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당신은 책을 첫 장부터 읽는군요. 인상적입니다. 저는보통 중간쯤부터 읽기 시작해요. 머리말은 아예 보지도 않고요. 책을 읽는 데에도 이렇게 서투른 제가 책을 썼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사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언어의 바다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섬과 같습니다.
이 책은 여덟 살이든 여든 살이든 누구라도 읽을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책이죠. 저 또한 때로는 여덟 살이기도 때로는 여든 살이기도 합니다. 저는 당신이 언제 어디를 펼쳐 읽어도 괜찮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가운데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읽으며 낙서를 하거나, 귀퉁이를 접거나, 책장을 넘기며 손자국을 남겨도 괜찮겠죠.
책의 그림은 주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 그리고 말을 그린 것입니다. 이 친구들에 관해 조금은 말해둬야 할 듯싶군요. 물론 설명하지 않아도 보면 알 수 있을 테니 간단히 말하죠.
처음 땅 위로 나온 두더지를 만났을 때 소년은 외로웠습니다. 둘은 거친 들판을 보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제 생각에 거친 들판은 삶과 닮았습니다. 때로는 두렵지만 아름답다는 점에서.
정처 없이 다니던 소년과 두더지는 여우를 만납니다. 만약 우리가 두더지라면 여우를 만나는 일이 흔치는 않겠지요. 소년은 궁금한 것이 아주 많습니다. 두더지는 케이크에 집착합니다. 여우는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또 경계심이 많습니다.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 때문이지요. 말은 이들이 마주친 가장 크고 유순한 동물입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만의 약점을 가지고 있습닏. 전 이들 각자의 모습에서 저 자신을 봅니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입니다.
그들의 모험은 눈이 내리다가도 금세 햇살이 비치는, 이른 봄에 시작됩니다. 한순간에 바뀐다는 점에서 이 또한 우리네 삶과 조금 비슷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친절을 베풀며 용기 있게 살아가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랍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도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저는 이 책을 쓰며 스스로에게 종종 묻곤 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 작업을 하는 걸까? 그러나 말이 말하듯 “인생은 일단 부딪쳐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 역시 날개를 펼치고 꿈을 좇아 날아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제 꿈의 하나입니다. 저는 당신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