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간(2020년 1월 30일-2023년 5월 5일) 지속되었던 COVID-19 팬데믹이 남긴 삶의 흔적 중 가장 강력한 것을 꼽으라면 생활의 온라인 전환이다. 높은 감염률을 보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교육, 근무, 취미 활동 등 대부분의 기본 일상 생활을 온라인으로 옮겨다 놓았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은 바로 쇼핑이다. 그야말로 한국은 ‘배달의 천국’이 되었다. 기껏해야 짜장면을 배달해 먹던 시대는 지났다. 음식부터 생필품, 식료품까지 온라인 쇼핑 영역은 매우 다양해 졌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적지 않은 배달비를 감수하고라도 온라인 주문을 감행해야만 했던 지난 팬데믹 경험은 온라인 쇼핑을 소비활동의 주축으로 우뚝 세워놓았다.
사실 쇼핑의 온라인화는COVID-19 이전에도 이미 분명했다. 인터넷 보급과 전자 기기의 대중화와 함께 “당일 배달”, “쉬운 교환 환불 절차”와 같은 강력한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실물 쇼핑(brick-and-mortar shopping)을 희생하고 온라인 쇼핑(online shopping)에 매료되도록 했다. 한영 회계법인의 Future Consumer Index 조사에 따르면 2022년 46%의 소비자가 이전에 상점에서 구입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쇼핑하고 37%는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훌륭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상점만 방문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는 기존의 소매업체들이 대안적 판매 경로를 찾아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겨다 주었다.
비단 온라인 쇼핑의 영향이 판매자에게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왜나하면 쇼핑 방법에 따라 쇼핑 과정과 쇼핑 후 구매자가 갖게되는 심리적 경험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발달과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에 따라 소비자가 사용하는 상품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내 손에 움켜 잡을 수 있는(tangible) 실질적인 (physical) 물건 뿐 아니라 내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intangible) 온라인 상에서만 사용 가능한 디지털 제품이 매우 일반화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인기 가수의 새 음반을 CD나 카세트 테이프 (physical goods)를 구매를 하지 않고 온라인 사이트에서 음원(digital goods) 구매를 통해 듣는다. 앞서 슬기로운 소비생활 1부에서는 경험적 소비와 물질적 소비에 대한 정의와 행복과의 관계를 비교를 했다면, 슬기로운 소비생활 2부(부재: 배달의 천국에서 살아남기)에서는 온라인 쇼핑과 행복의 관계,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제품 사이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내게 행복을 전해주는 온라인 쇼핑
온라인 쇼핑과 소비자의 심리(예: 행복, 삶의 만족, 과시적 사고방식)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연구들은 온라인 쇼핑과 긍정적인 행복 경험을 강조한다 (Guillen-Royo 2019; Yu, Zhang, & Liu 2018; Sabatini 2011). 한 예로 Sabatini(2011)가 실시한 온라인 쇼핑과 행복에 대한 첫번째 실증적 연구에서는 이탈리아에서 4,1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쇼핑과 소비자의 행복이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이 결과는 엄격한 분석 절차를 적용했을 때도 동일 했다. Duan과 Dholakia(2017)는 온라인 쇼핑이 소비자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으로 소셜 미디어(SNS, 블로그 등)에 구매 경험을 게시할 경우 행복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Guillen-Royo(2019)은 지속가능한 소비와 웰빙 사이의 관계에서 온라인 쇼핑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봤다. 연구 결과 온라인 쇼핑은 지속 가능한 소비와 웰빙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를 강화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기에는 온라인 쇼핑이 녹색 제품에 대한 접근을 증가시키고, 소비 활동에 필요한 비용(예: 이동 시간)이 적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추측했다.
온라인 쇼핑과 행복의 관계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Zheng과 Ma (2021)연구는 “지역”에 따른 이 관계의 차이를 다루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연구 결과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 결과를 경제적 상황과 교육 수준,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에 있어 도시 거주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지방 사람들에게 일반화 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급속한 전자기기 보급과 인터넷 발달은 도시 지역 사람들이 제한적으로 누리던 온라인 쇼핑의 장점(정보 공유, 쇼핑의 효율 증진, 판매자와 소비자의 대화 촉진, 쇼핑 경험 공유)을 지방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온라인 쇼핑이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통한 구매 과정에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좌절과 구매 충동, 과시적 소비와 같은 부정적 경험하게 되어, 온라인 쇼핑은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래 그림은 위 설명과 같은 두개의 경로를 표식화 한 자료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813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도시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방에서도 온라인 쇼핑은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지역 사람들의 특성에 따라서도 온라인 쇼핑의 빈도가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즉, 나이가 적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자동차를 소유하고, 온라인 배급이 잘 된 지역에 거주할 때, 지인이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경우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이용했다. 뿐만 아니라 1인당 온라인 쇼핑에 지출되는 금액이 클 수록 행복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두개의 주관적 행복 지표 중 일시적(momentary)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최근 온라인 쇼핑과 직접 방문 쇼핑으로 이분화 할 수 없는 쇼핑의 형태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바로 “hybrid형 현장-온라인 쇼핑”이다. 온라인 쇼핑이 가진 여러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현장에서 테스트해 본 뒤 가격 비교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온라인에서 가장 낮은 가격의 제품을 찾아 구매를 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쇼핑은 초기 투자 구매 시간이 각각의 쇼핑 형태보다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지만, 쇼핑 경험과 제품 만족도가 높아 소비자의 전반적인 행복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양한 쇼핑 방법에 따른 행복 경험의 차이는 추후 연구에서도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2. 손에 들린 내 물건 vs. 화면 속 내 물건
전자기기와 온라인 사용의 대중화에 힘입어 “온라인 쇼핑”이라는 새로운 소비 형태가 생겨났다면, 새로운 소비 결과물로 “디지털 제품”이 탄생했다. 지하철에 책을 들고 읽는 사람은 줄고 테블렛 속 내 e-책장(book shelf)에서 이런 저런 책을 골라 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종이에 글을 써서 우편 배달하던 손편지는 전자 기기의 문자로 대체가 되었고, 이제는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이모티콘을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내 감정을 더 잘 나타내기 위해 이모티콘 함에는 점점 더 많은 제품이 추가된다. 이처럼 실제 물건을 만질 수 없지만 전자 기기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디지털 제품(Digital goods) 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제품 예에는 e-book, 음원, 이모티콘, 게임 등이 해당된다.
