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MBTI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개 유형 중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 그리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얼마나 잘 맞는 (혹은 맞지 않는) 성격인지 확인하며 안도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역시 그랬어!’라며 나와 상대방의 좋지 않은 관계에 대한 이유를 찾았다는 사실에 무릎을 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치 심리학자처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한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추측한다. MBTI의 열풍은 행동의 원인을 성격에서 찾도록 만들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관계가 좋고 나쁨에 대한 원인을 성격으로 돌리기 전에, 성격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고백하자면, 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성격 유형을 반기지 않는다. MBTI열풍 속에서 소심하게 성격 특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심리학자일 것이다. 먼저 성격 특성은 개방성(openness)을 비롯해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 또는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 다섯 가지를 포함한다. 이 다섯 가지 성격 특성 가리켜 OCE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격 특성이 개인의 성격을 결정하는데, 같은 특성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에 따라 성격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가 바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다른 성격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성격 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반면에 성격 유형은 성격의 조합에 따라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16개 유형으로 구분한 MBTI가 있다. MBTI 외에도 사람의 성격을 유형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마르틴 게를라흐(Martin Gerlach) 박사와 동료들은 사람들의 OCEAN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결과를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에 발표하였다(Gerlach 등, 2018). 연구자들이 구분한 4가지 유형은 평균형, 내성적, 자기중심적, 롤모델형은 각기 다른 성격 특성을 지니고 있다. 평균형은 친화성(우호성)이 높고, 성실하며, 외향적이다. 또한 다소 신경증이 높지만 개방성은 낮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기중심적 유형은 다른 성격 특성이 다소 낮은데 비해 외향성이 두드러지게 높은 특성을 나타내며, 내성적 유형은 개방성과 신경증에 비해 다른 특성들이 모두 낮다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롤모델형은 외향성, 친화성(우호성), 그리고 성실성이 매우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성격 특성과 성격 유형 중 정답은 없다. 성격 특성이 개개인마다 다른 성격을 잘 설명하지만, 사람 수 많은 존재하는 성격에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정신적 지름길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일종의 지름길이 필요한데, 성격 유형이 하나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름길을 이용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길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세상에 하나의 길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성격 유형을 토대로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류하고 N가지 유형이라는 틀로 상대를 바라보면, 그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개방성은 새로운 경험에 대해 열려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주저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 크다. 개방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늘 즐겁고 행복한 감정만 경험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도전은 삶의 활력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때로는 실망감과 같이 새로운 도전이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서만큼 부정적인 정서를 많이 경험할 수 있다(카카오 같이가치, 2022).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새로운 도전이 실패로 끝날까 두려워 포기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비록 유쾌하지 않더라도 삶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함으로써 인생의 폭이 더 넓고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흔히 성실성을 떠올리면, ‘부지런함’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성실성의 진짜 의미는 근면성실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끈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세운 계획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이 많고, 운동을 포함해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행동에서 더 큰 행복을 경험한다. 성실성과 관련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의 비율이 나이와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중장년층에서 높은 성실성을 지닌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즉흥적인 삶보다 계획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자신의 성실성이 높다면, 꼭 한 가지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것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계획과 목표는 예측 불가능한 삶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상이 계획과 목표로 가득하다면 낯선 경험이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을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의 내면보다 밖을 향해 있고,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거나 자신을 자극하는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다.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낯선 곳보다는 익숙한 곳(예를 들면 집)에서 있는 것을 선호하고, 사람을 포함해 다양한 자극들이 적은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외향적인 특성이 강할수록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외향성이 행복에 중요한 특성으로 손꼽히면서 외향적인 특성을 지니지 못한 사람, 즉 내향적인 사람들은 행복이 더 낮을 것이라고 섣부르게 짐작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이라고 행복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들은 다양하고 많은 사람보다 신뢰할 수 있고 친밀한 소수의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경험하고, 강렬한 자극보다 익숙한 상황에서 편안함과 행복을 경험한다.
친화성(우호성)이 높은 사람들은 나보다는 우리를,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행동의 기저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존재한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들을 평화주의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협조적이고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더욱 더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관심을 나누어 줄 필요가 있다. 친화성이 높을수록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 중에서 특히 지루함을 적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거나 커피 한 잔과 같은 가벼운 선물을 주는 것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행복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친화성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행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친화성은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모두의 행복은 자신의 희생이 아니라, 나의 행복에 타인의 행복이 더해졌을 때 이룰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기 전에, 먼저 자신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경증은 행복을 위협하는 성격 특성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하고, 감정 변화의 폭이 매우 큰 특징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불안을 경험하고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신경증이 높은 사람이 행복을 경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이 모두 나쁜 특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 내면과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작은 변화를 쉽게 발견하고,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한다. 철저한 예방 덕분에 때로는 직업이나 학업에서 더 높은 성과를 성취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감정이 일상을 보다 유쾌하게 만들어 준다면, 부정적인 감정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우리를 준비시킨다. 신경증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지금 순간의 행복을 조금 적게 경험하지만, 앞날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늘 준비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