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
시인: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까.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받더라도 사랑할 수 없다면 그만한 불행이 없을 게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행복하려면 맘껏 사랑하자.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날은 제한돼있다. 우리는 죽기 전까지만 사랑할 수 있다.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진심으로 사랑하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