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탄다”는 말이 있지요. 가을이 되면 불어오는 바람에도 왠지 모르게 마음 또한 시큰합니다.
이렇게 시큰하고 쓸쓸한 마음이 우울증과 무기력함으로 자라면,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 또는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을 앓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부터 시작되는 줄어드는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주 원인이라고 합니다. 사회심리학 관점으로도 가을은 우리에게 특별한 계절입니다. 왜냐하면 가을은 따듯한 여름에서 추워지는 계절이며, 새 학기가 시작하고, 또한 휴가 이후의 돌아온 일상 등과 같이 우리에게 시간적 랜드마크(temporal landmark)를 주기 때문 입니다. Peetz 와 Wilson (2013)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중요한 사건을 기준으로 두고 그 사건의 전후로 자신과 자신의 삶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을 새 학기 이후의 나, 또는 크리스마스 이전의 나와 같이 분류하여 지각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간적 랜드마크, 혹은 변화에 속에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심리적 평정심 (psychological equanimity)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우리의 싱숭생숭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까요?
가을엔 노스텔지아 한 줌
노스탤지아란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한 감정입니다. 한국어 중에 가장 유사한 정서로는 향수,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얼핏 듣기에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더 힘들고 우울하게 만들 것만 같지요? 하지만 사회심리 연구들에 따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노스탤지아는 긍정적인 정서를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이는 노스탤지아를 느끼는 기억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노스탤지아를 느끼는 기억은 대부분 우리 인생에서 중요했던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 그리고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들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행복했던 나를 떠올리며, 현재의 부정적인 감정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많은 가을에도 노스탤지아가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까요? 정답은, Yes 입니다. Sedikides와 연구자들(2015)은 삶의 변화를 경험할 때 사람들이 더 노스탤지아를 더 느끼는지, 그리고 노스탤지아가 정말 사람들에게 연속성(continuity)을 주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최근에 겪은 변화에 대해 물어보았고, 그들의 노스탤지아 성향을 측정하였습니다. 예측한 바와 같이, 최근에 겪은 변화(예: 사는 환경의 변화, 수면의 변화, 식사의 변화)가 많을 수록 사람들은 더 노스탤지아를 경험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또한 노스탤지아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연속성을 제공해주는 것 또한 발견하였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조건과 통제조건에 무선 할당 되었고, 노스탤지아를 불러 일으키는 기억(실험조건) 또는 평소 하루(통제 조건)에 대하여 적게 하였고, 그들이 지각하는 자기 연속성(perceived self-continuity)을 보고하였습니다. 자신의 연속성을 측정하는 척도의 예로는 “나는 과거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와 “내 성격의 중요한 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입니다”가 있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노스탤지아를 불러 일으키는 기억을 떠올렸던 실험 참가자들이 평소 하루를 떠올렸던 참가자들보다 더 자기 자신이 시간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노스탤지아는 왜 사람들에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걸까요? Hong과 연구자들(2022)의 연구에 따르면, 노스탤지아는 자신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느끼게 해줌으로써 자기 연속성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노스탤지아는 겉으로 보기엔 다른 사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주며 시간 속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우리의 자신이 하나의 나로서 존재한다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우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을 마주하고,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삶의 변화, 혹은 우여곡절 속에서 지금의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어쩌면 과거의 내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자신을 불러주는 정서, 노스탤지아 한줌이면, 변화가 많은 이 가을을 우리가 조금 더 단단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Hong, E. K., Sedikides, C., & Wildschut, T. (2022). How does nostalgia conduce to self-continuity? The roles of identity narrative, associative links, and stabil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8(5) 735–749. https://doi.org/10.1177/01461672211024889
Peetz, J., & Wilson, A. E. (2013). The post-birthday world: consequences of temporal landmarks for temporal self-appraisal and motiv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2), 249–266. https://doi.org/10.1037/a0030477
Sedikides, C., Wildschut, T., Routledge, C., & Arndt, J. (2015). Nostalgia counteracts self‐discontinuity and restores self‐continuity.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5(1), 52–61. https://doi.org/10.1002/ejsp.2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