긍정적인 감정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이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 강조되지 않은 문화적 맥락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줄이면 덜 불만족스러운 삶을 만들 수 있고, 부정적 감정을 많이 겪으면 우울 증상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에서는 긍정적/부정적인 감정의 평균 순간 경험과 삶의 만족과 우울증과의 상대적 연관성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다시 말해,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감정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행복을 위한 긍정적인 감정의 이점과 부정적인 감정의 비용이 문화적 규범을 염두에 두고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개인을 치료하거나 평가할 때, 문화적 맥락에 따라 긍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더욱 향상 시키거나, 부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최소한으로 감소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욱 유용할 수 있다.
“즉, 한국인들은 부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최소한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더 유용하다.”
*더 알고 싶다면,
Choi, E., & Chentsova-Dutton, Y. E. (2017). The relationship between momentary emotions and well-being across European Americans, Hispanic Americans, and Asian Americans. Cognition and Emotion, 31(6), 1277-1285.
https://doi.org/10.1080/02699931.2016.1210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