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시인: 정호승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은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 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봐 두려워라
정호승 시인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에서 강아지를 보면서 깨달은 용서에 대해 풀어낸다. 정호승 시인의 말대로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용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용서는 사람을 녹이는 힘이 있다. 내가 잘못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불같이 화내는 상사에게 짓궂은 말을 들었을 때와 너그럽게 용서받았을 때 어느 때에 기분이 좋은가. 어느 때에 그 사람을 인정하게 되는가. 나의 행복, 다른 사람의 행복 이 둘 모두 용서로부터 챙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