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행복연구센터 뉴스레터 Broaden&Build Happiness에서는 매월 행복연구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를 한 편씩 소개해 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박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 의학연구원 의료관리학연구소 김주현입니다. 저는 2019년부터 약 2년간 행복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연구조교수로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모자보건사업의 무작위대조시험연구를 맡고 있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했던 저는 교원대학교 초등교육학과에 입학했으며, 아동의 주요 발달 환경인 가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교사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가정교육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두 전공 영역을 다루며 인간발달은 생태학적 관점(ecological perspective: 학교, 가정, 지역 체계)에서 이해해야 함을 배웠고, 이는 유학을 결정하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 8년간 아동발달 및 가족학과에서의 대학원 과정을 통해 전 생애에 걸친 인간발달과 가족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았으며, 다양한 양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아동의 신체, 정서, 사회발달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신체적, 생물학적, 관계적, 환경적 요인)들을 탐색했습니다.
🌝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저의 주요 연구는 전생애에 걸쳐 행복 결정 요인을 밝혀내고, 정신 건강 중재 프로그램(예: 행복 수업, 간호사의 가정방문)의 효과를 밝히는 것입니다. 특별히, 사람들의 스트레스 대처 역량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도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스트레스는 아동의 자기조절 능력, 사회∙정서 발달 (정서조절, 또래집단, 우정), 건강 관련 행동 (운동, 식습관) 및 신체 발달 (비만)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 영향은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계속됩니다. 따라서 저는 어린시절 스트레스 노출의 단기/장기적 영향, 가정, 학교 환경에서의 자기조절능력의 발달과 효과, 스트레스 대처방법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행복연구센터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행복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나이, 성격, 자기조절능력)들을 살펴보았으며,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인의 행복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행복 중재 프로그램의 하나인 “행복 수업”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행복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그 효과를 검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 최근 진행한 연구 중 재미있었던 연구 한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소개 드리고 싶은 연구는 최근 출판된 “Older people are not always happier than younger people: The moderating role of personality” 입니다.
전생애적관점에서 행복의 변화 패턴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행복이 증가하는 U자형 변화라고 말합니다. 이를 “나이-행복 퍼즐(Age-Happiness Puzzle)”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 연구는 나이가 가져다주는 행복 베네핏을 모두가 누릴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고, 사람의 성격에 따라 나이-행복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KAKAO 마음 날씨 설문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본 연구에는 총 10,456명의 14~75세의 한국인 (N = 10,456, 84.9% 여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웰빙과 성격에 대한 온라인 설문에 응답했습니다. 웰빙은 삶의 만족도 (1문항), 긍정정서 (3문항: 행 복감, 평안함, 즐거움), 부정정서 (4문항: 불안, 짜증, 지루함, 우울)를 묻는 8개의 질문을 이용해 수집되었고, 성격(외향성, 신경질적성 향, 개방성, 성실성, 우호성)은 총 5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PIP)를 사용해 얻었습니다. 비선형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나이와 웰빙의 관계는 U자형인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정정서의 경우 역U자 형) (그림 1). 즉, 웰빙의 곡선은 중장년을 거치며 반등하여 노년기에 다시 높아지는 것입니다. 나이-행복 퍼즐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더 중요한 연구 결과는 이 U자형 관계가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5가지 성격 유형 중에서 “우호성”과 “신경질적성향”의 정도 따라 U자형 나이-행복 관계가 변하는 것입니다. 우호성이 낮거나 신경질적 성향이 높은 사람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행복이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증가가 없던지 심지어 감소하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림2). 반면 외향성, 개방성, 성실성 정도에 따른 나이-웰빙 관계는 모두 U자형이였습니다.
사회정서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과 생애발달이론(The Motivational Theory of Lifespan Development)에 따르면 노년기는 축소된 대인관계 속에서 사회심리적 욕구를 충족하는 발달 시기입니다. 따라서, 노년기 행복유지에는 긍정적인 사회관계 유지에 필요한 우호성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호적 성향의 사람들은 협동을 잘하고, 용서를 잘 하며, 다른 사람을 잘 수용한다고 나타나 있습니다. 사람을 향한 우호적 성향은 노년기 인간관계 유지에 큰 도움을 주며 궁극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인인 것이지요.
동시에 신경질적 성향이 행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노년기 더 강하다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건강 및 경제상황과 같은 여러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노년기 행복 유지를 위해 자기 조절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을 잘 느끼고 자기조절 능력이 낮다고 보고되는 신경질적 성향의 사람들의 경우 노년기 행복이 그 전 시기보다 더 낮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전 연구 결과에서는 외향성과 신경질적 성향이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성격 유형으로 강조되고 있고, 우호성은 상대적으로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사회관계와 자기조절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노년기에는 우호성과 신경질적성향이 행복유지에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사회 관계와 자기조절능력이 개발되고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발달시기는 언제일까요? 바로 청소년기입니다. 앞서 제시된 그래프를 보면 14-18세 사이에 웰빙이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우호성이나 신경질적성향에 따라 행복의 차이가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행복의 반등에 초점을 맞춰 노년기 우호성, 신경질적 성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학령기 행복의 변화와 성격의 역할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격 이외에 영유아기, 유년 시절 경험이 전생애적관점에서 행복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 또한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은 “의미 찾기”인 것 같습니다.
행복을 정의하는 두개의 큰 줄기인 쾌락주의적 행복관(hedonism)과 자기실현적 행복관(eudaimonism)에서 자기실현적 관점에 좀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족스럽고 즐거운 삶 너머 내가 가진 잠재성을 발휘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는 삶이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반대로 살아가는 의미를 느끼고 있지 못할 때가 가장 불행한 순간이지요.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삶의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행복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도 행복을 싹 틔우는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미를 찾는 순간 역경은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 전교생 등교가 재개되고 일상이 회복된 2022년 봄학기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노고와 정성으로 코로나 기간 중에도 아이들은 잘 성장하였습니다. 의미 찾기를 통해 오늘의 행복을 가득 충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Kim, J. H., Choi, E., Kim, N., & Choi, I. (2022). Older people are not always happier than younger people: The moderating role of personality. Applied Psychology: Health and Well‐Be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