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고 합니다. 원하는 성적을 얻기 위해 책상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죠. 그런데 이런 엉덩이 싸움이 행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록 엉덩이 싸움에서 졌지만 행복에서는 승리한 사람들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 제목은 “행복할수록 더 활기찬 삶을 산다(Lathia 등, 2017)”입니다. 연구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더 많이 움직일수록 행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하루를 돌이켜보면, 일상 움직임이 많은 때도 있고 또 적은 때도 있습니다. 출퇴근을 위해 걷거나 가을 햇볕을 만끽하기 위해 가볍게 산책할 때는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게 되지만, 수업이나 업무를 하는 중에는 같은 자리에서 50분 이상 움직이지 않고 꼼짝 없이 앉아 있기도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일상의 움직임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였습니다. 1만 2천여명의 앱 이용자들은 알람이 오면 지금 자신의 감정과 15분 전에 어떤 신체적 움직임이 있었는지, 즉 누워 있었는지, 앉아 있었는지, 걷고 있었는지 앱을 통해 응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용자들의 실제 움직임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기록되고 있었죠.
행복과 15분 전 신체적 움직임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가 바로 그림 1입니다. 신체적 활동 점수가 0에 가깝다는 것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것처럼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경우를 나타냅니다. 반면에 1에 가까울수록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죠.
그래프를 살펴보면, 행복한 사람들(검은색 실선)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푸른색 점선)에 비해 주중이든 주말이든 일상에서 움직임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걷거나 뛰는 등 일상에서의 움직임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주중, 그것도 아침 시간의 활동에 있어서 행복의 정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주중의 아침 8시에 해당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른 아침에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센서가 기록한 움직임과 행복의 관련성을 살펴보았을 때도, 행복할수록 움직임의 빈도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여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움직임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행복한 사람일수록 더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행복을 높이는 것인지, 혹은 반대로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인지 그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과 일상의 움직임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 연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자리에 앉은 채 생각만으로 행복해지기란 어렵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활기찬 삶과 좋은 기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했을 때 그 행복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직장 동료나 친구와 점심 시간에 함께 걷거나,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선물하러 갈 때, 그 발걸음은 가볍지만 이로 인한 행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글: 김남희 박사(서울대학교행복연구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