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나요?”
“고마운 마음이란, 타인에게 빚지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빚을 소중한 관계의 형태로 여기는 것입니다.”
『고마운 마음』은 실어증으로 고통받는 미쉬카 할머니를 중심으로 마리와 제롬이라는 두 젊은이의 대화와 독백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설이리라 속단할 수도 있겠지만, 『고마운 마음』은 세 명의 인물들 주변을 내내 맴도는 애정과 연민 덕분에 슬프지만은 않다. 프랑스 주요 언론들이 하나같이 『고마운 마음』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라고 평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델핀 드 비강은 명석하고 집요하게, 삶의 마지막 순간의 억눌리고 우울한 세상을 정확하게 선택한 단어들로 표현한다.
어린 시절 조울증을 겪는 엄마 때문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마리는 이웃에 살던 미쉬카 할머니의 호의로 그 시절을 살아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후에 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미쉬카 할머니는 마리의 옆을 지켰다. 어느새 세월은 두 사람의 관계를 뒤바꿔 놓았다. 이제는 마리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게 된 미쉬카 할머니는 마리에게 병원에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말하지만, 마리는 할머니에게 느꼈던 고마운 마음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인내와 헌신, 선의를 품고 있는 제롬이 있다. 요양병원에서 만난 언어치료사 제롬은 미쉬카 할머니의 실어증을 최대한 늦춰보려 애쓴다. 그러나 좋아질 수 없음을 인지한 미쉬카 할머니는 언어치료보다는 제롬과 사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제롬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았던 상처를 어떻게든 보듬어보려 한다.
한편 미쉬카 할머니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인 자신을 숨겨주고 3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돌봐준 부부를 찾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이름만 겨우 알 뿐,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없다. 마리를 통해 신문에 광고를 해보지만, 그들의 생사조차 확인하기 힘들다. 미쉬카 할머니는 그들을 만나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