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세 잎 클로버
시인: 정연복
어린 시절에
토끼풀 우거진 들판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애쓰던 추억이 있다
지천에 널린 세 잎 클로버 사이로
번쩍 눈에 띄는 네 잎 클로버는
눈부시게 황홀했지
며칠 전, 어느 두툼한 책의 모퉁이에서
우연히 눈길이 닿은 한 구절이
벼락처럼 내 가슴을 내리쳤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그래,
행운은 내게로 오지 않아도 좋으리
눈부신 행운을 꿈꾸지는 않으리
다만, 들판의 세 잎 클로버처럼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생명의 기쁨을 느끼는
욕심 없는 마음 하나 가질 수 있기를!
가까운 날에 들판에 나가
세 잎 클로버들에게 사죄해야지
‘말없이 내 주변을 맴도는
소중한 너희들을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누구든 어릴 적 잔디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너도나도 행운을 잡아보겠다며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한참을 헤매다 네 잎 클로버 하나를 발견하면 온 세상을 가졌다는 듯이 팡팡 뛰며 기뻐했다. 수많은 세 잎 클로버 사이에 있던 네 잎 클로버 하나. 그 시절, 행운을 쫓느라 행복을 짓밟은 게 아닐까. 행복은 넓게 퍼져있었는데 말이다. 도처에 깔려 있던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행운을 쫓지 말고, 가까이 있는 행복을 아껴주자. 행복은 당신 바로 옆에서 당신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