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보행감사
시인: 이시명
내가
걸어다니는 것은
땅을 딛고 걷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공 모양의 지구가
소리 없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우주 은하계에서
빈 공간을 허우적거리게 될 나를
말없이 떠받쳐주기 때문이다
무시로,
더럽고 냄새나는 발 밑을
조금도 역겨워하지 않고
변함없는 온정으로 받쳐주며
우주 미아가 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늘 체중보다 더 많은
욕심으로 가득 찬 나에게
한없이 베풀어주는 지구 친구에게
오늘 하루만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걸어 보아야겠다.
이시명 시인의 『보행감사』는 관점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당연하게 땅을 걷는다. 중력 덕분에 지구에 붙어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시명 시인은 관점을 전환한다. 우리가 걸어 다니는 게 우리가 땅을 딛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가 우리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지구, 그 안에 중력이 없으면 우린 바닥에 붙어 걸을 수 없을 테다. 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감사할 거리가 넘쳐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