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생명은
시인: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을 앞에 두고 관찰하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이지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이다. 좌우대칭이며, 맑은 색이며, 꽃잎에 새겨진 세세한 결까지… 너무도 완벽하기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꽃도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나비와 벌이 있고,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또 다른 생명을 만들기 위해서도 다른 매개체가 필요하다. 하물며 인간은 어떨까. 우리도 우리 안의 결핍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함께 살아간다. 생명은… 서로의 결핍으로 서로를 빛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