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겪는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성장을 우리는 발달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어른이 살면서 경험하는 일련의 변화는 뭐라고 불러야할까? 생애발달이론에서는 신생아부터 노년기까지 이르는 전 생애 기간동안 인간이 겪는 신체,인지,정서적 성장과 노화를 모두 일컬어 발달한다고 한다. 어린이의 키가 자라는 것도, 노인의 눈이 침침해 지는 것도 모두 발달인 것이다. 영유아, 학령기 아이들에게만 주로 사용하던 발달은 보다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발달이라고 해서 모든 경험이 기쁘거나 슬픈것은 아니다. 한 인간이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는 험란한 발달의 과정에서 굿 라이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 삶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나의 인생 툴킷(tool kit)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를 꺼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자기조절능력”을 꺼내 들 것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자기조절능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언제일까? 바로 세상에 태어나서 갖게 되는 주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이다. 생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의 몇 달의 기간동안 아기들은 자신에게 민감하고 반응을 지속적으로 잘 해주는 성인과 애착관계를 형성(Bowlby, 1969, 1973)한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도록 돕는 주요인은 주양육자의 민감성(parental sensitivity)이다. 주양육자가 (특별히 불편한 상황에서)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거나 민감하게 대응할 때 아이는 안정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민감한 엄마의 양육 태도를 통해 안정감을 경험한 영아는 양육자가 신뢰할 만한 대상임을 배우며, 양육자를 안전한 기반으로 사용하여 세상을 탐색한다. 특히 기거나 걸어다닐 무렵의 아이는 친숙한 애착대상을 하나의 안전기지(secure base)로 이용하기 시작한다. 이 안전기지를 토대로 주변을 탐험(exploration)했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고, 동시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시 안전기지 즉, 안식처(haven)로 돌아와 평정을 찾는다.
대표 애착 행동은 주양육자와 가까이 있기를 원하고(proximity seeking), 함께 있는것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것(contact maintaining)이다. 아이가 이렇게 행동하는것이 너무 당연해서 이상하게 들리는가? 애착행동의 근원을 찾는 진화학자들은 아이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과정에서 애착행동이 생겨났다고 추측한다. 중요한 것은 이 애착 행동이 스트레스 혹은 불확실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에서 아이가 사용하는 “선천적인, 타고난 자기 조절 매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겁이 났다면 빠르게 엄마 곁으로 가까이 가는 이 행동이 바로 아이가 자기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하는 조절 행동인 것이다. 따라서 애착이론은 애착대상과 멀어지는데 따른 분리불안(separation distress)을 애착관계가 형성된 아기의 적응을 위한 정상 반응으로 여긴다.
영유아기에 형성된 애착은 삶에 단기, 장기적으로 여러 발달 영역에 영향을 준다. 애착은 생애 초기 부모-자녀 관계 뿐아니라 또래 및 다른 파트너와의 긴밀한 관계, 성격, 감정 조절, 자아 개념, 감정 이해, 사회적 인식에 까지 영향을 준다고 나타났다(Thompson, 2008). 또한, 청소년기 부모와의 애착관계는 아동 청소년기 비만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로 안정적 애착을 가지고 정서조절을 잘 배운 아이는 높은 수준의 자기조절 능력과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 비만일 확률이 낮은것으로 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Kim & Bost, 2022). 이와 관련하여 행복센터에서 진행한 연구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애착 관계에 따라 스트레스가 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를지를 살펴보기 위해 디자인 되었다.
섭식장애(EDs)는 청소년기 가장 우려되는 정신질환 중 하나로, 청소년기 이전부터 후기까지(Golden et al., 2016)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Galmiche et al., 2019). 특히 ED는 심각한 건강 합병증을 불러일으키고 심리적 기능의 결핍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Klump et al., 2009) 섭식장애의 조기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볼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섭식 행동을 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심리적 스트레스다(Ball & Lee, 2000).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하지 않은 섭식행동(다이어트, 과식 등)을 더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이 연관성을 주로 임상 대상자 혹은 여학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성에게서 섭식장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조절 기능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자녀 애착 관계(Mikulincer et al., 2003)가 스트레스와 섭식 행동사이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많이 연구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부모-자녀 관계는 아동이 감정, 행동 및 인지와 관련된 자기 조절 능력을 개발하는 환경으로 작용한다(Pallini et al., 2018). 본 연구는 ED 유발 및 예방 요인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와 식습관의 관계를 살펴보고, 이 관계에 부모-자녀 애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하였다.
