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프리드먼은 캘리포니아의 산 루이스 오비스포에서 만성통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프리드먼은 4주간에 걸쳐 만성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해보았다. 프리드먼이 사용한 치료법은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대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각의 환자에 대해 우울증 정도와 통증 정도를 평가했다. 감사의 명상을 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우울증의 점수가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통증의 수준은 작게나마 분명히 수치가 내려갔다.
감사의 명상 전후의 평균 통증 수준을 비교했더니 명상으로 인해 통증의 점수가 상당히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4주, 즉 28일간 이루어진 감사의 명상으로 통증이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각 환자에 대해 최초 3일간의 평균 통증 점수와 마지막 3일간의 평균 통증 점수를 비교해보았다. 동시에 전반 14일과 후반 14일의 통증 평균 점수도 비교해보았다. 우선 실험 기간 전체에 걸쳐 명상 후의 통증 점수가 감소한다는 단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의 규모는 작았지만 여기서 나온 결과는 고무적일 뿐 아니라 감사 치료가 만성통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듀크대학교의 통증 방지 및 치료 연구팀은 최근 만성요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8주간에 걸친 자비 명상 실험을 실시했다. 자비 명상은 불교 문화권에서 수세기에 걸쳐 시행되어온 것으로, 사랑의 마음을 일으켜 분노를 동정으로 바꾸는 수련이다. 명상이란 대개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거나 홀로 있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련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을까? 부처가 직접 전수한 명상은 사랑, 행복, 동정 등의 감정을 강조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네타(netta)라고 부르는 기본 명상 수련은 동정심을 함양하는 명상으로 매우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수련되고 있는 자비 명상은 자기 자신에 대한 동정심에서 시작하며 명상 상태에서 다음과 같은 짧은 구절을 반복하여 암송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쁨을 찾기를
-사랑이 넘치기를
-평화가 깃들기를
수련자는 이 구절을 반복하면서 관심의 초점을 다른 사람으로 옮겨간다. 우선 나에게 좋은 일을 해준 사람, 믿음직한 친구 그리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 이어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심지어 적에게까지,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해 초점을 옮겨가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매일 90분씩 8주간 자비 명상을 계속했다. 임상적 관찰 결과, 자비 명상은 마음의 고요함과 기쁨 등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시키고 분노, 스트레스,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환자들을 무작위로 명상 치료군 및 일반 치료군에 배정했다. 이 연구에서 실시한 명상에도 감사 요소가 개입되어 있었다. 치료 과정에는 ‘바디 스캔’이라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를 통해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현재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제까지 살면서 자신의 몸으로 인해 성취할 수 있었던 모든 것에 감사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표준화된 측정 방법으로 환자의 고통, 분노, 생리적 스트레스 등을 측정했다.
실험 직후 및 추적 조사에서 이루어진 분석 결과를 보면 자비 명상 그룹에서는 신체적 통증과 심리적 고통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표준 치료 그룹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특정한 날 자비 명상을 실시하면 당일 통증의 수준이 낮아지고 다음 날의 분노 수준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비 명상이 만성요통 환자들의 통증, 분노, 생리적 고통을 줄여준다고 결론짓고 있다.
자비 명상은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시행해왔지만, 임상적 효과가 보고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었다.
*참고문헌
Emmons, R. A. (2007). Thanks!: How the new science of gratitude can make you happier. Houghton Mifflin Harcourt.
Sirgy, M. J., & Jackson, P. A. (2015). How to enhance the well-being of healthcare service providers and their patients? A mindfulness proposal. Frontiers in Psychology, 6,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