내 손의 움켜진 물건과 화면 속 물건, 사람들이 이 두 종류의 물건에 부여하는 가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무릎위의 내 책, 스크린 너머의 내 책 중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 준 제품은 무엇일까?
양적 연구와 질적 관찰 연구를 바탕으로 학자들은 사람들이 물리적 상품보다 동등한 디지털 상품에 더 “낮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Atasoy & Morewedge, 2018). 이를 설명하는 여러 주장 중 하나는 물리적 재화가 제공하는 심리적 소유권(psychological ownership)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디지털 재화에 상대적으로 적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물리적 재화를 만지고, 조작하고, 이동하는 행동은 물리적 재화로부터 심리적 소유권을 획득하는 것을 유리하게 만든다(Furby 1980, Peck & Shu 2009). 또한 사람들은 디지털 형식의 물건을 불안정하고, 일시적이며, 빠르다고 인식하는 반면, 물리적 물건은 보다 영구적이고 안정적으로 인식한다고 한다(Petrelli & Whittaker 2010). 또한 물리적인 상품은 과거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나와 물리적 재화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통한 애착 확립이 더 용이하다 (Belk 2013; Siddiqui and Turley 2006). 반대로 디지털 상품은 나와 덜 친밀하고 개인의 기억을 잘 표현해 낼 수 없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선물한 인형이나 목걸이를 가차없이 버리는 이유도 그가 남긴 그 어떤 디지털 형식의 선물보다 물리적 선물과 내가 (혹은 그가) 심리적으로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악 수집가들을 인터뷰한 연구에서 물리적 녹음 형식의 LP 혹은 CD는 디지털 녹음 형식과 비교했을 때 나의 정체성을 더 잘 표현해줄 뿐 아니라, 유산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Giles, Pietrzykowski, & Clark, 2007).
하지만 물질적 재화에 대한 선호를 반박하는 몇몇의 연구는 실제 제품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디지털 제품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Lhdonvirta 2012). 뿐만 아니라 디지털 상품이 가진 유동적 형태(Bardhi et al. 2012)가 특정 소비자들에게는 더 큰 의미와 새로운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다로고 이야기 한다.
3. 슬기로운 소비생활, 어떻게 무엇을 구매할 것인가?
소비의 방법(온라인 쇼핑 vs 오프라인 쇼핑)과 재화(실물 vs 디지털)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 지고 있다. 결제 방법도 현금(cash)과 카드, e-money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구매 환경, 배경, 소비 목적 등에 따라 적절한 방법과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소비의 과정이 나의 행복과 연결 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비 과정에 있어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갖는 것이야 말로 슬기로운 소비생활, 행복한 소비생활로 이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글: 김주현 박사(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연구조교수)
참고문헌
Atasoy, O., & Morewedge, C. K. (2018). Digital goods are valued less than physical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4(6), 1343-1357.
Duan, J., & Dholakia, R. R. (2017). Posting purchases on social media increases happiness: The mediating roles of purchases’ impact on self and interpersonal relationships. Journal of Consumer Marketing.
Furby, L. (1980). The origins and early development of possessive behavior. Political psychology, 30-42.
Giles, D. C., Pietrzykowski, S., & Clark, K. E. (2007). The psychological meaning of personal record collections and the impact of changing technological forms.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28(4), 429-443.
Guillen-Royo, M. (2019). Sustainable consumption and wellbeing: Does on-line shopping matter?.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229, 1112-1124.
Zheng, H., & Ma, W. (2021). Click it and buy happiness: does online shopping improve subjective well-being of rural residents in China?. Applied Economics, 53(36), 4192-4206.
Lehdonvirta, V. (2013). A history of the digitalization of consumer culture: From Amazon through Pirate Bay to FarmVille. In Molesworth & Denegri-Knott (Eds.), Digital virtual consumption (pp. 11-28). Oxford, UK: Routledge.
Peck, J., & Shu, S. B. (2009). The effect of mere touch on perceived ownership.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6(3), 434-447.
Petrelli, D., & Whittaker, S. (2010). Family memories in the home: contrasting physical and digital mementos. Personal and Ubiquitous Computing, 14, 153-169. Sabatini, F. (2011). Can a click buy a little happiness? The impact of business-to-consumer e-commerce on subjective well-being (No. 12/2011). EERI Research Paper Series.