학교기반 긍정심리개입 프로그램(아동 청소년 행복 프로젝트)에 참여한 567명(남성 41.1%, 마법사 = 14.91, SDage = 2.34)의 표본이 기반조사에서 데이터를 제공했다. 식사태도검사(EAT-26; Gardner et al., 1982)는 음식에 대한 태도, 행동, 느낌에 기초하여 섭식장애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높은 점수는 다이어트와 음식에 대한 집착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을 나타낸다. 또한 학생들은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정도를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Cohen et al., 1983)에 보고하였다. 부모와 또래애착의 목록(IPPA-R; Armsden & Greenberg, 1987)은 엄마에 대한 청소년의 애착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되었으며, 여기에는 엄마에 대한 신뢰, 의사소통, 분노/소외와 관련된 28개 문항이 포함되었다. IPPA-R 점수가 높을수록 엄마와의 안전한 관계를 나타낸다. 기반조사시 부모들은 가족 재정 상태(SES)와 결혼 상태를 보고했다.
R에서 lm 함수를 이용한 조절분석 결과 스트레스가 높은 청소년은 성별, 연령, SES, 결혼상태을 통제할때 건강하지 않은 섭식 행동이 더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b = 1.509, SE =.586, p =.010). 중요한 것은, 엄마에 대한 청소년들의 애착이 무질서한 식습관에 대한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켰다는 것이다(b = -2.415, SE = .603, p < .001).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더 떨어지는 사람들의 경우 스트레스는 무질서한 식습관을 증가시켰다(-1SD:b = 3.195, SE =.751, p < .001). 그러나 더 높은 수준(+1 SD: b = .148, SE = .671, p = .852)의 애착관계를 가진 학생들에게는 스트레스와 섭식장애의 관계가 유의미하지 않았다(표 1과 그림 1). 이 결과는ED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신체상(i.e., Body image; Cervera et al., 2003)을 통제해도 일관되게 나왔으며 남녀 간의 차이는 없었다.
Table 1. Moderation effect of attachment to mothers on the association between perceived stress and disordered eating attitudes | ||||||
b | SE | t | p | LLCI | ULCI | |
Constant | 13.544 | 2.745 | 4.934 | 0.000 | 8.152 | 18.936 |
Stress | 1.789 | 0.583 | 3.071 | 0.002 | 0.645 | 2.933 |
Attachment | -0.999 | 0.527 | -1.897 | 0.058 | -2.034 | 0.036 |
Stress x Attachment | -2.415 | 0.603 | -4.006 | 0.000 | -3.600 | -1.231 |
Age | -0.156 | 0.129 | -1.207 | 0.228 | -0.410 | 0.098 |
Gender | -0.981 | 0.609 | -1.611 | 0.108 | -2.176 | 0.215 |
SES | -0.767 | 0.235 | -3.263 | 0.001 | -1.228 | -0.305 |
Marital status | -0.802 | 1.129 | -0.710 | 0.478 | -3.020 | 1.416 |
Figure 1.
본 연구는 안정적 애착이 청소년기 전반에 걸쳐 스트레스 조절과 무질서한 식습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해당 결과는 안정적 애착을 형성한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에 비해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더 가지고 있어서,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미성숙한,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형성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ED에 대한 개입과 예방 전략은 증가하지만 학업과 친구관계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청소년기 스트레스를 더 잘 관리하고 부모와 더 안전한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 정서를 조절하는 것은 내 삶의 만족감과 행복을 높이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3년 주어진 날중 12분의 1이 지났다. 남은 한해를 보다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나의 인생 툴킷을 점검하자. 자기조절 능력은 담겨있는지, 담아야 하는지. 나의 NO.1 툴킷은 무엇인지.
출처
Armsden, G. C., & Greenberg, M. T. (1987). The Inventory of Parent and Peer Attachment: Individual differences and their relationship to psychological well-being in adolescence. Journal of Youth and Adolescence, 16(5), 427–454. https://doi.org/10.1007/BF0220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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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lby, J. (1969). Attachment and loss: Vol. 1. Attachment. New York, NY: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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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lini, S., Chirumbolo, A., Morelli, M., Baiocco, R., Laghi, F., & Eisenberg, N. (2018). The relation of attachment security status to effortful self-regulation: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44(5), 501-531. doi: 10.1037/bul0000134 Thompson, R. A. (2008). Early attachment and later development: Familiar questions, new answers. In J. Cassidy & P. R. Shaver (Eds.), Handbook of attachment: Theory, research, and clinical applications (pp. 348–365). The Guilford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