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속도
시인: 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약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 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년을 넘지 못한다
이원규 시인은 『속도』라는 시에서 관점을 전환한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라고 물어본다. 우리는 무언가에 쫓겨 바쁘게 살아간다. 그 속도가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 분간하지도 않은 채 세상의 속도에 맞춰 달리기 바쁘다. 잠깐 멈춰 나의 속도가 정말 나의 속도인지 확인해보자. 나는 느린 사람인데, 주변을 따라 빠르게 달려오진 않았는지 살펴보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모두가 각자의 속도를 존중할 때 행복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