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행복연구센터 뉴스레터 Broaden&Build Happiness에서는 매월 행복연구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를 한 편씩 소개해 드립니다.
1. 안녕하세요! 박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행복연구센터 연구원 이성하 입니다. 현재 행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학부 때에는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박사 때는 신경과학을 전공하였으며, 개인적인 연구 관심사는 줄곧 ‘사람 마음’이었습니다. 정의하기 힘든 사람 마음을 어떻게 연구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아직도 계속 고민 중에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심리학과, 의대, 사회학과 등의 여러 연구실을 거치며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며, 종합적인 안목을 키워올 수 있었고, 여러 분야의 학문 영역을 융합하여 새로운 연구 가설과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몇 년 전에 운명처럼 행복연구센터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매년 행복에 관한 새로운 연구에 도전해 보며 연구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2.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행복의 영역에서 신체적-정신적 요인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 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WHO의 ‘건강’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신체적 측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그간 건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육체적인 면만 치중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저의 연구 목표는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건강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있으며, 연구 결과들이 행복 증진과 건강한 삶의 실마리로 쓰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행복센터에서 신체적-정신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밝히기 위하여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행복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심리학적 요인에 관하여 전문적인 측정이 가능한 센터의 강점을 살려서, 저는 이 측정치들에 신체적/생리적인 지표를 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보라매병원과 협력하여 신체적 건강지표를 얻어 행복과 연결을 지어보았고, UCLA의과 대학과 협력하여 유전자 발현 패턴과 행복을 연결시켜 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CJ바이오사이언스(구 천랩)과 협력하여 장내 미생물 생태계와 행복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고, 최근에는 타액을 채취하여 인체 호르몬과 행복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생체 지표들을 이용하여 행복이라는 마음이 우리 몸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3. 최근 진행한 연구 중 재미있었던 연구 한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행복연구센터에서 진행했던, 또 진행하고 있는 모든 연구가 다 애착이 가고 재미있었습니다. 각 연구 마다 다 의미가 있어서 하나만 꼽기 힘들지만, 저도 재미있었을 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도 많이 인용하고 관심을 가진 연구는 ‘장내 미생물과 행복’에 관한 연구입니다. 행복연구센터 연구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대변 샘플을 얻어서 장내 미생물 패턴을 얻어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 연구를 통하여 정서적 웰빙과 장내 미생물 군집의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 관계가 장 유형에 따라 다르게 조절된다는 사실을 규명하였습니다 (그래프 참조, Lee et al., 2020. Scientific Reports).
[그래프 설명] 왼쪽의 그림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긍정 정서 (Positive Affect) (A에 해당) 그리고 부정 정서 (Negative Affect) (B에 해당) 간의 연관성을 보여줍니다. 장유형 (enterotype) 두 가지 중 E2 (초록색)에 해당되는 선은 프레보텔라(Prevotella)속 미생물이 우세한 장유형을 가진 집단이며 이 집단의 경우 긍정 정서를 많이 경험한다고 보고할수록 다양성이 증가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E1 (주황색)에 해당되는 선은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속 미생물이 우세한 장유형을 나타내며 이 경우 정서적 웰빙과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뚜렷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어떠한 경로로 장내 미생물과 행복이 연관되는지 초점을 두어 후속 연구들을 계획하고,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4.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광범위한 질문으로 답하기 쉽지가 않습니다만,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저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잘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것이 행복인 것 같습니다. 긴 미국 유학 생활 끝에 한국에 돌아와서 행복연구센터에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캠퍼스로 돌아왔을 때의 그 포근함과 가족과 친구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안정감이 좋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이 행복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경험만 같이 하고 즐거운 시간만 같이 나누는 것도 행복이라 할 수 있지만, 좋은 경험이든 안 좋은 경험이든 ‘함께’ 견뎌내고 성숙해 가는 것도 다른 의미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일상적인 시간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돌아보면 나와 내 주변이 이만큼 변하고 성장했구나 하는 그 뿌듯한 느낌이 행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퍼런스: Lee, S-H., Yoon, SH., Jung, Y. Kim, N., Min, U., Chun, J., Choi, I., Emotional well-being and gut microbiome profiles by enterotype. Sci Rep 10, 20736 (2020). https://doi.org/10.1038/s41598-020-77673-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